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간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에 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혈관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간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간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에 실제 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혈관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혈액을 응고시키는 기능을 하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성해 혈우병에 걸린 생쥐에서 장기간 출혈 증상을 개선했다.
단순한 장기 구조 재현을 넘어 기능적으로도 실제 간과 유사한 대사 작용을 수행하는 오가노이드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일본 과학종합연구소와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공동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간에만 존재하는 특수 혈관 세포의 초기 단계 세포인 '간 특이적 혈관 전구세포(LSEP)'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오가노이드는 약 3밀리미터(mm) 크기의 반구 형태다.
실험 결과 간의 주요 대사 기능 중 하나인 혈액응고인자 생성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혈우병에 걸린 생쥐에 이식했을 때 최대 5개월간 출혈 증상이 개선됐다.
혈액응고장애 환자 혈장 샘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증상 완화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간 오가노이드에서 실제 간의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혈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간은 독특한 혈관 구조인 ‘동양혈관(sinusoid)’을 통해 대사 및 해독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 구조의 재현은 오랫동안 오가노이드 연구의 난제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LSEP 세포를 포함해 네 가지 종류의 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스스로 간처럼 자라나는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다층 공기-액체 인터페이스(IMALI)’라는 새로운 3차원(3D) 배양법을 기반으로 네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간 관련 세포들을 특수한 젤 환경에 배치하면 각 세포들이 스스로 간처럼 입체적인 구조로 자라나게 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간에만 있는 특수한 혈관 세포가 중심이 되면서 실제 간과 비슷한 혈관 구조가 형성됐다.
연구를 이끈 다케베 타카노리 일본 과학종합연구소 인간생물학연구실 교수는 “장기 특이적 혈관 구조를 오가노이드에 구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과 치료제 개발 모두에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이 간 오가노이드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을 기반으로 심장이나 폐 등 다른 장기로의 확장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오가노이드에서 혈관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최근 학계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연구진은 심장과 폐 등 장기 오가노이드에서 혈관을 형성하거나 혈관 생장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 고유의 기능을 가진 혈관 구조까지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장기 조직 전체를 정교하게 모사하려는 연구는 꾸준히 진전되는 모습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심장과 간 오가노이드에서 스스로 형성된 혈관이 실제 사람의 모세혈관 수준의 가느다란 구조임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중국 베이징 줄기세포연구소 연구팀은 폐 오가노이드에 혈관 생장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셀'에 게재됐다.
두 연구 모두 혈관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심장과 폐 등 다양한 장기에서 일반적인 혈관 구조를 구현한 사례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51-025-01234)
- doi.org/10.1126/science.adu9375
- doi.org/10.1016/j.cell.2025.05.041
"고유 혈관까지 재현"…실제 간 기능 수행하는 오가노이드 첫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