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공의들이 1년 4개월 만에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하며 수련 복귀 논의가 본격화됐다.
동시에 유급 처분을 받은 의대생들의 2학기 수업 복귀 방안이 추진되면서 의료계 복귀 시나리오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부 특례 적용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며 형평성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협의체 구성, 수련 환경 개선 및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기구 설치 등 3가지 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반발해 지난해 2월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공식 요구안을 마련한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요구안 중 핵심은 ‘수련 연속성 보장’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오는 9월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복귀할 수 있지만 군 미필 전공의들의 입영 문제가 장애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사직자 중 약 880명은 지난 4월 입대했으며 여전히 1000∼2000명이 입영 대기 중이다.
병무청은 수련 종료 후 입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자원 부족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전공의는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과 수련 기간 압축도 요구하고 있지만 대전협은 ‘특혜’ 논란을 우려해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 "복지부가 수련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히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제도 조율에 복지부가 본격 나서면서 하반기 복귀 규모는 상반기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수련병원들에서도 8월 말 계약 만료 이후 복귀를 준비하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복귀가 일부 이뤄지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 수는 작년 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빅5 병원의 전공의는 인턴 113명·레지던트 435명 총 548명으로 작년 12월 말 230명 대비 약 2.4배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은 67명에서 171명으로, 세브란스병원은 46명에서 123명으로 각각 늘었다.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 말 2742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8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문의 수는 4102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7% 감소했다.
의대생 복귀도 본격화됐다.
의과대학 총장 협의체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장기 수업 거부로 유급된 의대생들에게 유급은 유지하되 2학기 수업부터 복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수 의대의 학칙이 연 단위 학사제인 점을 고려해 ‘학기제’로 변경하고 교육부와 협의해 실행에 나설 계획이다.
국시 실습 요건을 채우지 못한 본과 4학년을 위해 별도 시험을 요청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교육부는 의대 측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교육 정상화 방안의 윤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의대생 복귀 방안 마련을 주문한 만큼 정부 차원의 수용 가능성도 높다.
현재 유급 대상 의대생은 8000명에 달한다.
‘무늬만 유급’이라는 비판과 함께 반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연세대 의대 일부 교수들은 복귀생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보직 사의를 표명했고 일부 국립대 의대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7일에는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반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이미 복귀한 학생들이 따돌림이나 갈등을 겪은 사례가 있어 이번 대규모 복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학칙 변경을 통해 사실상 유급을 무력화한다면 또다시 집단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복귀 시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공의 정원, 국시 일정, 수련 기회의 공정한 배분 등 제도적 조율 없이 특례 중심의 복귀가 이뤄질 경우 의료계 내부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속도 내는 전공의·의대생 복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