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전 세계 유학생 비자 면접 중단…"SNS 댓글까지 심사"
뜻대로 되지 않는 '관세전쟁'에 '진보 엘리트 대학' 공격해 '지지층 결집' 꾀하려는 노림수
관세전쟁이 뜻대로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진보 엘리트를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타깃은 미국 명문대, 특히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하버드대학교다.
뚝 떨어진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림수'로 이만한 카드가 없어서다.
지금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엘리트적이고 문화적인 대학으로 알려진 하버드대를 무릎 꿇리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정부가 결국엔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무장한 채 말이다.
트럼프가 하버드대를 공세의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명확하다.
노골적인 외압에도 입맛대로 길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지원을 끊는 등 무리한 조치를 펼치는데도 하버드대는 말을 듣지 않는다.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첫 글자를 딴 'DEI 정책'을 폐기하도록 강요하고, 외국 대학들과의 협력에 간섭한다.
심지어 대학 커리큘럼, 교수 임용, 유학생 정책까지 손아귀에 넣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정부의 압력에 맞서며 하버드대가 대학의 자율과 독립을 지키려고 애쓸수록 트럼프의 탄압은 더 거칠어진다.
  '대통령의 위협, 번거로운 조사, 광범위한 자금 삭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하버드대학교를 상대로 이 세 가지를 모두 휘둘렀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연방정부의 권력을 활용하는 다각적인 압박 캠페인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입학, 커리큘럼, 채용 관행에 대해 요구한 많은 변화에 하버드대학이 저항하자 점점 더 커지는 징벌적 조치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4월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연방정부의 간섭에 맞서 하버드대학교 지도부가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REUTERS 트럼프, 교수 임용부터 커리큘럼까지 간섭 트럼프가 하버드대를 압박하는 방식은 크게 재정 건전성과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뉜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으로 택한 건 '외국 유학생'이다.
트럼프가 하버드대에 내린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에 법원이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유학생에 대한 공격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5월22일 미국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의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전격 철회했다.
이로 인해 하버드대는 2025~26학년도부터 신규 유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재학 중인 약 6800명의 국제 학생 역시 비자 신분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이다.
대학들은 SEVP의 인증을 받아야만 외국인 학생이 학생 비자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증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버드대는 즉각 보스턴 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권한 박탈이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자, 학생들에게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를 중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버드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송 제기 몇 시간 만에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제프리 화이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학생들의 유학생 신분을 종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국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이민 당국이 학생들의 법적 신분을 근거로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하버드대 재학생 중 거의 31%가 외국인으로 너무 많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입학하지 못한다"며 "미국 정부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는데, 하버드대에 돈을 기부하는 외국 정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통계에 따르면 2024~25학년도에 하버드대는 약 6800명의 외국인 학생을 등록했으며, 이는 전체 재학생의 약 27%에 해당한다.
미 국가교육통계센터(NCES)의 통계를 보면 하버드대보다 유학생 비중이 높은 대학은 43개교에 달한다.
  법원의 제재를 받자 트럼프가 이번에 꺼내든 카드는 학생비자 인터뷰 '일시 중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27일 전 세계 미국대사관에 유학생 비자 신규 면접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모든 유학생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SNS)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이에 미 전역의 많은 대학은 유학생들에게 이번 여름 해외여행을 삼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출국 시 재입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유학을 원하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SNS 활동을 심사함으로써 사상 검증을 확대하고 심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도 보도 내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모든 국가는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심사해 검증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버드대에 4조원 넘는 보조금 동결시켜 트럼프는 자금으로도 하버드대를 압박하며 '돈줄 말리기'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하버드대와 체결한 각종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연방 조달청은 5월27일(현지시간) 각 정부기관에 보낸 청장 명의의 서한에서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와 입학 전형 과정에서의 인종차별 등에 관여했다며 하버드대와 체결한 현행 계약들을 재검토해 6월6일까지 계약 취소 목록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하버드대가 연방정부와 체결한 각종 계약 규모는 총 1억 달러(약 137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약 32억 달러(4조4000억원)의 보조금 및 계약을 동결시켰다.
  트럼프는 또 하버드대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 30억 달러(약 4조1000억원)를 회수해 직업교육 기관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나는 매우 반유대주의적인 하버드에서 30억 달러의 보조금을 빼내 우리 땅 전역의 직업학교들에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학의 면세 지위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530억 달러의 기부금에 대한 부담금을 늘리기를 원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명문대학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학계의 인종 기반 입학 정책과 자유주의적 편견을 재편하기 위한 광범위한 정치적·법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의 요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거의 확실하게 구실에 불과하다"며 "행정부가 이미 하버드대학을 처벌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