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캐나다 심해저 광물채굴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린다.
실체가 불분명한 고위험 투자에 다시금 손을 댔다는 비판과 함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한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국제법적 승인 논란과 사업성 한계도 거론되며 투자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 6월 TMC의 보통주 1962만주(지분율 약 5%)를 주당 4.34달러에 인수했다.
총 인수가는 8500만달러(약 1165억원)이다.
향후 3년 내 주당 7달러에 최대 686만주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1800억원에 이른다.
  실패 경험 답습 vs 미래 전략 투자 고려아연의 투자를 두고 글로벌 공매도 전문 투자기관인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TMC는 2019년 파산한 노틸러스 미네랄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당시 실패한 경영진이 지금의 TMC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테크 리소스, 앵글로 아메리칸, 글렌코어 등 대형 광산 기업들도 TMC에 유사한 형태로 투자했지만 대부분 손실을 보고 철수했다"며 "고려아연이 뒤늦게 고평가로 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스버그는 TMC의 회계 지표도 문제로 삼았다.
TMC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1700만달러(–234억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실질적인 매출 실적도 없다.
이에 대해 아이스버그는 "과거에도 유사한 기술 기반의 심해채굴 모델이 경제성과 기술성 부족으로 실패했으며 TMC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그간 제련(다운스트림) 중심의 안정적 사업 구조를 유지해온 기업으로 광산 개발과 같은 채굴(업스트림) 분야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다.
이 때문에 심해채굴이라는 고위험·고난도 영역에 대한 기술적 검증 능력과 환경 리스크 평가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적합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TMC가 향후 심해 채굴을 통해 확보할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 등을 자회사 켐코의 제련소로 도입해 이차전지 소재의 원료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TMC는 향후 약 10년간 니켈 70만톤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심해 망간단괴 채광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은 켐코를 통해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올인원 니켈제련소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제련소의 원료 공급처 중 하나로 TMC를 추가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통해 미국 내 생산·판매 체계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고려아연과 TMC의 협력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과 주요 광물화 수급 안정화에도 일부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전략적 구상이 시장의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TMC의 주가는 고려아연의 투자 시점 이후 한 달여 만에 주당 7.57달러(이달 15일 기준)까지 상승했다.
고려아연 측은 "투자한 지 한 달 만에 상당한 평가수익률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가 매우 시의적절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제법 체계와 충돌 우려? TMC 채굴 허가방식 도마 TMC의 채굴 허가 방식이 국제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법률 리스크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스버그는 별도 기고문을 통해 TMC가 국제해저기구(ISA)의 정식 인가 없이 미국 자국법인 '심해광물자원법(DSHMRA)'에 근거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심해 채굴 허가를 추진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접근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 규정한 국제적 채굴 승인 절차와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UNCLOS는 심해저 광물 자원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규정하며 해당 자원의 채굴과 유통은ISA를 통한 다자간 승인 체계를 거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ISA의 공식 인가 없이 미국 국내법만으로 채굴을 진행하는 TMC의 행보가 국제사회에서 자원의 정당한 소유권이나 수출 권한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UNCLOS를 비준한 한국·일본·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TMC와의 협력이나 원광물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의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기대하는 미국 내 일관된 생산·정제·판매 체계 구축에 예기치 않은 외교적·정책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고려아연은 TMC가 영위하는 사업이 미국 정부의 공식 행정명령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조적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기업이 ISA의 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심해 광물 채굴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핵심 광물의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배터리·방산·항공우주 산업의 전략적 자립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TMC는 미국 DSHMRA를 근거로 올 2분기 중 채굴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6월에는 ISA에도 별도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 모든 절차가 미국 내 제도와 법률에 기반한 합법적 과정이며 향후 국제사회와의 조율 역시 병행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아시아·이그니오 사례 잇따른 손실…TMC도 '데자뷔' 우려 시장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에 대해 실사 부실과 리스크 관리 미흡이 되풀이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려아연이 과거에도 고위험 투자로 손실을 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는 약 5600억원이 투입됐고 2024년 기준 약 1575억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됐다.
2022년 인수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역시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매출은 수십억 원 수준에 그쳤다.
당시에도 실사 부실, 내부 이해충돌 가능성, 밸류에이션의 적정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일정 부분 타당하지만 투자 단가의 적정성이나 국제법 리스크 등은 별도의 검증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전략이라는 명목으로 리스크를 포장하는 의사결정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TMC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원료 안정화와 한미 자원 협력 강화라는 중장기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TMC 투자, 전략인가 과도한 베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