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반복적으로 특정 질문을 하는 습관이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반복적으로 특정 질문을 하는 습관이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여성 올리비아 브룩(29)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ADHD와 관련 있는 질문들을 공개했다.
그는 28세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브룩은 최근 틱톡 영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주 ‘나 때문에 화가 났느냐’고 묻는다면 ADHD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한테 화났어?’, ‘너 괜찮은 거지?’, ‘내가 뭐 잘못했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거부 민감 장애’의 특징이며, 이는 ADHD 환자에게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거부 민감 장애는 공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ADHD 환자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반응으로 알려졌다.
사소한 비판이나 거절에도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며, 자기 비난이나 관계 불안을 겪는 경향이 특징이다.
브룩은 16살에 범불안장애(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정신질환)와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적 있다.
이후 건망증, 수면 장애, 시간 관리 어려움, 기분 변화 등이 지속됐지만 단순한 불안 증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하면서 성인 ADHD 진단을 받게 됐고, 이후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약을 먹은 뒤 주방을 정리하고 집안이 깔끔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며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브룩의 영상은 170만회 이상 조회되며 ADHD 경험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댓글에는 “원래 낙천적인 성격인데, 어떤 날은 뇌가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면 며칠간 우울해진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질문 습관은 ADHD와 관련 있을까.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교수는 “‘내가 뭐 잘못했어?’, ‘너 화난 거야?’ 같은 말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까 봐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며 “ADHD 환자는 대인관계에서 오해나 거절을 자주 경험하면서 자기 확인 행동이 습관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자기 확인 행동도 거절에 대한 민감성이 높게 나타나는 ‘거부 민감 반응’과 관련 있으며, ADHD 환자에게 자주 관찰되는 심리적 특성이 맞다”고 했다.
이 외에도 ADHD 환자에게 흔한 말버릇은 다양하다.
김 교수는 “‘내가 이해한 게 맞아?’, ‘잠깐만, 아까 뭐라고 했지?’ 같은 말은 집중력 저하나 정보 처리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며 “‘그건 오해야’,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딴생각하다 놓쳤어’처럼 자주 해명하는 말들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즉흥적인 반응과 설명 부족으로 오해를 겪기 쉬워, 이를 해소하려는 표현이 자연스레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성인 ADHD 진료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중 ADHD 진료 인원은 2019년 1만8105명에서 2023년 8만9664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 늘었다.
성인 ADHD는 주의 집중, 충동 조절, 감정 기복의 어려움이 주요 증상이며, 도파민 조절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김 교수는 “성인 ADHD는 불안, 무기력, 우울감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대인관계를 회피하기보다는 상담 치료와 관계 노출을 통해 사회적 경험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말’ 자주 하는 사람, 성인 ADHD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