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주에 무기 배치 발표…기술적 문제에 수백조원 예산도 난관 중국·러시아, 군비 증강 예고하며 강력 반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에서 요격해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한쪽이 선제공격을 해도 상대방이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하면 공멸한다는 '상호확증파괴' 원리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런 공포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소련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우주에 배치한 위성의 레이더와 레이저, 각종 요격체를 활용하는 첨단 무기체계가 필요했다.
'스타워즈'라는 별명으로 많은 이를 열광시켰던 레이건의 야심 찬 계획은 기술적 한계와 예산 부족, 그리고 소련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며 '계획'에 그쳤다.
하지만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레이건의 꿈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0일 백악관에서 '골든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체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1750억 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다층 방어 시스템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우주공간에 무기를 배치하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크루즈 미사일 및 기타 차세대 공중 공격에 대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스템이 배치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 발사되거나, 심지어 우주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2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우주 기술을 활용해 미국 본토를 지키는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을 임기 내 실전 배치하는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AP 연합 기술적 진보에도 장애물은 여전히 산적 골든돔의 핵심은 수백 개의 감시위성과 공격위성으로 구성된 우주 기반 요격체다.
시스템은 4단계 다층 방어로 작동한다.
△미사일 발사 전 탐지 및 파괴 △초기 비행 단계 요격 △중간 비행 과정 차단 △목표물 접근 마지막 순간 저지다.
특히 우주 기반 요격체는 미사일이 가장 취약한 '발사 직후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수천 개의 요격체를 동시에 발사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규모는 비교할 수 없다.
아이언돔이 저속·저고도 단거리미사일 위협을 선별적으로 막는다면, 골든돔은 이스라엘보다 450배 큰 미국 전체를 다양한 첨단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1983년 SDI와 2025년 골든돔의 기본 개념과 시스템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40년 사이 관련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SDI는 기술적 뒷받침이 안 된 구상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개발 중이던 모든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레이저 출력을 최소 100배, 어떤 경우엔 100만 배까지 향상시켜야 했다.
우주에 대규모 위성을 배치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이미 7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는 제한적인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규모와 비슷하다.
레이저 출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됐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식별과 제어도 현실화됐다.
골든돔 프로젝트에는 록히드마틴,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 RTX(구 레이시온) 등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방위산업체를 넘어선 참여자들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비롯해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와 안두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핵심 구성요소 구축에 나서면서, 골든돔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방위산업체보다는 실리콘밸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으로 많은 진보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는 골든돔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과거에는 우주공간을 일정한 궤도로 움직이는 ICBM만 상대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권의 극초음속미사일, 우주 가장자리를 스치는 부분궤도폭격시스템(FOBS) 등 새로운 위협들이 등장했는데, 이에 대한 직접 요격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주에 배치되는 위성 시스템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상대가 위성 자체를 공격할 경우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주 위성들을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포화공격이 가해질 경우 방어 시스템은 무너질 수 있다.
예산도 문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우주 기반 요격체 배치에만 향후 20년간 1610억~5420억 달러(약 220조~74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의 1750억 달러 추정치는 상당히 낙관적인 셈이다.
매년 2조 달러(약 2733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가 과연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가 골든돔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지정학적 현실이 있다.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이 다양한 탄도미사일,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 폭격기, 극초음속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중국의 급속한 핵 전력 강화는 골든돔 추진의 핵심 동인이다.
5월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뒤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UPI 연합 레이건 대통령이 SDI로 스타워즈 시작 중국은 2021년 부분궤도폭격시스템과 극초음속 활공체를 결합한 공격 시스템을 시험했다.
이는 북극 지역에 배치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우회해 남쪽으로부터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를 "스푸트니크 순간에 매우 가깝다"고 평가하며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
러시아 역시 지르콘 극초음속미사일과 포세이돈 핵어뢰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며 미국 방어체계의 한계를 공략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핵 위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겨냥한 골든돔에 대해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먼저 공동성명을 통해 골든돔 프로젝트를 "우주를 무력 대결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계획이 강한 공격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 원칙을 위반한다"며 "우주를 전장으로 만들고 군비경쟁을 촉발할 위험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더 나아가 "새로운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러시아로 하여금 우주에서 전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우주전력의 대폭적인 강화를 위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즉각적인 군비 증강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골든돔 프로젝트는 기술적 측면에서 40년 전보다 훨씬 현실적이지만, 여전히 수많은 경제적·정치적 장벽이 존재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대응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골든돔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 우주는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소련만 상대하면 됐던 레이건 시대와 달리 이번엔 상대가 하나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 소련과 달리 경제적으로도 강력하다.
골든돔을 둘러싼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40년 전의 SDI는 결국 미국과 소련의 화해를 이끌어냈다.
트럼프의 골든돔은 과연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