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혁신위원장 자리 박차고 당대표 출마한 안철수 의원
● ‘쌍권’ 출당, 당 변한 모습 보여주는 최선의 선택
● 비대위는 인적쇄신은 물론 혁신위 인사도 제동
● 국힘, 尹 부부와 결별 못 하면 그대로 ‘영남 자민련’
● 영남, 강남 3구에 갇혀 여론 읽지 못하는 친윤
● 지방선거 공천으로 인적쇄신 않으면 당 미래 없어
● 안철수 계파 없어 지지세 약하다는 약점 있으나…
● 이준석 때처럼 당원 전략적 선택한다면 당선 가능성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박해윤 기자
‘간철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오래전 별명이다.
눈치만 보는 행태를 ‘간보기’라고 하는데, 안 의원이 여론과 정치적 상황만 지켜보다 결단할 순간을 놓친다는 의미다.
12·3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21대 대선을 겪는 동안 안 의원은 ‘간철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12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있던 날 안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표결에 불참했으나 안 의원은 당론보다는 소신을 지켰다.
이후 21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다른 탈락자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선거 8일 전까지 대선 유세에 참여하지 않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아예 탈당해 버렸다.
안 의원은 이들과 달랐다.
대선후보 유세에 적극 참여했다.
사이가 나쁘다고 알려진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후보를 찾아가 단일화를 종용하기도 했다.
소신을 지키고 당을 위해 헌신한 태도 덕일까. 안 의원은 7월 2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당내 다양한 계파에서도 안 의원이 혁신위를 맡는 데 긍정적 시각을 내놓았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결기와 진심, 냉철한 판단력이 모든 난관을 돌파해 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친한계 우재준 의원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혔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5일 만에 무너졌다.
혁신위 활동이 시작되는 7월 7일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혁신위원 인사와 인적쇄신안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백서 이후 출당은 너무 늦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도로 간철수’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의 기대를 저버리고 혁신위를 깬 것도 모자라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안 의원의 행보가 의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당대표는 정치적으로 큰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8월 하순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한다.
형국은 불리하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날마다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7월 14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7월 7~1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응답자의 56.2%가 여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4.3%에 불과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민주당 지지율(52.3%)이 국민의힘 지지율(31.8%)을 크게 웃돌았다.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표는 ‘독이 든 성배’다.
그래서인지 안 의원을 제외한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당대표 출마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아’는 7월 15일 안 의원을 만났다.
안 의원은 “혁신위로는 당을 제대로 고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왜 혁신위는 당을 고칠 수 없다고 확신했나.
“지금의 혁신위는 비상대책위원회 산하기관이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내도 비대위가 거부하면 이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
”
혁신위를 준비하며 비대위와 많이 부딪혔나.
“당내 인적쇄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혁신위원 인선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권성동·권영세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고.
“인적쇄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려면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출당을 첫 쇄신안으로 내세웠다.
송언석 원내대표를 찾아가 쇄신안 발표 승인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
권성동 의원(왼쪽)과 권영세 의원(위). 동아DB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동아DB
송 원내대표와 대화 전에 쇄신안을 발표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비대위가 (두 사람의 출당을) 거절하면 실천 없이 선언만 남는다.
혁신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
당 혁신의 첫걸음을 잘 떼려면 상의를 거치는 것이 합당한 절차라 생각했다.
”
비대위가 내놓은 대안은 있었나.
“인적쇄신을 하기 전에 대선 패배 이유를 담은 백서를 내놓자고 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백서를 내놓고 이에 따라 인적쇄신안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
혁신위원장 내정 직후 백서를 쓰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지금도 백서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대위의 주장대로 백서를 내놓고 이에 따라 인적쇄신을 진행하는 것은 너무 늦다.
백서 만드는 데에만 한 달 이상 걸릴 텐데 그때가 되면 이미 국민은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를 접을 가능성이 높다.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려면 백서 발표 전에 두 사람을 출당시켜야 했다.
”
尹과 절연 못 하면 ‘영남 자민련’으로 남을 뿐
백서를 만드는 데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가.
“인적쇄신안과 공천 심사의 기초 자료로 쓰일 백서다.
당내 이해관계자가 없는 제3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공신력 있는 전문가를 고르는 일부터 시간이 든다.
”
당내에서 백서를 만든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는 지난 총선 참패 백서의 우를 다시 범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 원인을 진단하는 당내 총선백서특별위원회를 통해 백서를 내놓았으나 당 쇄신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오히려 계파별 정쟁의 도구로만 쓰였다.
”
출당하려 한 두 사람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백서에 적힌다면.
“그때는 제대로 사과하고 다시 불러오면 된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큰 이견 없이 출당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측에도 인적쇄신이 백서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반대한다면 혁신위원장직을 맡기 어렵다고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끝내 두 사람의 출당을 거부했다.
”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대위원의 혁신위 합류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대위와 인적쇄신안을 놓고 이견을 확인한 다음 날 송 원내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혁신위원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혁신위원 명단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혁신위원으로 원하는 사람 중 비대위가 원치 않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어 완벽한 인선이 꾸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혁신위원 인사 관련 논의가 끝나고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이미 합의한 인사만이라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혁신위 명단을 발표해 버렸다.
그때 알았다.
