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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9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서 선거유세를 하자, 그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 항의하던 고려대 학생들이 이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대선후보 TV 토론을 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어리석고 감정적’이다.
중국이 산업 부문에서 “어떤 분야에서는 우리(한국)를 앞질러 미래 성장 동력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그의 지적은 맞다.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 경제는 중국에 종속되거나, 글로벌 주류 기술에서 고립된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다.
그는 “중국이 과학기술 경쟁에서 한국을 추월한” 원인에서부터 어이없는 진단을 했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은 이공계 전공자인 반면 한국은 법률가 출신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준석의 전공은 컴퓨터 공학).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중국 제조 2025’로 일부 첨단산업에서 한국뿐 아니라 서방국가들을 멀찍이 따돌려버린 시진핑은, 화학공학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나 법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법률가 출신이기도 하다.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연합뉴스
이준석은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철저히 무지하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의 ‘서남해안 풍력발전’ 공약에 대해 기껏 ‘중국을 위한 것’이라며 ‘이재명 친중 몰이’에 합류할 수 있었다.
풍력발전에 중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한 현실이다.
중국이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배터리 등) 부문에서 글로벌 생산 능력의 60~8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중국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만 생산 가능하거나 가장 싸게 공급하는 중간재와 핵심 원자재가 많다.
‘중국에 반대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따위는 개발하지 말아야 할까? 그러나 이준석이 말한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협하는’ 중국의 산업이 바로 신재생에너지다.
이준석의 적은 이준석인 것이다(‘준적준’). 신재생에너지는 일개 산업이 아니다.
미래의 글로벌 경제 질서와 경쟁 구도, 노동시장,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다.
윤석열이 범죄시(이준석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하는 바람에 뒤처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한국이 다시 빠르게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중국을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지배자로 만든 산업정책도 연구해야 한다.
이준석 같은 사람들이 ‘친중’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말이다.
이준석은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공약을 내지 않았다.
그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감정적 현실 인식(‘신재생에너지는 페미니즘·소수자·젠더 등 정치적 올바름주의의 일종이다’)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바란다.
이준석의 말마따나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바탕을 둬야” 하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이론은 “국가정책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27일 3차 토론에서 이준석이 내뱉은, 차마 인용할 수도 없는 그 발언을 상기하면, 이준석은 그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휩쓸려 과학이든 이성이든 인간세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든 모두 날려버린 채 살아온 듯하다.
이준석이라는 갈라파고스 [프리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