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치료 거부하는 중환자 신세” 국민의힘 이끌 당대표 누구인가
● 공천 파동→ 총선 패배→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8년 만에 되풀이
● 권영세 “당이 어려움에 빠진 건 尹-韓 갈등이 시작점”
●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2020년 9월 창당 이후 처음 10%대 추락
● 책임 있는 주요 정치인, ‘대여 투쟁’보다 ‘당권 투쟁’에 더 관심
● 윤희숙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거취 밝혀라”
● 조경태 “당 대표 되면 인적쇄신, 인적청산 속도 내겠다”
● 안철수 “영남 자민련 벗어나려면 수도권 당원 얘기 들어야”
● 8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당대표 선출 전대 개최
조경태 의원. 동아DB | 안철수 의원. 동아DB
김문수 전 대선후보. 동아DB | 장동혁 의원. 뉴스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은 2025년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라는 비슷한 이유로 행복감에 젖어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패배 원인’과 ‘수습 방안’을 놓고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이 되는 일은 없고, 안 되는 일만 많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 결과는 연이은 전국 선거 패배였다.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전국 선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러다 2020년 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뒤 치른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반등했다.
당시 2년 가까이 계속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이른바 ‘추-윤 갈등’의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이후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에는 홍준표·유승민 등 보수진영의 기존 대선후보 대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윤석열 전 총장을 영입해 0.73%포인트의 근소한 표차로 신승을 거뒀다.
  대선 승리로 국민의힘은 반짝 재기한 듯했다.
하지만 2년 뒤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공천 과정에 불거진 친윤 대 친한 갈등이 불거지며 ‘여소야대’ 상황은 ‘여소거야’로 더 많은 의석 격차로 벌어졌다.
총선 패배로 국정 동력이 약화한 데다가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명태균 게이트’까지 본격화하자 윤 전 대통령은 느닷없이 12·3비상계엄을 선포해 몰락을 자초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이후 치러진 6·3대선에서 국민의힘은 패함으로써 8년 만에 다시 ‘탄핵-선거 패배’라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인 것처럼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일상적 일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 논란, 그리고 ‘진박 감별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한 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전철을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이다.
한 번은 실수로 여길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실력’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박근혜, 2025년 윤석열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치러진 22대 총선은 공천 과정에 불거진 내부 갈등과 최악의 선거 결과 등 여러모로 2016년 20대 총선과 많이 닮았다.
총선 참패 후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석 달 만에 다시 전당대회에 나서 당대표에 올랐다.
숙려 기간이나 냉각기 없이 ‘친윤 대 친한’ 2라운드가 재현한 것이다.
이후 12·3계엄과 탄핵,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졌다.
0.73%포인트, 간발의 차로 승리한 국민의힘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마치 천하를 다 얻은 양 친윤 위주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이 민심과 괴리는 더 커졌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로 자멸을 재촉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서는 터무니없이 권력을 이양한 현 상황이 얼마나 황당하겠느냐”며 “허망하게 권력을 빼앗기고도 진지한 반성조차 없는 모습에 더욱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패했음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네 탓’ 책임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에 당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였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반성’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당의 쇄신을 위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7월 14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앞으로 3년 동안 무도한 여당 혹은 정부의 여러 가지 독선적 행태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사람 내보내고 저 사람 내보내서 20~30명 갖고 어떻게 그걸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국민의힘이 분열해서는 거대 여당을 상대로 맞설 수 없다는 현실론을 들어 인적 청산 주장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참전했다.
