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배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선택 출산’ 서비스가 등장하며 생명윤리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시험관 속의 아기를 나타낸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스타트업이 시험관 배아의 유전체를 분석해 자녀의 질병 위험을 예측하고 출산 대상을 선택하는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생명윤리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오키드헬스'는 조현병과 치매, 비만 등 1200여 종의 질환에 대해 유전적 위험 점수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모가 상대적으로 건강한 배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를 내놓았다.
회사 측은 배아에서 채취한 5개 세포만으로 30억 염기쌍 전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업자인 누르 시디키는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세대를 만든다”며 성관계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출산은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디키는 자신도 이 기술을 이용해 자녀 네 명을 출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은 시험관 수정(IVF) 1회당 2만 달러(약 2782만 원), 배아당 유전체 분석 2500달러(약 348만 원)에 달해 주로 고소득층이 이용하고 있다.
고객 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자녀를 출산한 시본 질리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지적 장애 등 일부 특성은 선별하지만 지능 예측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특정 고객에게 비공식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과학계에서는 기술의 정확성과 윤리성 모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베틀라나 야첸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5개 세포만으로 전체 유전체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빈번하다”며 특정 유전자의 유무를 단언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내세우는 다유전자 점수의 질병 예측력에 대해서도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이와 관련 오키드 측은 “기존 유전자 검사보다 정밀하게 단일 유전자 질환을 파악할 수 있고 다유전자 점수는 참고용 정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광고에선 여전히 이를 주요 서비스로 강조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임신협회는 “이런 기술은 예측을 넘어 인간 배아의 미래를 사실상 조작하는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려는 더 급진적인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스타트업 ‘부트스트랩 바이오’는 배아 DNA 자체를 편집하는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한 번 수정된 유전자가 후손 전체에 영구적으로 전달된다.
미국 규제를 피해 중미 온두라스에서 2026년경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윤리학계는 ‘유전자 설계 아기 시대'의 안전성을 경고했다.
로리 시카고대 졸로스 교수는 “아기를 부품처럼 조립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유전자 교정된 아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세계 과학자 단체들은 올해 5월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에 대해 최소 10년간 전면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유전자 점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