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피서철이 절정이던 지난해 7월29일, 강원도 양양군 인구해변에서 피서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는 여름의 강원 동해안을 휴양지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본 여름 동해안의 ‘꽃말’은 노동이다.
여름의 동해안은 바쁘다.
밤새 먼바다를 밝히던 오징어잡이 배는 하늘이 해뜩발긋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항구로 바삐 들어오고, 시장에서는 제철을 맞은 오징어며 생선 손질하는 노동이 분주하다.
마을 사람들은 해수욕장 운영을 준비한다.
청소부터 안전사고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지역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
손님을 맞이하고, 물건을 손질하고, 오간 자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눈부신 여름의 동해 바다를 두고 주민들은 삶을 꾸린다.
새벽잠을 줄여가며 구슬땀을 흘리는 고된 노동은 지역 주민들이 삶을 일구고 살아온 방식이었다.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사람과 자원을 모두 뺏겨버린 지역을, 주민들은 관광으로 일으켜 세우며 먹여 살렸다.
‘세월이 멈춰버린 듯한 길, 논골담길’ ‘65년 동안 감춰온 천혜의 비경, 속초 외옹치 바다 향기로’ 홍보 문구에서 볼 수 있듯, 지역의 자연을 ‘자원’화하는 과정 역시 고민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동해안은 힘써 일군 관광자원을 두고 전례없는 시름에 빠져 있다.
불경기, 오히려 속도가 붙어가는 대도시 중심주의, 빠져나가는 지역 인구는 당장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과제다.
글로벌 자본주의 속 한국,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서 위상을 더해갈 때 불평등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화려한 서울의 야경이 불을 밝히는 동안 지역의 식당 간판은 꺼져간다.
지역 사투리는 ‘힙한’ 유행이 되지만 지역을 일구려는 주민들의 노력은 오히려 자본의 힘 아래 잠식된다.
지역마다 ‘뻥 뚫린 도로’라며 관광객 유치를 선전하는 사이, 대형 토건자본을 유치할 수조차 없는 작은 마을 보석 같은 풍광은 경쟁력 악화로 시름한다.
오래도록 기억될 동해안의 여름 한 조각 2015년 2574만8142명에 달했던 강원 지역 86개 해수욕장 이용객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어든 뒤 아직까지 회복이 요원하다.
2020년 362만4456명으로 바닥을 치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600만명에서 7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 논란, 그리고 어김없이 따라붙는 ‘지역 혐오’ 발언 역시 지역 관광에 큰 타격을 입힌다.
그러나 주민들은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마을 공동체는 위기 앞에 손을 맞잡고 뭉친다.
매년 휴가철 이후 관광객이 버리고 간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함께 치우는 힘, ‘지역 혐오’ 앞에서도 우리의 자부심을 잊지 않는 힘, 그리고 매년 여름 동해안 시군마다 ‘친절과 안전’을 함께 다짐하는 힘이다.
‘지역의 풍광’을 담았다고 선전하는, 다국적 자본이 실어나르는 드라마에 취하기엔 진짜로 ‘사람 사는’ 지역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올여름에는 강원 동해안을 찾아 지역의 삶을 함께 감각하는 여름을 추천한다.
강릉에서는 솔잎 향기와 경포호 둘레길을, 동해에서는 대진해변의 푸른 바다를 보며 탄성을 지를 수 있다.
설악산의 초록빛 품은 속초 찾는 이를 두 팔 벌려 기다리고, 7번 국도를 따라 고성으로 향하면 최북단 항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삼척에서는 장호항의 투명한 풍광이, 양양에서는 서퍼 비치의 여유로움이 오래도록 기억될 여름 한 조각을 선물한다.
못 이기는 척,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그만이다.
강원도의 여름,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전국 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