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 Point] 콜마BNH “예상 외 경영권 분쟁에 공시도 놓쳐”
● 콜마BNH 4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
●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경영진 교체 나서
● 콜마BNH 측 “투자 끝에 성과 나오는 상황”
● 윤여원 대표는 “오빠와 대화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 성과 나오기 직전에 갑자기 대표 퇴진 요구
● 예측 못한 결과라 공시도 제때 못해
● 콜마홀딩스 “사정이 어쨌든 고의 지연일 뿐”
왼쪽부터 윤동한 한국콜마그룹 회장,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동아DB, 뉴스1
“오랜 겨울을 거쳐 (영업이익) 반등을 앞둔 시점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콜마그룹의 건강기능식품 제조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관계자의 발언이다.
5월 2일 한국콜마그룹의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는 대전지방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콜마홀딩스는 주주총회를 열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대표를 콜마BNH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려 한다.
윤여원 콜마BNH 대표 측은 경영권을 뺏으려는 시도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7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콜마BNH가 2020년부터 줄곧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콜마BNH를 생명과학기업으로 재편하고 경영 쇄신을 통해 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콜마BNH 측은 반박에 나섰다.
윤 대표는 7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왔으며 2024년에는 연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615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콜마BNH 관계자는 7월 8일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국내시장에 천착하지 않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가 2025년을 기점으로 나올 예정이었다”며 “하반기 공시를 할 때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난감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투자 때문에 이익 적었을 뿐  이 관계자는 또 “경영권 분쟁으로 상반기 공시에도 실수가 생겼다”고 언론에 처음 밝혔다.
콜마BNH는 6월 26일 경영권 분쟁 소송 내용과 영업실적 전망 등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콜마BNH 측은 공시를 하지 못한 내막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5일 만인 5월 7일 콜마홀딩스에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윤 대표에게 e메일로 알렸다.
공시를 해야 했으나, 윤 대표가 반대했다.
직접 오빠인 윤 부회장을 설득해 보겠다며 나선 것이다.
의무 공시 기한인 5월 9일 이전에 윤 부회장과 대화를 통해 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 취하를 이끌어내려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이에 실패했고, 공시를 해야 할 기간이 지나버렸다.
콜마BNH 측은 “한국거래소 측도 이 같은 사정을 참작해 벌점 대신 1600만 원 공시위반제재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동아’는 콜마홀딩스 측에 윤 대표가 직접 윤 부회장을 찾아간 것이 사실인지 질의했으나 만남 여부는 답변하지 않고  “소송 내용을 인지 즉시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콜마BNH는 특이한 회사다.
지난 2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기 때문이다.
콜마BNH 측 주장대로 2022년 이후 매출은 계속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따르면 콜마BNH의 매출은 2020~2022년 2년간은 하락세였으나, 2022년 이후 반등했다.
2020년 606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21년에는 5931억 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5159억 원까지 줄었다.
2023년 반등이 시작됐고, 5796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2024년에는 615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0년의 매출을 앞질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계속 하락세였다.
콜마BNH는 2020년 10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1년 916억 원, 2022년 611억 원, 2023년 303억 원, 2024년에는 246억 원까지 줄었다(표 참조).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줄자 주가는 급락했다.
2020년 8월 6만800원대를 기록했던 콜마BNH의 주가는 2025년 7월 9일 1만5050원까지 떨어졌다.
콜마BNH 측은 “장기간의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었던 것”이라 주장했다.
콜마BNH 관계자는 “2020년부터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황이 시작돼 동종업계 매출이 전부 나빴다”며 “국내시장 불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늘어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세종3공장 자동화 공정 도입 등 공장 및 설비에도 투자했다”고 부연했다.
  콜마BNH 공시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의 자산이 늘었다.
2022년 콜마BNH가 가지고 있던 토지의 가격은 약 515억 원이었으나, 2023년 780억 원가량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845억 원으로 증가했다.
보유 건물 가격은 2022년 1094억 원에서 2023년 1056억 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2024년에는 1264억 원으로 늘었다.
기계장치의 경우 2022년 380억 원에서 2023년 364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4년 842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자산 가격 변동 폭이 큰 것을 보면 단순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콜마BNH의 주장대로) 생산설비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족끼리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져 콜마BNH 측은 “경영권 분쟁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때마다 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에 보고했다는 것. 콜마BNH는 7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년간 콜마홀딩스는 정기적인 대면 보고를 통해 주요 사업 전략과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해 왔으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신사업 제안과 투자 계획 또한 지주사 차원에서 대부분 반려돼 왔다”고 주장했다.
