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피의자 축소 요청하며 "장관 지시"
조사본부, 임성근 제외 2명만 경찰 재이첩
이종섭 "혐의자 축소 구체 지시 안해" 반박
이종섭(오른쪽)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9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에게 '장관 지시'를 언급하며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라"고 말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혐의자를 2명만 하라고 구체적으로 축소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박 전 보좌관이 2023년 8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검토하던 조사본부 소속 장교 A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이 전 장관을 수행하던 박 전 보좌관이 A씨에게 "(상부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느냐"고 요청하자 A씨가 "장관의 지시냐"고 묻고, A씨가 이에 "장관의 지시 맞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 전 보좌관은
"혐의자를 6명으로 했는데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느냐"
고도 말했다.
채 상병 사망 직후 초동 조사에 착수한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8월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같은 날 사건 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초동조사를 지휘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장관은 같은 달 9일 조사본부에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다.
특검팀은 조사본부가 '중간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을 전후로 수사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중간 보고서엔 임 전 사단장 등 6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됐지만, 조사본부는 결론을 뒤집고 2023년 8월 21일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대대장 2명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재이첩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불러 이 전 장관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A씨에게 혐의자 축소 의견을 전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입장문을 내고 수사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 전 장관은 (2023년 8월) 법무관리관실과 군 검찰단 의견을 받아본 결과 '혐의자 2명' 의견이 '혐의자 6명' 의견보다 타당성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박진희) 군사보좌관과 대화 과정에서 나눈 사실이 있다"면서 "군사보좌관이 조사본부에 언급했다는 녹취 내용은 (혐의자는 2명이 적절하다는) 법무관리관실과 군 검찰단 의견이 타당하다는 장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