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3 향한 비판 왜 나오나
예전엔 해외시장 도전만으로 높은 평가 받았지만 지금은 해외 흥행만으로 호평받기 어려워
최근 대장정의 막을 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는 화제성만큼이나 많은 리뷰 콘텐츠를 양산했다.
문화평론가들은 물론 다양한 인플루언서가 《오징어 게임》 비평 대열에 합류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는 콘텐츠였기 때문일 것이다.
리뷰는 공감의 매개체다.
사람들은 '내가 본 작품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하는 심리로 리뷰 콘텐츠를 찾는다.
호평이든 비판이든, 리뷰는 우리에게 동질감과 유대감을 선사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3를 다룬 숱한 리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건 인터넷 방송인 '우정잉'의 평가였다.
그녀는 이렇게 총평했다.
"5점 만점에 2점 주겠다.
1점은 K드라마의 글로벌 붐을 위해, 1점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타파를 위해". 응원하는 마음을 빼면 사실상 0점이었다.
보통 이렇게 박한 평가는 대상 콘텐츠 팬들의 반발을 사곤 한다.
그런 반응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그녀의 재치 넘치는 평가를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줄을 이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드라마속 장면 ⓒ넷플릭스 제공 한때 'K콘텐츠, 서양에선 안 통한다' 콤플렉스 《오징어 게임》 시즌3에 대한 온라인상 평가는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걸로 보인다.
캐릭터들이 하는 행동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무의미한 에피소드가 불필요하게 많다는 비판이다.
세간의 비판은 이 작품을 향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그동안 이룬 성취를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얼마나 성공한 작품인지에 대해선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공개 17일 만에 '1억 유료 가입 가구 시청'이라는 기록을 돌파했다.
넷플릭스에서 1억 가구 이상 시청한 콘텐츠는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었다.
《오징어 게임》의 전례 없는 성공에 고무된 건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다.
《오징어 게임》은 정체기에 놓였던 넷플릭스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1년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를 438만 명이나 늘렸다.
그해 가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에 감사하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실적 발표를 진행했다.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긍지를 불어넣었다.
그 시기 한국인들은 마치 《트루먼 쇼》의 한가운데에 놓인 존재들 같았다.
전 세계가 한국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기 1년 전인 2020년 9월에는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앨범 차트에서 종종 1위를 기록했지만, 싱글 차트에서 한국인이 정상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심지어 3개월 후 한국어 곡 《Life Goes On》으로도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한류 열풍은 2000년대에도 강력했다.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켰고,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는 2009년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하며 '꿈의 무대'로 불렸던 도쿄돔에 섰다.
그러나 당시의 한류는 아시아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서양에도 K팝 팬들이 있다는 뉴스는 종종 전해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조차 그건 소수 마니아층의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특히나 우리나라 최고 걸그룹이었던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서구 사회에서 한류는 시기상조'라는 콤플렉스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엔 해외시장을 목표로 어떤 도전을 한다든가, 소기의 성과만 거두더라도 높이 평가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형래 감독의 《디 워(D-WAR)》다.
2007년 개봉한 《디 워》는 당시에도 작품성이라든가 배우들의 연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 아니었다.
그러나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적잖은 '디워빠'(디워 광팬)를 양산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형 3D SF영화'를 만들고 할리우드의 문도 두드리겠다는 심 감독의 도전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애국 마케팅이 먹혔던 셈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3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20대, K콘텐츠가 세계 휩쓰는 시대에 자라 2010년을 전후한 시기는 애국 마케팅의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엔 우리나라의 위상이 경제력과 같은 실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상당했다.
'한국이 잘살게 된 만큼 세계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인정 욕구가 한국 사회를 강하게 지배했다.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을 정부 4대 지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식의 세계화'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그 기조에 발맞춰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비빔밥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국위 선양을 위한 이와 같은 노력은 많은 찬사를 받았으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태도, 즉 '국뽕'(국가+히로뽕)에 대한 반감이었다.
정부 주도의 '국뽕'이 토양이 됐을 순 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제고를 진짜로 이뤄낸 건 민간의 성취였다.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를 석권한 방탄소년단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뽑기·공기놀이 등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 《오징어 게임》은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가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K콘텐츠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화장품·라면 등으로 파생된 지도 오래다.
이처럼 K콘텐츠들이 이룬 빛나는 성취는 우리 문화산업계에 역설적인 과제를 남겼다.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한국이 명실상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놓였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는 더 이상 도전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도전하는 위치에 있을 땐 다소 부족하더라도, 실수가 있더라도 사람들이 이해해 준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오징어 게임》 시즌3를 향한 온라인에서의 무자비한 비판 여론은 단순히 해외에서 흥행했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세계 무대에 내놓는 작품인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비판이 더욱 거셀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요즘 20대 이하는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쓰는 시대에 자라났다.
우리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게 당연한 세대다.
앞으로 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콘텐츠 창작자들의 고뇌는 더욱 깊어져만 갈 것이다.
물론 그게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말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