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SIS 빅터 차 “억제 신호 모호해져”
美국방, 안보회의 연설서 北 언급 1회
대북 방어 주한미군 임무 분산될 수도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30일 공개된 CSIS 유튜브 채널 동영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을 분석하고 있다.
동영상 화면 캡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중국 견제가 미국이 군사 자원을 집중할 최우선 전략 목표로 설정되면서다.
자칫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의 경고도 나왔다.
신뢰 잃어 가는 미국 약속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유튜브 CSIS 채널을 통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에서 “대부분 군사력의 초점을 대만 위기 대응에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이 자칫 북한을 오판으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에 따르면 특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신호는 주한미군 감축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부터 안보까지 모든 분야에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형편”이라며 “미군 감축이 (한반도)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이 과거보다 더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상황에서 억제 신호를 모호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對)중국 억제에 온 힘을 쏟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주한미군 감축 및 대북 경계 태세 이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일단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 시사가 부쩍 늘었다.
지난달 22일 WSJ의 감축설 보도에 이어 같은 달 28일 미국 싱크탱크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군사 자원 재배치를 뜻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모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언급이 나왔다.
바로 다음 날에는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중국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한미군 태세를 조정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관심 밖으로 밀린 한반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반면 미국 국방장관의 공식석상 발언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거론은 확 줄었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 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을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듯 겨우 한 차례 언급했다.
한국도 남북 대치 상황이 아니라 P-8 초계기의 역내 수리 역량 구축 계획을 얘기하며 한 번 거론했다.
일본과 호주가 여러 차례 언급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뒤 한국 국방장관이 계속 공석인 사실의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유사시에 한국군이 단독으로 북한 도발을 방어하거나 북미 정상 간 대화 등으로 북한 위협이 관리되는 게 가능하다는 미국 행정부 인식이 반영된 것일 개연성도 정황상 충분하다.
지난달 28일 한국계 미국 연방 상원의원 앤디 김이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임무는 북한에 초점을 맞춰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실제론 미국 정부가 북한을 간과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