발생 위험 40~70% 낮추는 치료제 효과…생활습관 개선도 큰 영향 알츠하이머병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가장 흔한 치매 원인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유병률은 약 10%로,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50년에는 유병률이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으며, 전체 환자의 약 40%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다.
치매 증가, 치료법 부재, 환자와 가족이 겪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이러한 위험 요인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예방 또는 발병 지연에 중요하다.
최근 '치매 예방, 중재 및 치료에 관한 랜싯(Lancet) 위원회'는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12가지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머리 손상, 대기오염,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청력 손실, 과음, 사회적 고립, 낮은 교육 수준이 포함된다.
이들 대부분은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비롯한 다른 만성 질환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세마글루타이드, 치매 예방 효과 두드러져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RA)다.
이 약물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2021년에는 체중 감량을 위한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됐다.
전임상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신경독성을 줄이고, 뇌의 포도당 흡수를 개선하며,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가 신경 퇴행과 신경 염증을 예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은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병리 소견으로, 각각 뇌신경세포 외부와 내부에 축적되어 신경세포 손상과 퇴행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당뇨병 환자 109만4761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인슐린을 포함한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의 최초 진단 위험이 4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당뇨병 치료제 또한 치매 위험을 평균 53% 감소시켜 예방 효과가 기대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보다 더 두드러진 효과를 보였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현저히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단순히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화 스트레스 완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뇌 신경 염증 조절 등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관련된 다양한 병리 경로를 통해 신경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세마글루타이드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비만, 심혈관질환, 음주, 흡연, 우울증 등의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정서적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등 생활습관 요인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일 영역보다 여러 생활방식을 동시에 집중적으로 개선하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이 생활방식 개선 프로그램에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포함된다.
첫째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한 식물성 위주의 식단, 둘째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셋째 요가를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관리법, 넷째 심리적 지원이다.
하나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개인 맞춤형 다양한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설계해 관리해야만 치매 예방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접적인 치매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는 약제 개발과 생활습관 개선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