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에서 반려로, 반려 다음 우리는 함께 사는 존재를 무어라 부르게 될까요. 우리는 모두 ‘임시적’ 존재입니다.
나 아닌 존재를, 존재가 존재를 보듬는 순간들을 모았습니다.
일본의 작은 섬 히메시마에는 고양이 1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이용한 제공
고양이 섬 히메시마(姬島)에는 12년 전과 올해 두 번을 방문했고, 총 4일을 머물렀다.
일본 규슈 이토시마시에 속한 히메시마는 천천히 둘러보아도 섬 구경에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작은 곳이다.
그 작은 섬에 고양이의 밀도는 높은 편이어서 10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대부분은 방파제와 바닷가 주변에 머물고 있다.
주택가에는 고양이 집합소(급식소이자 숙소)가 두 곳 있는데, 한 곳은 고양이 아파트처럼 마당 한편에 거주시설을 만들어 고양이를 임시보호하고 있으며, 다른 한 곳은 고양이가 자유롭게 머물다 가도록 급식소만 운영 중이다.
캣맘이 운영하는 이 자율 급식소는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익숙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집 마당에 진을 치고 있던 고양이 열댓 마리가 우르르 입구로 몰려나와 환영 세리머니를 펼친다.
마치 어제도 만난 것처럼 녀석들의 행동은 자연스럽기만 하다.
아마도 카메라를 든 작가들이 녀석들에게 자주 선심을 베푼 듯하다.
나 또한 출타 중인 캣맘을 대신해 닭가슴살을 여러 봉지 뜯어 고루 나눠주었다.
그래 봤자 열댓 마리 고양이가 배불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고, 그마저 얻어먹지 못한 고양이들은 냐앙냐앙 목청을 높였다.
그 소리가 방파제까지 울려 퍼졌을까.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바닷가 쪽에서 올라와 간식 투쟁 대열에 합류했다.
갑자기 집 앞에는 스무 마리가 넘는 고양이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사진 좀 찍어보려고 바닥에 쭈그려 앉으면 고양이들이 너도 나도 다가와 카메라 구경을 하고, 가방을 뒤지고, 무릎에 발을 올리고 킁킁거리는 바람에 선 채로 엉거주춤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한참을 고양이 무리에 둘러싸여 거동의 자유도 없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양이들이 등을 보이며 어디론가 몰려가는 거였다.
졸지에 버림받은 신세가 되어 골목 쪽을 바라보니 집주인으로 보이는 캣맘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캣맘의 동선을 따라 고양이들은 마치 물고기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녔다.
내가 꺾어진 골목 쪽에서 가볍게 목례를 하자 캣맘은 뭔가 손짓으로 잠시 기다려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고양이 떼를 뒤로한 채 캣맘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빵을 한 봉지 들고나왔다.
히메시마에서는 캣맘을 따라다니며 배를 채우는 고양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용한 제공
빵을 한 조각씩 뜯어내 고양이에게 던져주는 집주인 캣맘. 그걸 서로 받아먹겠다고 직립해서 야옹거리는 고양이. 아예 캣맘의 허리춤에 앞발을 걸친 채 빵을 가로채려는 고양이. 그 아래서 어부지리 떡고물이라도 챙겨보려는 고양이. 고양이만으로 부산하고 산만한 것이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빵 한 봉지를 다 던져준 캣맘은 뒤란으로 돌아가 양푼 가득 사료를 퍼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았다.
그러니까 빵은 녀석들에게 간식 같은 애피타이저였고, 본식은 나중에 나온 사료였던 셈이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본식은 매일 먹는 것이어서 그런지 ‘그래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는 줄게’ 정도였고, 간식은 서열이나 위아래가 없는 열광적인 반응 그 자체였다.
캣맘은 점심 공양이 끝나자 곧바로 선착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양이 밥을 챙기러 일부러 집에 들른 모양이었다.
식사를 끝낸 고양이들은 이제 제멋대로 마당과 골목에 널브러져 잠을 청했다.
수면 공간으로 변한 골목에는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와 바닷가에서 들리는 철썩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으로 남았다.
배부른 고양이가 반겨주는 섬 [임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