비대위 산하 혁신위로는 당을 고칠 수 없다.
”
그래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나.
“비대위가 혁신을 막는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혁신을 이끄는 당대표가 돼서 당의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당대표 후보로서 현재 당에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고 생각하나.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는 것이다.
이들이 벌인 비상계엄과 탄핵 등이 대선 패배를 야기했다.
”
당내에서도 아직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많은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부 친윤계 정치인들은 여론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환경 요인에 기인한다.
친윤계 정치인 대부분이 영남 지역이나 강원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활동한다.
공천만 받는다면 당선되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도 보수 색채가 강하다.
당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수도권 민심이 돌아섰다는 경고를 들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당내 절대 다수라는 점이다.
”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차지한 지역구 의석은 총 90석. 이 중 영남 지역 의원이 59명으로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중 65.6%를 차지한다.
여기에 강남 3구 7석(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갑·을)과 강원도 6석을 더하면 72석(80.0%)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민의힘을 두고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뼈아픈 비판이다.
오명을 벗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영남이 아닌 수도권, 그중에서도 열세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공신력 있는 백서를 기반으로 인적 청산에 착수해야 한다.
빈자리는 새 인물로 채워야 한다.
동시에 당에서 조명받지 못하던 당직자나 당원들도 정치인으로 키워내 ‘불임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
6월 3일 대선 패배가 확정되자 국민의힘 상황실이 비워지는 와중에 안철수 의원(왼쪽)과 김용태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맨 앞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스1
총선보다는 당면 과제인 지방선거 승리해야
인적 청산을 하려면 공천권을 손에 쥐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당대표가 되면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게 된다.
좋은 후보를 찾아 공천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인적쇄신이 가능하다.
”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아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
안 의원은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어떤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틀림없이 질 것이라고 예상하더라. 지금 당대표로 나서기보다는 지방선거 결과를 본 뒤에 다음 당대표 선거에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
3년 뒤 총선이 치러지니, 당 혁신에는 그게 더 유리한 것 아닌가.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피한 정치인에게 미래가 있을까.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속수무책으로 패배하면 총선 승리도 어려워진다.
일단 지방선거 공천을 통해 당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그 평가가 좋다면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필패하는 선거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다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돼야 한다.
”
지방선거 후보 공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인가.
“이기는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당원이나 국민이 직접 후보 공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과거 당원 조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읽으려 했으나 효과적이지 않았다.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여론조사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
‘부정선거론’으로 생긴 극우 정당 이미지는 어떻게 타파할 생각인가.
“부정선거론을 펼 수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지금은 블록체인을 선거에 도입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은 서버 대신 각 코인에 내용을 기록한다.
기록된 내용을 고치려면 모든 코인을 해킹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코인에 기표한다면 해킹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가 시범적으로 블록체인으로 선거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도입 방안을 연구 중이다.
”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했다.
뉴스1
당대표 선거, 당 혁신안 경쟁하는 각축장
당대표가 된 뒤 계획을 들었으니 자연히 이야기는 당선 가능성으로 흘렀다.
조경태 의원, 양향자 전 의원도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나 한 전 대표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후보가 많다는 것은 당에는 호재다.
각 후보가 자신의 혁신안을 당원에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이 중에 당을 가장 잘 살릴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된다.
”
이 가운데 조 의원은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를 정면 비판했다.
조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혁신위 인적쇄신 실패를 두고 “무능한 것이다.
저항 없는 혁신은 없다.
그 정도의 각오가 없었다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맹공했다.
안 의원은 조 의원의 평가를 두고 “(조 의원이) 비대위가 혁신위의 쇄신안을 어떻게 막았는지 그 내막을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국민의힘에 계파가 없다지만 친윤계는 김 전 후보, 친한계는 한 전 대표나 조 의원을 지지할 것 같다.
“계파가 없는 정당이 어디 있겠나.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당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2022년 치러진 8회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단 한 번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총선은 물론 대권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과 지선, 총선에 모두 패했던 보수정당의 암흑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패배가 이어지자 당시 당원들은 전략적 선택을 했다.
의원 이력도 없고 나이도 어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이는 주효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선, 지선까지 이겼다.
이번에도 보수정당의 위기가 도래한 만큼 당원들은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
당원들의 마음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의힘을 승리로 이끌 사람이다.
혼자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내 소신을 당원들에게 보여줬다.
대선 기간 누구보다 열심히 선거운동에 참여했고, 대선 참패가 확정되자 대부분의 의원이 떠나 상황실이 텅 비었을 때도 그곳을 지켰다.
말이 아닌, 실천하는 모습을 당원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
안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당대표 출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당대표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당대표 출마에 고심이 컸다.
말을 바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대표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내 혁신안을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혁신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혁신안을 공개할 방법은 당대표 출마뿐이었다.
당대표가 돼 직접 당 혁신을 지휘하는 편이 가장 좋겠으나, 설사 낙선하더라도 의미는 있다.
신임 대표가 내 혁신안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성취를 위해 ‘간을 본다’는 것은 안 의원이 쓴 누명이었다.
이날 만난 안 의원은 국민의힘 쇄신을 위해 몸을 갈아 넣을 준비가 된 사람으로 보였다.
“당 고칠 방법은 대표직 출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