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해부 | 인사로 본 이재명 정부] “이재명 정부 인사 기준은 충직‧유능…청렴”
● 李 “인사 기준, 우선순위 따지면 충직함과 유능함이 먼저”
● 文보다 높았던 ‘경기지사 이재명’의 인사 기준이…
● ‘인사 핵심’ 청렴함 내세우더니 슬그머니 “실용·능력·성과”
● 갑질 의혹 강선우, 표절 의혹 이진숙, 투기 의혹 조현…
● “도덕성 논란을 능력주의로 덮으려는 물타기 꼼수”
● 능력은?…“장관 후보자, 전문성 부재 심각” 비판도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은 ‘능력’과 그리고 ‘청렴함’ ‘충직함’이 될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인사 기준은 대통령후보 시절이던 5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해당 발언이 사실상 전부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인사 기준에 대해 유독 말을 아꼈고, 약속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이날 “지역, 성별 안배 등도 중요하게 고려하나”는 질문을 받자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에 대한 충직함”이며 “국민의 대리인이자 일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주인에게 충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둘째는 유능함”이라며 “우선순위로 따지면 충직함과 유능함이 먼저다”라고 답했다.
충직·능력·청렴 순으로 중요하게 살피겠다는 내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文보다 높았던 ‘경기지사 이재명’의 인사 기준이… 7월 11일을 기점으로 18명의 장관 후보자 면면이 모두 공개되면서 인사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은 물론 취임 이후로도 구체적 인사 기준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다수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다.
△갑질 의혹(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탈세 의혹(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 △투기 의혹(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농지 의혹(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양상도 다양하다.
국민의힘은 앞선 5명의 후보자에 대해 “무자격 오적”으로 부르며 지명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 행로에서 유달리 청렴을 강조했다.
애당초 성남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하던 2015년 12월 작성한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이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다.
해당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공직사회의 부패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는 것은 그가 관련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해당 논문에서 이 대통령은 “권력 재편기마다 모든 권력이 부패 척결을 외쳐왔을 정도로 국민의 부패 체감도가 높았지만, 거의 예외 없이 부패가 드러났다”며 문제의식을 보였다.
  실제로 정치인 이재명은 당내 주류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키웠고, 부패는 그가 즐겨 찾던 싸움터였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2월 16일 “가까운 사람이 다 포진해 그들에게 한자리씩 주고 나면, 잘못하면 (최)순실이 되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날렸고, 경기지사 시절인 2020년 7월 28일 “이듬해 인사부터 주택 보유 현황을 승진·전보·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기도청의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에 연말까지 ‘실거주 외 주택’을 모두 처분하도록 권고했는데, 이는 같은 시기 문재인 정부의 기준(2급 이상 공직자에 처분 권고)보다 엄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20대 대선에서도 관련 기조가 이어졌다.
당장 2021년 7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재명의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서울과 경기 분당에 아파트 2채 등 10여 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장·차남에게 재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빠르게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임명 때 백지신탁, 자산 상태를 조사해 필수 부동산 외에 가진 것이 있으면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 제 공약”이라며 “그런 분(이한주)은 제가 당선돼도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캠프의 정책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갑질 의혹 강선우, 표절 의혹 이진숙, 투기 의혹 조현…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로 인선된 강선우, 이진숙, 조현(위부터). 뉴스1 그랬던 이 대통령이 달라졌다.
‘필수 부동산만 보유’ 등 구체적 인사 기준은 능력, 청렴함, 충직함이라는 추상적 기준으로 대체됐다.
나아가 인사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청렴을 사실상 후순위로 배정했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의 인사 청문 기준은 실용과 능력, 성과”라며 “경제·민생·통상 위기를 조속하게 극복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해 관련 기조에 힘을 실었다.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준비해야 한다”던 20대 대선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제가 당선돼도 공직을 맡을 수 없다”던 이한주 위원장은 어느덧 국정기획위 수장을 맡으며 이재명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능력’에 방점을 찍은 만큼 후보자 면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새 정부 1기 내각 추천이 끝났으니 털어놓는다”며 “대통령의 눈이 너무 높다”고까지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의 평가는 정반대다.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증인 및 참고인이 채택되지 않고, 장관 후보자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 역시 대거 거부하면서 사실상 검증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7월 15일 “여당이 청문회 파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17명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이 딱 두 사람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윤석열 정부 때의 분위기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민주당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암 덩어리가 되기 전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후보자 검증을 위해 부른 증인 수는 2명으로, 현 정부 17명 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해 채택된 전체 증인 수와 같다.
