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대선 패배 이후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이다.
앞서 2017년 대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후보가 두 달 만에 당대표를 꿰찬 전례에 비춰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김 전 장관은 대선 직후부터 외부 행보에 부쩍 공들이며 출마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41%가 넘는 득표율을 올린 대선 성적표를 정치적 자산으로 여길 법도 하다.
문제는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그의 상황인식이다.
‘윤석열 어게인’을 앞장서 외쳐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입당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도 올 수 있다"며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를 만들 수 있는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윤희숙 혁신위’에 대해서는 “당이 쪼그라드는 방향으로 혁신이 되면 사실은 자해행위”라고 직격했다.
안팎으로 요구가 빗발치는 인적 쇄신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당 지지율이 19%로 추락해 더 쪼그라들 여지도 없는 상태다.
모든 세대와 지역에서 등을 돌렸다.
혁신의 불씨를 살리지도 못하면서 무슨 용광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의 유력한 당권주자다.
당대표 선거에선 80%가 반영되는 당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당의 간판으로 대선에 나섰던 그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이유다.
그렇다고 민심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곤란하다.
그는 이날 출마회견에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고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겠다고 다짐했지만 우선순위가 틀렸다.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거부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순 없을 것이다.
대선 당시의 환호는 잊어야 할 때다.
김 전 장관의 출발점은 대선 득표율 41%가 아니라 당 지지율 19%다.
상당수 국민은 그의 편이 아니라는 게 현실이다.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당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당이 어느 때보다 갈가리 찢긴 상황에서 그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줄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