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가족 행사 넘어선 규모, 계좌 유포, 부적절한 타이밍…
● 모바일 청첩장과 함께 아들 계좌 유포되자 비공개 전환
● 대통령실 “화환 거절한다” 공표, 철통 경비에 만전
● 참석자들 “신랑은 듬직, 신부는 참 고왔다”
● 李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 만나 고생시켜 미안하다”
● 하객 900명 내외 중 신랑 측 500여 명 추정
● ‘축의금 160억’설은 챗GPT 추정액일 뿐
● 아들이 받은 축의금도 혼주 보고 줬다면 증여세 대상
이재명 대통령의 큰아들 동호 씨가 6월 14일 오후 결혼식을 올린 장소인 서울 성북구 삼청각 전경. 오른쪽은 결혼식을 앞두고 유포된 모바일 청첩장으로 동호 씨의 계좌번호가 담겨 있어 논란을 빚었다.
동아DB,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캡쳐 6월 14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큰아들 결혼식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결혼식 자체는 사적 행사지만 혼주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공직자이기에 단순히 사적 행사로 볼 수 없다.
안전을 철저히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경호 인력이 배치됐다는 점에서 공적 행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참석자들의 전언과 ‘신동아’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수는 800명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사전에 밝힌 ‘단출한 비공개 가족 행사’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통령으로서 권한이 가장 막강한 취임 초기에 결혼식을 올린 것은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사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큰 논란을 부른 것은 온라인 청첩장(위 사진)과 함께 유포된 아들의 계좌번호다.
청첩장 안에 담겨 있던 이 계좌번호는 오래지 않아 삭제됐지만 누군가 이를 ‘복붙(복사해서 붙이기)’해 퍼뜨렸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좌번호가 삽입된 모바일 청첩장은 어떤 경로로 유포됐을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SNS에 “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 단체 대화방에 이 청첩장을 올렸고, 누군가가 이를 퍼 날라 온라인에서 확산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 아들의 결혼식 모바일 청첩장을 단체 대화방에 올리고, 축의금을 보내는 은행 계좌를 공지한 것은 고위공직자의 도의적 처신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러진 결혼식 재임 기간 자녀의 혼사를 치른 예는 이전에도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985년 딸 효선 씨가 결혼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도 재임 중이던 1988년과 1990년에 각각 딸과 아들의 혼례를 치렀다.
이 대통령이 결혼식을 미룰 수 없었던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조기 대선 일정이 잡히기 전 이미 계획된 혼사였다.
예정대로라면 21대 대선은 2027년에 있을 예정이어서 이 대통령이 올해 예정된 공식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식을 6월로 잡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혼식 후 민주당 의원들은 “가족, 친지, 지인 중심의 조촐한 가족 행사였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국민의 예상보다 많은 하객이 몰린 것이 사실이다.
결혼식장인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일대 도로가 검은 승용차 행렬로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날 결혼식에는 가족과 친지 외에도 여당 지도부, 이 대통령의 소년공 시절 동료들, 초등학교 동창, 사법연수원 동기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정치권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인원은 대략 900명 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민주당 인사는 “신랑 측 하객이 500여 명이었고, 나머지 300여 명은 신부 측 하객이었다”고 귀띔했다.
  6월 14일 이재명 대통령 아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이 대통령의 소년공 시절 동료들이 식장 밖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청래 페이스북 캡쳐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은 하객은 이재명 대통령이 1979년 소년공일 때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이다.
이들은 “대통령이 돼서도 잊지 않고 우리를 불러줬다”고 고마워하며 “항상 영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공부한 친구”라고 이 대통령을 기억했다고 한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들과 찍은 기념사진과 함께 “이재명 소년공의 오리엔털 시계 공장 친구들이 ‘우리 친구 대통령 잘 보살펴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올리기도 했다.
