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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창원시 출범 15년, 빛과 그림자
지방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힘을 받으면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과 대구·경북(TK) 등 영남권 광역자치단체들도 최근 시도지사 회동 등을 통해 한동안 정체돼 있던 초광역권 메가시티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전·충남은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 14일엔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가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확정해 시·도에 전달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7월 1일 인구 360만 명의 ‘대전·충남특별시’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하혜수(사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광역지자체 간 통합이 필수”라며 “정부가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면 메가시티 구상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분야 석학으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과 한국지방자치학회장·지방분권혁신전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엔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부울경 행정통합 시민토론회 패널로 활동하는 등 대표적인 지역 통합론자로 꼽힌다.
경북대 대구 캠퍼스에서 하 교수를 만나 지역 통합의 현실과 해법에 대해 물었다.
Q : 부울경과 TK 통합 논의의 차이점은.
A :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와 경북은 오랫동안 국책사업 등에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합쳐서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고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게 통합 취지였다.
지금 부울경도 마찬가지다.
이미 곳곳에선 지역 소멸 징후가 강해지고 있고 부산과 울산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셋이 합쳐 인구 700만의 광역 지방정부를 만들면 경쟁력도 높이고 지역 현안도 자립적으로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
Q :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강조했는데, 꼭 필요한 권한은 어떤 게 있나.
A :
“무엇보다 산업 규제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인데, 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다.
둘째는 국세 이양이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가 공동세로 돼있는데 국세의 20~30%라도 지방정부에서 매길 수 있다면 지역 기업에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는 재정 특례다.
이를 통해 저출산 등 당장 지역의 시급한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다.
”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하 교수는 그러면서 인구 530만 명의 아일랜드를 예로 들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보다 낮춰 애플·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유럽 본사를 자국으로 끌어들인 뒤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우리 지방정부도 기업을 적극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 청년들이 구태여 수도권으로 몰려갈 이유도 없을 거다.
결국 핵심은 지역 경쟁력과 일자리 아니겠나.”
Q : 창원시는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A :
“통합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과정의 문제라고 본다.
지명과 시청사 등을 적절히 분배하지 않고 창원에 몰아준 탓에 옛 마산과 진해 주민들의 소외감이 컸다.
주민투표 등 숙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것도 15년째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통합 당시 중앙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 지원이나 권한 이양을 받지 못한 탓도 크다.
단순히 인근 지역을 묶는 것만으로는 통합 효과가 미미하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
Q : 메가시티로 가면 기초단체 통합은 의미가 없어지는 건가.
A :
“아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
광역단체 통합에 더해 그 안의 중소도시들도 통합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경북의 경우 포항·경주, 안동·영주·예천 등 서너 개 통합시를 조성할 수 있을 거다.
다만 현재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만 특례시가 될 수 있는데 비수도권에선 아무리 통합해도 100만 도시가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30만·50만 등으로 세분화해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방이 소멸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다.
”
하 교수는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 지방을 살리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은 지방의 위기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며 “지방 경쟁력이 높아져야 청년들도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규제 완화 권한 갖고 기업 끌어들여야 지역소멸 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