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론장의 현실 진단한 권성민의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권성민 지음|돌고래 펴냄|356쪽|1만9500원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는 곳에서 자신의 당위와 무결함을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함께 발을 디디고 있는 땅에서 합의점을 찾아내고 각자가 꿈꾸는 사회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방송사 예능 PD 권성민씨가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펴내면서 앞세운 말이다.
권씨는 2년 전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라는 다큐멘터리로 시청자들에게 낯선 충격을 안겼다.
이후 그 문제의식을 좀 더 넓고 깊게 확장해 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SNS가 소통과 여론 형성의 중심 무대가 된 오늘날, 확증편향을 통해 기존 생각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면대면(面對面) 소통을 늘리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에 중요하다는 석학들의 진단은 《더 커뮤니티》가 기획되는 주된 기반이기도 했다.
권씨 역시 온라인 공론장이 도리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가져왔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권씨는 《더 커뮤니티》 기획의 기반이 되었던 문제의식부터 한국 사회 갈등의 축인 정치·젠더·계급·사회윤리를 둘러싼 쟁점을 다루며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의 맥락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권씨는 이 책에서 어떤 의견이 더 옳은지 따지기보다는,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 큰 설득력을 갖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떤 논리를 펼치느냐보다는 나의 마음과 경험을 얼마나 인정해 주느냐, 우리가 어떤 관계 안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다.
" 권씨는 《더 커뮤니티》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전한다.
"서로를 밀어내야만 살아남는 환경이 아니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최저선을 마련하는 것.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성실하게 만나는 것. 예술을 통해 간접경험을 반복하며 나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이야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 때로는 정답 없이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 그렇게 정치적 입장과 삶의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서로를 향한 상상력을 키워갈 때, 우리의 커뮤니티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극단의 이분법 넘어 질문하고 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