당시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17시간 30분 동안 청문회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 청문회’를 겪고 장관이 된 한 인사는 이재명 정부 인사 청문회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 청문회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차라리 이번 청문회가 제도개선의 시발점이 돼 관련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증 통로가 막힌 가운데 각 장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둘러싸인 상태다.
보좌진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 예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개인 쓰레기를 버리게 했고, 변기 수리를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0년, 2022년 두 차례 임금 체불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진정을 받은 사실마저 밝혀져 갑질 의혹에 불을 붙였다.
여가부가 약자와의 동행을 추구하는 부서인 만큼 “갑질 의혹을 받는 이는 여가부 장관으로 부적격”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10여 차례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기 표절은 물론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정황도 여럿 보여 논란을 더하고 있다.
논문 표절 대표적 인사 배제 사유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공직 배제 7대 원칙’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 왔던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역시 이번 인선으로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다주택자의 고위공직 배제’ 방침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자연스레 버려졌다.
한 후보자는 서울에 아파트·단독주택·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고, 경기에 단독주택을 가진 3주택자다.
이 밖에도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투기, 편법 증여, 대기업 전세 계약 등의 부동산 관련 의혹에 휘말렸다.
특히 자녀의 부동산 매입을 지원하기 1년여 전 “부모가 아파트를 사주면 신분이 고착화된다”는 내용의 강연을 해 내로남불 논란에 섰다.
2019년 조 후보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도움으로 18억 원을 주고 매입한 서울 용산구의 해당 아파트는 이후 시세가 크게 뛰어올랐다.
“도덕성 논란을 능력주의로 덮으려는 물타기 꼼수” 일각에서는 도덕성 논란을 이른바 측면 돌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음주 운전과 논문 표절 등 전통적 인사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각종 사법리스크를 겪었던 것이 내각 인선에서 능력을 내세우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 대통령은 그간 사법리스크에 대해 능력을 내세우며 대응해 왔는데, 내각 인선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측됐다”며 “도덕성 논란을 능력주의로 덮어보려는 ‘물타기 꼼수’”라고 평가했다.
채 교수는 “이 대통령식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능력주의)는 자칫 청렴과 정직에 기초한 능력을 외면하고, ‘수단과 방법보다 성과가 중요하다’는 기회주의적 능력주의를 공직사회에 퍼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장관 후보자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재섭 의원은 ‘신동아’에 “보훈 행사를 열심히 다녔다고 장관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느냐”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돈 문제나 범죄 전력도 심각하지만, 보훈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 부재가 더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평가했다.
  김재섭 의원실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보훈부 장관 적임자라는 소명 및 근거’로 제출한 자료에서 “원래 보훈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보훈 가족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며 “국회의원,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입법·예산 심의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관리 경험 등을 쌓았으며, 국민·단체 등과 소통하는 능력 및 이견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답했다.
권 후보자는 해당 자료에서 “보훈단체 주관 행사 등 지역 보훈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자가 국회에서 보훈 부문을 다루는 국방위나 정무위에 참여한 적이 없고, 보훈 및 군·경 관련 상훈을 받지도 못했다는 점 역시 자격 논란을 더했다.
인사 기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깊어지면서 대통령실이 중재에 나섰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검증 기준이 있다”면서도 구체적 지침을 밝히지 못한 탓이다.
우 수석은 7월 14일 MBC 인터뷰에서 “예를 들면 부동산투기를 ‘심하게’ 했다거나, 성 비위에 연루됐다거나, 음주 운전을 ‘심하게’ 해 인사 사고가 났다거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기준을 갖고 살핀다기보다 과거 공직자 인사 검증 기준이 대체로 종합적으로 적용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부동산투기와 음주 운전의 수준을 “심하게”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점도 불신을 일소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정부가 인사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진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가 앞서 제시한 7대 기준(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과 유사한 수준에서 인사 기준을 정립 및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文보다 엄격한 기준 내세웠던 李 대통령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