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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파월 신경전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이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시행 중단을 명령한 전날 연방 국제통상법원(CIT)의 1심 판결 효력을 일시 보류시켰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항소심(2심) 심리가 진행되는 일정 기간 임시 복원된다.
연방 항소법원은 이날 “CIT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을 무효라고 한 판결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피고 측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보류된다”고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이날 명확한 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CIT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무역적자를 이유로 교역국의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며 이를 철회할 것을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 대상국에 상호관세, 캐나다·멕시코·중국에 펜타닐 유입 관련 관세를 매기면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결이다.
━ 트럼프 “금리 안 낮추는 것은 실수” 파월 “정치 고려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29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불러 비공개 회동했다.
이번 만남은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회동이다.
사진은 2017년 11월 회동 당시의 트럼프와 파월. [AFP=연합뉴스] 무역·통상 사건의 경우 본안 사건 2심 판결은 대개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안팎의 심리가 이어지는데, 이번 상호관세 사건은 사안의 긴급성·중대성을 고려할 때 일반적 사건보다는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1심을 맡은 CIT가 일종의 약식 재판으로 신속하게 진행해 3개월 만에 판결을 낸 것보다는 다소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은 11명의 판사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로 진행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본안 사건 2심 판결에서 만약 다시 패소하더라도 상고해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심 판결(3심)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이 때문에 상호관세 정책의 최종 향배는 연방 대법원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CIT 판결은 매우 잘못됐고 너무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 연방 대법원이 버팀목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6대3으로 보수 우위 구도이기 때문이다.
상호관세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 통상 질서가 큰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드라이브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 일로 정부가 놀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 부과가 가능한 무역법 122조를 예로 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다른 가용 수단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 만났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번 만남은 2019년 11월 이후 처음이며,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회동이다.
이날 미 백악관에서 회동을 마친 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낮추지 않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Fed는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책 방향은 전적으로 데이터와 전망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비정치적인 분석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은 비정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은 이날 직접 만나기 전까지도 기준금리를 놓고 장외 신경전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파월 의장을 놓고 ‘Loser’(패배자), ‘Mr. Too Late’(너무 늦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등 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파월 의장은 대응하지 않거나 금리 결정은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4.25~4.5%)하면서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Fed가 서두르지 않는 건 경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FOMC 회의록에 따르면 Fed는 “무역 정책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게 적절하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 법원 판결로 관세 정책이 계속 흔들리면서 파월 의장의 금리 결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한국의 금리 결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4.25~4.5%)과 금리 차가 2%포인트 차이까지 벌어지면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졌다.
트럼프 상호관세 오락가락, 세계 통상 질서 대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