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GC지놈
일본 조기 암 진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시장 규모만 보면 3조원에 달하지만 기술적·제도적 불확실성이 병존하는 '개화기 시장'에 가깝다.
GC지놈은 이를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보고 국내에서 입증한 '아이캔서치'의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앞세워 선점 전략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단기 비급여 진입과 중장기 보험급여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며, 일본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 시장의 구조적 판을 바꿔보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미성숙'+'제도 장벽'…3조 시장 '양날의 검'
31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 조기 암 진단 시장의 규모는 24억2000만달러(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전체 시장 규모(TAM) 기준 2.5배 이상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 발생률도 세계 4위권으로 고령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조기진단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다.
시장 내 기술 방식은 마이크로RNA와 순환종양세포(CTC) 기반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혈액 기반 스크리닝 기술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신뢰도는 여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조기 암 진단 기술이 시도되고 있지만,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드물다.
제품 간 성능 차이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감도·특이도 등 핵심 지표가 공개되지 않거나 표준화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시장 전체가 아직 '검증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이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적 장벽도 존재한다.
일본의 의료급여 체계는 예방 중심의 조기진단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구조다.
고시 제도를 통한 등재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길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민간 검진센터를 통한 비급여 형태로 우회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규모 확장이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에 부딪혔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는 조기진단 기술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아직 제한적이다.
건강검진 문화는 정착돼 있지만 기존 영상진단이나 암 표지자(marker) 검사에 익숙한 탓에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스크리닝 검사에 대한 신뢰와 수요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 자체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장의 인지·수용 장벽을 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입증된 기술'+'현지 네트워크'…양방향 공략 가동
GC지놈은 이 같은 불완전 시장 상황이야말로 '초기 진입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 일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7000건 이상의 임상 검체 데이터를 확보한 '아이캔서치'는 단 한 번의 혈액 채취로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6대 고위험 암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
민감도 82.2%, 특이도 96.2%라는 수치는 다중암 진단 분야에서 신뢰성의 기준점이 된다.
GC지놈은 일본 시장에서 이 같은 데이터 기반 제품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GC지놈은 국내에서 비급여 형태로 이미 매출을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민간 검진센터 및 재생의료 클리닉을 중심으로 B2B(기업간거래) 진입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에는 일본 GC그룹 계열사인 GC림포텍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4월에는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품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시장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GC림포텍은 일본 내 세포치료제 위탁생산 및 시약 공급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로 GC지놈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보험급여 체계 내 진입을 목표로 자체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GC림포텍 외에 추가 현지 파트너사와의 공급 협상을 병행 중이며,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일본 내 연구개발(R&D), 판매망, 인허가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시장의 기술 미성숙과 제도 장벽을 동시에 넘어서기 위해 GC지놈은 '비급여→급여' 이중트랙 진입 전략을 구축하는 분위기다.
기창석 GC지놈 대표이사는 "일본 조기 암 진단 시장은 마이크로RNA 및 CTC 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나 기술적·임상적 성숙도가 낮은 개화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현지 기업과 해외 스타트업들의 기술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C지놈은 기술력, 검증 데이터,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서 일본 조기 암 진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덧붙였다.
日 조기 암 진단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