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아리. 위키미디어 제공
○ 상어, 동해에 등장하다
● 자주 나타나고 크기도 커졌다
지난 4월 8일 경북 울진 후포항 근처의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몸길이 3m, 몸무게 229kg의 청상아리가 잡혔습니다.
원래 먼 바다에 사는 상어인데 육지에서 불과 5.5km 떨어진 곳에 나타난 거예요. 잡힌 상어의 몸둘레를 재는 해양경찰관들.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우리나라 바다에는 약 49종의 상어가 삽니다.
2000년대에는 서해나 남해에서 발견됐고 동해엔 자주 나타나지 않았어요. 서해와 남해는 수온이 15℃ 이상으로 높고 수심이 얕아서 상어가 머물기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3년부터 동해에서 혼획되는 상어가 크게 늘었어요. 혼획은 어업 활동 중에 우연히 잡힌 것을 뜻합니다.
2022년 1건이었던 동해의 상어 혼획 건수는 2023년엔 15건, 2024년엔 44건으로 늘어났어요. 올해도 6월 24일까지 12마리의 상어가 혼획됐습니다.
특히 동해에서는 청상아리, 백상아리 등 공격성이 강한 상어 종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요. 같은 종이라도 예전보다 더 큰 상어가 발견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명예 교수는 "2014년만 해도 동해에서 3m짜리 이상 청상아리를 보기 힘들었는데 2020년대 들어 3m보다 큰 개체가 자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동해 근처 어민들은 상어가 물고기를 잡아먹어 어획량이 줄어드는 걸 우려합니다.
강원도 해수욕장에는 상어를 막는 그물망이 설치됐어요. 최윤 명예 교수는 "2023년 이전엔 그물망을 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상어를 주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상어에게 동해는 물고기 맛집? 동해안에 있는 어선에서 가득 잡아 올린 다랑어의 모습. 국립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제공 ● 따뜻한 바닷물이 상어 먹이 불렀다 어떤 지역에 잘 보이지 않던 생물이 나타나는 것은 온도나 먹이 분포 등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1968년부터 57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의 해수면부터 수심 10m까지 표층 수온은 평균 1.58℃ 올랐고 특히 동해는 2.04℃ 상승했어요. 2024년 동해의 표층 수온은 역대 최고인 18.84℃를 기록했어요. 바닷물은 0.5℃만 올라가도 양식 어류가 떼죽음을 당할 만큼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합니다.
바닷물 온도는 바닷물의 흐름인 해류, 바람, 수심, 계절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아요.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의 표층 수온이 상승한 주된 이유로 해류를 꼽았습니다.
동해에는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진 대마난류가 흐르면서 적도 앞바다의 열을 동해로 실어 나릅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적도 앞바다가 더워지자 전 세계 바다의 수온도 함께 올랐고 대마난류는 동해에 더욱 많은 열을 전달하게 됐어요. 한창훈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동해 오른쪽엔 일본이 있어 바다 지형이 막혀 있기 때문에 한 번 흘러든 열이 잘 빠지지 않고 더 빨리 온도가 오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분석 결과 2020년 이후 동해에서 잡힌 물고기 중 따뜻한 물에 사는 난류성 어종이 크게 늘었어요. 이 중 방어, 삼치, 다랑어는 상어의 먹잇감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24년 동해에서 잡힌 상어 28마리를 해부해 위 속에서 난류성 어종들을 확인했어요. 최윤 명예교수는 "같은 상어 종에서도 큰 개체가 동해에 나타난 건 큰 먹잇감인 다랑어 등을 쫓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다의 표층 수온의 변화와 동해의 방어 어획량 변화.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 동해에 사는 어종 어떻게 변했을까.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적도 근처의 열을 동해로 실어 나르는 따뜻한 대마난류의 세기가 강해졌습니다.
그 결과 동해의 수온은 크게 올랐고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남해에서 서해, 동해로 영역을 확장했어요. 상어의 먹잇감인 방어의 경우 알을 낳을 땐 따뜻한 제주도 근처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동해 근처에 머무르며 알을 낳습니다.
○ 상어 연구, 동해에서 시작한다! 동해안에서 잡힌 상어의 이빨. 왼쪽부터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청새리상어의 이빨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제공 ● 통계 내고 상어 출현 예측까지 "지난 봄에 잡힌 상어의 척추입니다.
"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김맹진 연구사가 상어의 등뼈 조각이 담긴 병을 들어 보였습니다.
상어의 등뼈엔 나이에 따라 동그란 무늬가 생겨요.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에서 잡힌 상어의 무늬와 이빨을 분석해 나이, 특성 등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2022년 이전 우리나라에선 상어의 분포나 이동 경로 등을 국가적으로 연구하지 않았어요. 상어가 널리 먹는 수산물도 아니고 자주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상어가 많이 나오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어 연구가 시작됐어요. 상어는 생태계 꼭대기에서 다랑어나 중간 크기의 물고기를 먹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어종의 개체 수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으로 불립니다.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상어 연구가 꼭 필요합니다.
김상화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환경 DNA(eDNA)' 기법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상어 분포 지도를 그립니다.
eDNA 기법은 바다 곳곳에서 떠온 바닷물 속 생물의 점액이나 피부조직 등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상어 종이 어디에 다녀갔는지 알 수 있어요. 김상화 교수는 "상어 분포 지도를 활용해 동해의 생태계 변화를 관리하고 어업 지역이 상어 활동지와 겹치지 않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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