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창원시 출범 15년, 빛과 그림자
“청년들이 떠나는 건 즐길 만한 문화 콘텐트가 없는 탓도 큽니다.
” 창원시에서 문화 콘텐트 기획자로 활동 중인 장대근(사진) 문화다양성축제(MAMF) 사무국장은 지역 청년 유출의 주된 원인 중 하나를 문화에서 찾았다.
창원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서울에서 문화 기획자로 일하다 2019년 창원으로 내려온 뒤 창원시 문화도시 조성 사업과 창동 재생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며 ‘문화도시 창원’ 만들기에 앞장서 왔다.
그는 “고향에 대한 애정에 큰맘 먹고 내려왔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며 “통합 15년이 지난 지금 행정은 하나가 됐지만 지역 고유의 색깔은 오히려 희미해졌다”고 아쉬워했다.
Q : 왜 청년들이 창원을 떠난다고 보나. A : “지역에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연장과 전시장이 있긴 하지만 청년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계속 줄고 있다.
아이돌 콘서트나 대형 박람회도 드물다.
서울에서 열리는 인기 공연이 지역에선 3년 뒤에나 접할 수 있다는 말이 상식으로 통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그냥 부산이나 서울로 가자’는 게 청년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굳어져 버렸다.
” 장 국장은 통합 후 세 도시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이 사라진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15년 전만 해도 마산은 항구도시, 진해는 군항도시, 창원은 공업도시로 각자의 색깔과 스토리가 뚜렷했다.
마산에선 해양축제가, 진해에선 군항제와 다양한 연계 행사들이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통합 후 지원이 끊기면서 이런 지역 축제들이 하나둘 사라졌고 특색 없는 관 주도 문화행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 그는 그러면서 “청년들도 즐길 거리와 설 자리가 없으면 결국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젊은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트가 마련돼야 진짜 통합도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장 국장은 “창원뿐 아니라 지역 문화 행사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게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을 정하면 지역에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지역 특색을 살린 새로운 아이디어는 설 땅을 잃기 일쑤다.
그러니 비슷비슷한 문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거다.
” Q :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 A : “무엇보다 그 지역만의 고유한 콘텐트를 적극 개발하고 되살려야 한다.
서울 사람들이 아무리 멀어도 군항제나 광주비엔날레를 찾는 것도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뭔가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않겠나. 도시의 매력은 결국 문화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나.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접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젊은이들도 지역에 남게 되고 그래야 지방도 소생할 수 있다.
“즐길 거리 없으니 청년들이 떠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