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상승에 건설사 이탈 잇달아…재원 조달 계획 없는 공염불 우려도
선거철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선후보들은 당을 가리지 않고 GTX 전국화 등 교통망 확충을 약속하고 있다.
노선 확대는 GTX가 수도권 중심 교통망이라는 한계를 벗고 전국으로 뻗어나가면서 메가시티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건설교통 전문가들은 공약의 현실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GTX-A노선은 일부 구간만 운영되고 있다.
GTX-B, C노선은 아직 실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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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교통망 GTX, 어디까지 왔나
GTX의 국내 도입은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부터 본격 추진됐다.
당초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파주시 운정중앙역을 운행하는 A노선과, 인천 송도 인천대입구역~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역을 잇는 B노선,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부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까지를 잇는 C노선까지 한번에 착공할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시점이 A노선 2014년, B노선 2018년, C노선 2019년으로 차이가 나면서 완공 및 운행 시점은 각각 달라지게 됐다.
예타를 가장 빨리 통과한 A노선은 제일 먼저 착공하면서 지난해 3월말 처음으로 경기 남부 권역인 수서~동탄 구간을 부분 개통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말에는 노선 내 경기 북부 권역인 운정중앙역~서울역이 2차로 부분 개통됐다.
A노선의 중간에 해당하는 서울역~삼성역~수서역 구간 개통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노선 내 개통된 두 구간은 직결되지 않고 나뉘어 운행된다.
A노선은 토막 난 채 일부 구간만이라도 운행하고 있는 만큼 그나마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다.
경기 북부인 파주 운정신도시와 일산에서 서울 한복판인 서울역과 직결돼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 데다 GTX만 단독 운행하는 구간이어서 배차 간격도 짧기 때문이다.
문제는 B, C노선이다.
GTX-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부터 서울 여의도, 청량리, 남양주 마석까지 수도권 동쪽에서 서쪽을 잇는 획기적 교통망이다.
민간자본 약 4조3000억원, 재정 2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2020~21년 부동산 활황기에는 지역의 주거 가치가 크게 주목받으며 집값도 치솟았다.
그러나 시공사업단 선정 후 지난해 3월 인천 송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진행하고도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실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GTX-B 사업을 이끌고 있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에서 일부 건설사가 사업성 부족과 사업비 조달 난항을 이유로 이탈한 영향이다.
현대건설은 지분 20% 가운데 13%를 매각했다.
지분 4.5%를 보유한 DL이앤씨는 컨소시엄에서 이탈했다.
이 밖에 롯데건설과 호반산업, 남광토건 등도 줄줄이 발을 뺐다.
이후 주간사인 대우건설은 대보건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HS화성 등 이탈한 건설사들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는 대체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확정된 건 없다.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했으나 1년 이상 미뤄지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GTX-C도 사정은 비슷하다.
GTX-C는 양주부터 수원까지 전 구간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되지만 일부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탈퇴 의사를 밝히고 있어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 보니 노선 따라 오르던 집값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GTX-B 출발역인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최고가 12억4500만원을 찍었지만, 최근 거래가는 6억2000만원대로 절반 수준까지 조정돼 거래됐다.
e편한세상 송도 동일 평형도 최고 10억7500만원까지 거래되던 게 최고가의 60% 수준인 6억6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의 사업 기피 이유로 급등하는 공사비와 낮은 사업성 등을 꼽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무리해 사업을 진행하느니 이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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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만들 때 막대한 예산 고려했나
이처럼 십여 년 전부터 공들여온 GTX A·B·C노선조차도 실착공에 접어들기까지가 가시밭길인데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국망 GTX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GTX를 통해 수도권 주요 거점을 1시간 경제권으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외곽과 강원도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포함하는 노선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강원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GTX 노선 확장과 새로운 노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GTX A·B·C노선이 지연 없이 진행되고, GTX D·E·F노선을 단계적으로 추가해 수도권 외곽과 지역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의도다.
뿐만 아니라 GTX-C노선은 시흥 오이도까지 연장되고, GTX-G노선은 포천과 인천을 연결하며, GTX-H노선은 파주와 위례를 잇는 방식으로 GTX 플러스 노선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30분 출퇴근 혁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GTX를 활용한, 전국 5대 광역권에 걸친 급행철도망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수도권을 포함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광주·전남 지역까지 GTX 노선을 확대하고, 기존의 A·B·C·D·E·F 노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선의 개통과 연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을 잇는 동탄~청주공항 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하는 등 전국을 아우르는 교통망 확장을 강조하고 있다.
GTX 공약은 분명히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지역 거점 육성과 교통 편의성 증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재정상 실현 가능한 일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약대로라면 5개 안팎의 노선이 새로 마련되는 셈인데 후보들은 이에 필요한 수십조원의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GTX 사업들에 대해서도 민간사업자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사실상 멈춰선 상태에서 장래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해 사업성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GTX 노선 신설과 관련한 예산 및 경제성 등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지 않는다면 선거철마다 나오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GTX-B노선 실착공도 하세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