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원인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린 여성, 뱃속 낭종 안에서 수술용 스펀지 발견 사례
출산 후 수년 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의 몸속에서 수술용 스펀지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우측 하단 사진='Case Reports in Surgery'] 출산 후 수년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의 몸속에서 수술용 스펀지가 발견됐다.
인도 뉴델리에 거주하는 이 38세 여성은 해외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오른쪽 하복부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통증이라며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졌고, 해당 부위에 혹까지 만져지기 시작했다.
출산 4년 뒤, 그는 뉴델리의 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초음파와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통증 부위에서 낭종이 발견됐다.
낭종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처음에 통증과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는 양성종양인 장간막낭(mesenteric cyst)을 의심했지만,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중괴 중심부에 두꺼운 막 구조가 보이며 의료진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의료진은 양성 종양이 아니라 낭종 속에 촌충이 감싸여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여러 검사로도 낭종의 내부를 식별할 수 없었던 의료진은 결국 수술로 종괴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낭종은 소장과 유착돼 있었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했다.
수술 후 환자는 안정적으로 회복해 7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20cm 길이의 낭종, 그 안에는 수술용 스펀지가 수술로 제거한 낭종은 길이가 20cm로, 보통 직경이 5cm를 넘지 않는 일반적인 장간막낭보다 훨씬 컸으며, 그 안에는 수술용 스펀지가 박혀 있었다.
의료진은 이 스펀지가 4년 전 제왕절개 수술 중 실수로 몸속에 남겨진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 몸은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분해해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스펀지는 쉽게 분해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신체의 방어 기능이 잠재적 위협을 피하기 위해 그 주위를 낭종으로 감쌌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다행히 이 사례에서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른 유사한 사례에서는 감염이나 패혈성쇼크가 보고되기도 한다.
이번 사례처럼 수술 후 환자의 몸속에 스펀지와 같은 이물질이 남는 것을 'gossypiboma'라 한다.
면(cotton)을 뜻하는 라틴어 'gossypium'과 둘러싸인 공간을 뜻하는 스와힐리어 'boma'에서 유래한 용어다.
1000~1500건의 수술 중 1건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드문 의료사고다.
이 의료사고는 응급 상황이나 수술 도중 의료진이 교체되는 경우, 또는 사용된 스펀지 개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수술 중 출혈을 흡수하는 데 사용되는 수술용 스펀지는 피를 머금은 뒤에는 주변 조직과 구분이 어려워 육안으로 식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수술이 끝난 뒤에는 더욱 발견하기 어렵다.
이번 사례의 특이점은 남겨진 스펀지가 일반적인 스캔 검사로는 감지할 수 없는 재질이어서 세 차례의 영상검사에서도 식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술 시에는 방사선으로 감지가 가능한 스펀지만 사용하고, 수술 전후 스펀지 수량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사례는 와일리 온라인 라이브러리(Wiley Online Library)의 오픈 액세스 저널 《수술사례보고서(Case Reports in Surgery)》에 'Gossypiboma Posing as a Diagnostic Dilemma: A Case Report and Review of the Literature(doi.org/10.1155/2014/713428)'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복강 뿐 아니라 유방에서도 발견된 사례 존재, 패혈성 쇼크로 진행 수술 후 몸속에 이물질이 남겨진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한 예로, 지난해 에티오피아에 맹장수술 후 10개월 간 복통과 식욕 부진, 변비, 배뇨 장애를 겪다 병원을 찾은 40대 여성이 있었다.
의료진은 처음에는 방광암을 의심했으나, CT 검사와 수술 결과 원인은 뱃속에 남겨진 수술용 거즈였다.
이 거즈로 인해 소장에 구멍이 생겼고, 의료진은 수술로 이를 봉합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gossypiboma 사례에서 이물질은 대개 복강에서 발견되지만, 유방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2019년 48세 대만 여성이 의식 혼란을 동반한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16년 전 변형근치적 유방절제술(modified radical mastectomy)을 받았고, 8년 후 유방재건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환자의 혈역학적 상태는 불안정했으며, 오른쪽 겨드랑이 부위에 농양을 동반한 종괴 병변이 발견됐다.
패혈성 쇼크에 빠진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근막절제술을 시행하던 중 유방에서 수술용 스펀지 하나가 발견됐다.
다행히 수술 후 환자는 회복된 것으로 보고됐다.
제왕절개 출산 후 4년간 지속된 통증, 원인은 ‘몸속에 남겨진 수술용 스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