  콜마홀딩스 측의 생각은 달랐다.
콜마홀딩스 측은 “경영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고하고 협의했다고 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주사에 돌려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사업상 결정에 대해 지주사의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이는데 콜마BNH 측에 되묻고 싶다”며 “보고하고 협의했다고 모든 사업상의 결정이 지주사 책임이라면 대표이사의 경영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까”라고 덧붙였다.
  콜마홀딩스 측은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2020년 2조1000억 원에 달했던 콜마BNH의 시가총액이 5년 만에 4000억 원대로 폭락했으며, 영업이익도 4년간 계속 줄었다”며 “콜마BNH의 최대주주이자 지주사로서 권리를 행사해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 경영 쇄신에 나설 생각”이라 밝혔다.
  콜마BNH를 둘러싼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경영권 분쟁이 가족 간 법적 분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한국콜마 창업주인 윤동한 콜마홀딩스 회장이 나섰다.
윤 회장은 딸의 손을 들어줬다.
5월 15일 한국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는 “콜마홀딩스,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화장품·제약 부분은 윤 부회장이, 콜마BNH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 대표가 맡기로 한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창업주로서 직접 나서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중재는 무위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5월 30일 윤 회장은 아들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윤 회장이 2019년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현재는 무상증자를 거쳐 460만 주로 늘어난 상태)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다.
  윤 회장은 아들에게 한 주식 증여는 딸인 윤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부담부증여’였다고 주장하며, 이에 합의한 문서도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소송과 함께 윤 부회장이 소송 중에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6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윤 회장은 소송을 제기하며 “공동의 약속을 저버리고 사익을 앞세운 선택이 결국 그룹 전체에 상처를 남겼다”며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한국콜마그룹의 건강한 미래를 바로 세울 것”이라 강조했다.
우보천리는 윤 회장의 경영 원칙이다.
느리지만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子 콜마홀딩스 주식, 창업주에 돌아갈지도 소송은 경영권 갈등의 핵심 축이 됐다.
증여했던 지분이 다시 윤 회장에게 돌아가면, 윤 부회장은 최대주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
현재 윤 부회장이 보유한 콜마홀딩스 주식은 총 1089만316주. 이 중 약 460만 주가 윤 회장에게 돌아간다면 윤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629만316주로 줄어든다.
반면 윤 회장은 651만8726주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보유 주식 양은 크지 않으나, 윤 대표와 그의 남편도 콜마홀딩스 주식 368만6540주를 가지고 있다.
윤 부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 코리아가 가진 195만2199주를 보유하고 있으나, 두 지분을 합해도 윤 회장과 윤 대표에 비해서는 열세다.
재계에서 지분이 윤 회장에게 되돌아가면 경영권 다툼은 윤 대표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그래프 참조). 한편 7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주식 974만6090주를 담보로 약 460억 원을 대출받았다.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합의문 해석이다.
6월 10일 윤 대표는 윤 부회장이 2019년 주식을 증여받을 때 했던 합의를 어기고 콜마BNH 경영권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대전지방법원에 위법행위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7월 2일 대전지법에서 있었던 위법행위 중지 가처분 재판 1차 심문에서 합의문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공개된 합의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윤상현(윤 부회장)은 KMH(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윤 대표)이 윤동한(윤 회장)으로부터 부여받은 KBH(콜마BNH) 사업 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하거나 KMH로 하여금 지원 혹은 협조하도록 하여야 한다.
” 윤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콜마그룹 ‘남매 경영’은 사전 합의된 경영 질서”라며 “합의문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회장이 윤 대표에게 넘겨준 콜마BNH 경영권을 원활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에는 윤 회장 일가 외에도 안병준·김병묵 전 콜마홀딩스 대표와 정화영 전 콜마BNH 대표의 서명이 담겨 있다.
윤 대표 측은 이 부분을 짚으며 개인이 아닌 경영자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윤 회장 역시 윤 부회장이 주식 증여의 전제 조건이던 경영 합의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윤 부회장 측은 “합의 당사자는 윤 회장과 윤 부회장, 윤 대표 3인일 뿐 콜마홀딩스라는 회사는 빠져 있다”며 “콜마홀딩스에는 합의문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합의문에 과거 경영진의 서명이 있는 것에 관해서는 “콜마홀딩스와 콜마BNH 전 대표들은 입회자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이 모두 인용될 경우 향후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과 주식 반환 청구 소송 모두 핵심은 합의문과 그 내용”이라며 “가처분 소송에서 합의문과 그 내용을 인정한다면 추후 소송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콜마, 사전 합의된 ‘남매 경영’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