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세 개의 화살’(법인세 인상·상법·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당길까.
여권이 최근 ‘법인세 인상’ 카드를 내보이면서 재계를 겨냥한 세 개의 법안이 하반기 정국을 달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여권에서 재계가 반기업적·반시장적 법안이라며 반대해 온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의 연내 추진을 공언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까지 얹게 될 경우 야권과 재계의 거센 반발은 명약관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친기업’ 행보를 강조해 온 가운데 등장한 ‘엇박자’ 카드에 재계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 인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17일 인사청문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때 낮춘 법인세율을 다시 높이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22%로 유지됐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린 것은 적극적인 국가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때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감세 기조를 앞세워 2023년 24%로 1%포인트 다시 낮췄다.
이에 대해 구 후보자는 “세금을 깎아 주면 기업이 투자해 선순환 구조로 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2년 396조원이던 국세가 2024년 337조원으로 줄었고 법인세는 2022년 100조원에서 지난해 한 60조원으로 40%나 빠졌다”며 “성장도 소비도 투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18일 “법인세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법인세만으로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턱없이 부족해 증권거래세 확대를 병행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됐다”며 “입장 정리가 되면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이 대선 공약에도 없었던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은 세수 부족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수 감소로 6·3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도 부족한 만큼 세입 확보를 위한 법인세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새 정부의 대선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총 210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집권 5년간 단계적으로 집행해도 연평균 40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세 수입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개년 연속 예산 지출을 밑돌았다.
올해 나라 살림도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해 5월 말까지 총수입은 279조8000억원, 총지출은 315조3000억원이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5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흑자(18조7000억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54조2000억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적자 규모는 역대 네 번째로 가장 크다.
━ 이 대통령, 정의선·구광모 회장과 각각 만찬…통상 등 의견 구해 연내 정기국회 추진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있지만, 여당이 키를 쥐고 증세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기류다.
앞서 민주당은 4일 내수 진작을 이유로 소비쿠폰 발행 등의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세금을 올리면 경기가 더욱 후퇴할 우려가 있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세수 감소,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마저 감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 부담은 대기업이 지는 것 같지만 주가 하락과 주주 배당 감소에 따른 주주피해, 소비자와 협력사의 부담 등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각에 기업인을 대거 발탁하는 등 취임 이래 ‘친기업 실용주의’ 기조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작지 않다.
실제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구윤철 후보자의 법인세 원상복구 의견이 대통령실과 조율된 발언인지 묻자 “아마 논의가 됐더라고 아직 공개적으로, 혹은 큰 단위의 회의체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들어본 바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신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4일) ▶구광모 LG그룹 회장(15일)과 각각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을 18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으로부터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수 펑크를 법인세 인하만의 문제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강성 노조, 제조업 경쟁력 약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기업경영 환경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은 기업 경쟁력 저하, 제조업 공동화 현상, 기업들의 탈한국화 현상이 가속화 하면서 장기적으로 세수가 더 감소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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