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5월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3일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는 중이다.
덕분에 온 국민이 법학도가 되어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과 선거법, 심지어 내부규정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 절차에 관한 내규와 국민의힘 당헌·당규까지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이라고 했던 것일까? 4월29일 대법원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선고기일을 이틀 뒤인 5월1일로 지정했다.
대법원의 전례 없는 속도전을 보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로켓 배송 대신 로켓 판결’이라는 농담이 흘러나왔다.
어떤 변호사는 ‘내 사건은 3년이 지나도 선고만을 기다리는 중인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새치기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번 로켓 판결은 변호사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례적인 것이었다.
5월1일 대법원 선고 생중계를 보면서 변호사들은 익명 카톡방에서 저마다의 논리로 재판 결과를 예상했다.
대법원 생중계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검찰의 상고기각, 즉 무죄를 예측하는 변호사가 많았다.
이렇게 급하게 선고기일을 잡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2심을 뒤집는 판결문을 쓸 수가 있을까?’라는 게 주요 논리였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낭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방에 글이 폭주했다.
많은 변호사들이 자신이 그동안 쌓은 법률적 지식과 경험, 직업적 윤리 등을 모두 벗어던지고, 자신의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파기자판’으로 유죄가 선고되기를 응원했다.
경기에 난입한 심판처럼, 대선에 뛰어든 대법원처럼, 변호사들도 대법원장이 ‘파기자판’을 낭독하기를 일방적으로 응원한 것이다.
앞선 판결인 2심이 형의 종류와 양형 자체가 없는 무죄선고인지라, 양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실심인 2심으로 내려보내는 파기환송이 불가피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순간적으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나 자신은 어땠는지, 나도 한쪽 정파나 입장에만 치우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순간이 없었는지 생각해보았다.
‘탈진실의 시대’라는 말도 떠올랐다.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일개 개인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있을까, 회의도 들었다.
법정에서 절대 을인 변호사들은, 법정에 들어가면서 판사를 향해 90도로 인사하고,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 안내’ 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결코 상의를 벗거나 넥타이를 풀지 못한다.
판사 한마디에 절절매고, 혹시라도 내 말이 판사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지 살피고, 제출한 서면을 판사가 읽고 왔을지 노심초사한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은 판사들이 쓰는 판결문 때문이다.
그런데 판결문에 객관적 사실보다 판사의 감정과 신념이 반영되었다면 누가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까? 판사가 결과를 정해놓은 후 판결 이유만 그럴듯하게 갖다 붙이는 것이라면 재판 당사자뿐 아니라 대중이 납득할까? 자신의 자녀가 속한 로펌의 중요 의뢰인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맡는다거나, 예전에 일했던 로펌이자 다시 일하게 될 로펌의 사건에 대해 의아한 판결을 내린다면, 사람들이 그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상고심 이후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검사 프릿 바라라는 저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그는 “언제나 사실로부터 주장을 끌어내는 것이지, 주장으로부터 사실을 이끌어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서오남’ 대법원 탈피해야 하는 이유 판결 자체가 실질적으로 공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개인마다 그 판단은 다를 수 있기에), 그 판결에 이르는 과정이나 절차가 공정하고, 판결에 참여한 판사들의 태도가 최소한 공정해 보인다고 느낄 때 그 판결에 참여한 참여자나 국민도 판결 결과에 수긍한다.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상징되는 그들만의 대법원도 개혁되어야 한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얼마나 편협하게 생각하며 살았는지 ‘계몽’시켜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변호사도 경험해보지 못한 ‘로켓 판결’ [세상에 이런 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