  이날 결혼식은 경찰, 대통령경호처, 대통령실의 철통 경비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객들의 전언에 따르면 경찰과 경호처는 결혼식 시작 3시간 전부터 폭발물 탐지견과 탐지 장비를 동원해 결혼식장 내부를 수시로 점검하고, 식장 입구에서 하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보안과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하객은 “결혼식을 앞두고 어떤 사람이 테러 예고 글을 올려 경비가 더 삼엄했다”며 “초대장과 신원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휴대전화 카메라 액정에 촬영 방지용 스티커를 부착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평범하지 못한 아버지 만나 고생시켜 미안하다” 하객의 시선이 집중된 이는 이 대통령의 큰며느리가 된 신부다.
동호 씨와 이날 백년가약을 맺은 상대는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영부인 김혜경 여사의 동문 후배 김유미 씨다.
이들이 한 가족이 된 건 학연이 아닌 우연이라고 한다.
김 씨의 부친은 대전에서 유통업을 하며 지역사회 활동 등에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랑과 신부를 모두 아는 한 인사는 “신랑은 듬직하고 신부는 참 곱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결혼식에서 여러 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에게 “평범하지 못한 아버지를 만나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아들 내외에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싸움을 키우지 않을 수 있다”는 덕담과 함께 “(배우자를) 바꿔봐야 적응만 오래 걸리니 서로 조금 안 맞아도 그냥 살라”는 농담을 건네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하객으로 참석한 한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덕담을 들으며 울컥해 장내가 울음바다가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통령실은 결혼식에 앞서 “가족 행사 수준의 비공개 결혼식”이라며 “화환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축의금도 받지 않았을까. 결혼식 직후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축의금 160억 원이 유입됐을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추정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 액수는 인공지능 챗GPT가 경제단체, 노동단체, 여성단체, 종교단체, 전문직 직능단체 등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각종 이익단체 전체를 총 1만6000개로 잡고 각기 100만 원의 축의금을 냈다는 가정하에 단순 산출한 추정치일 뿐 신빙성은 없다.
  7월 15일 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동호 씨의 결혼식 축하금에 관한 공방이 있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이동호 씨 모바일 청첩장에서 계좌가 공개된 것을 아느냐”면서 이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을 어떤 식으로든 전달했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물었다.
장관 지명에 앞서 결혼식이 열렸고, 축의금을 입금할 수 있는 계좌가 잠깐이라도 공개됐다는 점을 근거로 축의금과 장관 지명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아들 계좌가 공개된 게) 문제가 되니 ‘화환은 거절한다’는 공지 사항을 올렸다.
내 귀엔 화환 말고 돈으로 보내달라는 말처럼 들렸다”고 비꼬았다.
  아들 계좌로 축의금 송금, 아버지 보고 줬다면 아버지 돈 ‘신동아’는 7월 15일 팩트체크 차원에서 축의금 수령 여부와 액수 등을 확인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그렇더라도 당사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축의금 액수를 공개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 축의금 같은 경조사비는 품앗이 성격이 짙다.
경조사비는 준 만큼 돌려받고, 받은 만큼 줘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결혼식 축의금은 누구를 보고 준 것이냐에 따라 지분이 결정된다.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청첩장에 담긴 아들 계좌로 송금하더라도 아버지를 보고 준 축의금은 아버지 몫이다.
동호 씨가 자기 계좌로 들어온 축의금이 있더라도 이를 온전히 본인 돈으로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세법상 혼주가 5000만 원 넘는 축의금을 자녀에게 줄 때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만 19세 이상 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5000만원 씩 증여 재산 공제(비과세) 한도가 부여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이 상당하고 이 중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아들에게 줄 때는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이 합당하다.
축의금 때문에 증여세를 낸 판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계사는 “이 대통령 내외가 아들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았다면 아들 친구가 아닌 이상 하객 대부분이 혼주를 보고 준 돈일 것”이라며 “아버지를 보고 아들 계좌에 입금한 축의금이 있다면 그것도 아버지 돈이므로 증여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큰아들 비공개 결혼식 뒷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