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2021년 12월10일 강원도 속초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창립식이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기는 손해 가운데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금.’ 위자료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민법 제751조는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이라는 명목으로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위자료 산정 방법이나 산정 시 고려해야 할 요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보니 오로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남정길씨 등 6명은 1968년 5월24일 연평도 근해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어로 작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5개월간 억류됐다.
같은 해 10월 말 귀환하고서도 월선을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불법 구금된 채 구타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
그는 1969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1~3년을 받았다.
2020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납북귀환 어부 당사자와 유족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각 재판부로 배당된 사건은 1~2년간 심리를 통해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마다 인정된 위자료 액수는 제각각, 심지어 불법 구금 기간이 똑같은 피해자 간에도 그 차이가 수천만 원에 이르다 보니 피해자들 사이에 불만이 생겼다.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를 금전적으로 위로해주자는 취지의 위자료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일으킨 것이다.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시민모임은 이런 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국가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속초지원에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달리 속초지원은 민사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구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은 단독법관 진행 사건도 민사부로 이송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속초지원 민사부에 사건이 집중되었다.
1월9일 속초지원 민사부 재판장 김현곤 지원장은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김춘삼 등 4건의 판결을 선고했다.
피해 당사자에게 인정한 위자료는 5000만원, 이 사건과 유사한 국가배상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와 형평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형사보상금을 공제하면 2000만원밖에 안 되는 위자료 금액에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했다.
제각각 위자료, 제도적 해법 필요하다 지난 2월 법관 인사이동으로 새롭게 부임한 김종헌 속초지원장은 피해자들이 위자료 때문에 더 이상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념하에 적정한 위자료 액수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 ‘쌍방의 화해권고결정에 관한 의견, 사건의 공평하고 적정한 해결 방안을 두루 고려함’으로 시작된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올해 1월 선고한 판결보다 위자료가 일부 상향 조정되었다.
피해자들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피고 대한민국이 이의신청을 했다.
이전 지원장이 지난 1월 선고한 판결 4건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추세라면 김종헌 속초지원장의 ‘적정한 위자료 액수 찾기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자료의 현실화와 들쭉날쭉한 위자료로 인한 혼란은 각급 법원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이 납북귀환 어부 사건에서 확인되었다.
양형위원회는 2007년 4월27일 개정 법원조직법 시행으로 설립된 대법원 산하 독립위원회다.
양형위원회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기존 법원의 양형과 시민들의 상식 사이에 간격을 지속적으로 줄여왔고, 재판부마다 들쭉날쭉한 양형으로 초래한 혼란을 해결했다.
대법원 산하 독립위원회로 가칭 ‘위자료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위자료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위자료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새로운 고통을 주는 이런 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폭력에 이은 또 다른 고통 [세상에 이런 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