그는 7월 14일 자신의 SNS에 “계엄 해제 당일 아침, 권 의원은 ‘한 대표의 즉각적인 계엄 반대가 경솔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직격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도 “계엄 직후 왜 이런 조치가 내려졌는지 사태 파악도 없이 여당 대표가 곧바로 계엄 해제에 나선 건 감정적 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당이 어려움에 빠진 건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시작점”이라며 “총선 참패가 당의 위기를 가속화했다는 비판도 많은데, 한 전 대표는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와 권 전 비대위원장이 저마다 합리성을 주장하며 논쟁하는 사이 그 같은 국민의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대선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7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지지율의 2배가 넘는 4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2020년 9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직전인 5월 마지막 주 조사 때 31%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40여 일 만에 1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율 10%대로 추락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이미 총선에서 3연속 패했다”며 “총선 패배는 곧 재집권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도 당내에서는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사결정이 주로 TK 등 영남권 의원 중심으로 이뤄져 수도권 정서나 위기의식이 당 전체로 공유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그런 위기의식 부재가 현 상황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경북 김천에서 3선을 한 송언석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총 투표 106표 가운데 과반인 60표를 얻었다.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에서 3선한 김성원 의원이 30표, 부산진을에서 4선한 이헌승 의원이 16표를 얻었다.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세가 강한 TK 출신을 새 리더로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의석 분포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와 함께 “돌고 돌아 다시 TK”라는 혹평이 뒤따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뉴시스 송 원내대표는 당 혁신위원장으로 안철수 의원을 임명했지만, 안 의원은 “비대위가 최소한의 인적 청산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당대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혁진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인사 가운데 계엄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 중 하나이고, 두 번의 대통령 탄핵 표결 때도 모두 찬성했으며, 세 특검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이라며 “그가 행한 말과 행동으로 비춰볼 때 그에게 혁신위원장이란 ‘칼’을 쥐여주면 어떤 일을 할지 뻔히 예상됐는데도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혁신위원장에 안 의원을 임명하지 말던가, 안 의원을 임명했으면 안 의원 뜻대로 혁신하도록 뜻을 따라줬어야 하는데,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게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여전히 야당으로서 여당 견제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 변호사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안 의원이나, 대선 패배 당사자인 김문수 전 후보, 그리고 한동훈 전 대표까지 세 사람 모두 ‘대여 투쟁’보다 ‘당권 투쟁’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누가 보더라도 중환자인데,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아픈 것을 인정하고 치료받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 지금의 상황이 쉽사리 호전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강원택 교수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 인물을 찾거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에는 그런 절박감이 없다”며 “지금과 같은 모습이 계속된다면 지금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3특검 칼날 어디로 향할지 주목 내란과 김건희, 채 상병 특검 등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연루된 세 특검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특검 수사의 칼날이 앞으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압수수색을 당한 윤상현·임종득 의원 외에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로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의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재경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서원 국정농단 특검 수사도 처음엔 국정농단으로 시작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법 처리 범위가 크게 늘지 않았느냐”며 “세 특검 수사 진행 과정에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당원이 직접 선출한 정통성 있는 지도부가 들어서면 힘 있게 당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윤희숙 혁신위에서 마련한 혁신안에 대한 원내·외 공유를 거쳐 지도 체제를 확정하고 나서 전대 일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7월 18일 회의를 갖고, 8월 22일 청주 오스코에서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7월 30~31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8월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경선을 진행한다.
전당대회 룰은 기존처럼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하기로 했다.
7월 18일 현재 조경태, 안철수 의원과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 기획관, 양향자 전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장동혁 의원 등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 한동훈 캠프 좌장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조 의원이 전대에 완주할 경우 한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하지 않는 대신 조 후보 당선을 위해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의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인해 조기 대선을 치렀고, 또 패배했음에도 단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찐윤 폐족이 나와야만 국민의힘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인적쇄신위원회를 신설해 철저하게 인적 쇄신을 추진하겠다”며 “당 윤리위원회도 정상 가동해 신속하게 인적 쇄신을, 인적 청산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의원도 ‘신동아’ 인터뷰에서 “‘영남 자민련’이란 오명을 벗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수도권, 그 중에서도 열세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당의 구조를 바꾸고 당에서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당직자나 당원을 정치인으로 키워내 ‘불임정당’이란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승부로 펼쳐지는 경선에서는 ‘무엇을 했느냐’는 ‘팩트’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인식’이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과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높은 대중성은 장점이지만, 조직관리 측면에서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6선 조경태 의원은 관리자로 적임일 수 있지만 대중성이 약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새롭게 조명받는 이가 충청 재선 출신 장동혁 의원이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 장외 집회에서 카랑카랑한 연설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동훈 비대위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아 당 조직관리를 경험한 것도 장 의원의 강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높은 대중성을 갖고 있는 한 전 대표가 직접 전대에 뛰어들지 않을 경우, 장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7월 16일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장 의원과 나 의원이 전대에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자중지란’ ‘지리멸렬’이란 비판에서 벗어나 거대 여당을 견제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탄핵 찬성 조경태·안철수냐, 탄핵 반대 김문수·장동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