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맹국 국방비 획기적 인상 압박
동맹·아시아에 '일본' 지목, 불안한 한국
"최우선 목표는 중국, 자위대 일 더 해야"
구체적 전략 없이 동맹국 부담만 요구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부 장관과 로렌스 웡(오른쪽) 싱가포르 총리가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향해 국방비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이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아시아 동맹국 역할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최우선 목표로 '대(對)중국 견제'를 꼽으며 "동맹국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헤그세스 장관 서면 인터뷰 기사를 1일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의 위협을 반영해 방위비를 확보해야 한다"며 "모든 동맹국과 우방국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중에는 일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그는 "아시아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유럽 국가들을 새로운 사례로 봐야 한다"며 "독일을 포함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나토에 준하는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6%이며, 일본(방위비)은 2027년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 GDP의 2%로 올릴 방침이다.
주한미군 장병들이 4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최고 분대 선발대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날만 해도 국방비 증액 대상으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선 △아시아 △동맹에 이어 △일본을 지목한 만큼 앞으론 한국을 향해 국방비 증액 요구를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각국이 증액한 국방비를 중국 견제에 써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인터뷰에서 "중국 억제를 우선시하기 위해선 우리의 동맹국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유럽 동맹국은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아시아 동맹국과 우방국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강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 정책 핵심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보다 중국 대응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자위대가 힘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일본이) 자위대 강화와 자국 방위 능력 향상에 힘쓰는 걸 지지한다"며 "(자위대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미일 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견제 역할을 동맹국에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정작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니콜라스 세체니 일본 본부 선임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은) 구호는 많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제시하지 않아 내용이 빈약했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중시 정책을 제시하길 원한 나라들은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그세스 "유럽 방위비 GDP 5%로 올리는데 아시아도 올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