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비은행 부문을 키워라! 하나금융의 도전
● 주가도 실적도 ‘우상향’…시장 신뢰 속 함영주 2기 시작
● 2027년 ‘비은행 30%’ 과제…신탁·연금·시니어 케어 주목
● 초고령사회 잡아라…연금·요양·저축까지 하나로 묶는 ‘시너지’
● 저성장·고령화로 고심하는 금융권…하나금융 도전 선례 될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월 25일 주주총회 결과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8년 3월로 연장됐다.
하나금융
함영주(69)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에 돌입했다.
함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와 비은행 부문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최근 실적과 주가 두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면서 관련 행보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2027년까지 비은행 순이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초 출범한 ‘함영주 2기’ 체제는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다.
함 회장은 3월 25일 정기주총에서 81.2%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하며 2028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2022년 첫 선임 당시 찬성률이 60.4%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지지가 강화된 셈이다.
주가도 실적도 ‘우상향’…시장 신뢰 속 함영주 2기 시작
함 회장은 가계대출 중심의 전통적 수익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사령탑을 잡았다.
그는 신탁·연금·시니어케어 등 비이자 기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해 ‘하나금융표 시너지’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취임 후 매년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하는 등 꾸준히 실적 개선을 이끌어온 것이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여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강도 높은 주주환원 정책도 한몫했다.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 주가는 2015년 이후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함 회장 취임 이래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역시 역대급 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1조1277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340억 원)보다 9.1% 많아졌다.
2015년 하나·외환은행 공식 통합한 이래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핵심인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도 나란히 늘었다.
이자 이익은 2조27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수수료 이익(5216억 원) 역시 1.7% 증가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은 3조9690억 원으로 전년(3조7388억 원) 대비 6.1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속적인 실적 성장과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리며 밸류에이션 재평가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적극적인 밸류업 행보에 시장이 호응한 덕분이다.
총주주환원율은 2022년 27%에서 2024년 38%로 상승했으며, 2027년까지 5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연장선상에서 2월 40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올해 1조7000억 원을 배당하기로 약속했다.
주요 증권사는 하나금융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인 만큼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규모 기준 주주환원 수익률은 9.7%로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2024년 10월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금융센터에 마련된 ‘하나더넥스트 라운지’ 1호점에서 이승열 하나은행장(왼쪽 네 번째)과 광고모델을 맡은 방송인 강호동(왼쪽 다섯 번째)이 개점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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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비은행 30%’ 과제…신탁·연금·시니어 케어 주목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 앞에는 ‘비은행 기여도 개선’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금융은 수익 구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 가운데 90% 가까이가 하나은행에서 나올 정도다.
하나금융의 안정적 성장과 수익 다변화를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셈이다.
함 회장은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을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단순히 수치 상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그룹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전략적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비은행 부문의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사회 대응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것이 함영주 체제의 핵심 전략이다.
신탁, 연금, 시니어케어 등 비이자 기반 신사업을 비은행 계열사와 긴밀히 연결해 그룹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단일 상품을 통한 접근이 아닌, 그룹 차원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에 진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시니어 금융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다양한 금융상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그룹의 체질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하나금융은 ‘하나더넥스트(HANA The NEXT)’라는 통합 브랜드를 구축하며 시니어 금융 시장을 정조준한 상태다.
금융과 복지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시니어의 소중한 인생 2막을 위한 하나금융만의 솔루션’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했다”며 “금융으로 준비하는 미래 설계는 물론 건강관리 등 비금융 분야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케어 전반에서 새로운 경험을 누리기를 바라며, 시니어 세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로서 함께하겠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생명보험 등 관계사 간 협업을 바탕으로 금융과 비금융 분야 전반에서 삶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선 세 회사 외에도 하나손해보험, 하나자산운용, 하나벤처스의 사장단과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하나더넥스트 협의체를 통해 운영을 총괄하는 식이다.
하나은행의 분야별 전문가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이 시니어 콘텐츠를 연구하는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생명 역시 6월 시니어 특화 자회사인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출범했다.
해당 자회사는 요양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설정하는 등 라이프케어 전문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나생명의 요양 사업은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금융공익재단이 2009년부터 운영해 온 하나케어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하나케어센터는 금융권에서 최초로 운영한 요양 시설이다.
이미 하나은행은 신탁 부문에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신탁 부문은 시니어 금융 서비스의 핵심이다.
하나은행은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유언대용신탁 상품 ‘하나 리빙 트러스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으며, 관련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이외에도 △종합재산신탁 △자녀교육신탁 △장애인신탁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이자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과 협업해 고객의 로크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탁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평균 자산 규모가 크다.
은행 입장에서 놓쳐서는 안 될 우량 고객인 셈이다.
12억 원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역모기지론 등 자회사 간 시너지도 본격화하고 있다.
5월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이 공동 개발한 민간 주택연금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는 등 전방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하나은행에 자신의 주택을 신탁 방식으로 맡기고 자기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이 경우 하나생명은 매월 정해진 연금을 본인은 물론 배우자 사망 시까지 종신 지급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어, 기존 주택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합병이 대표적 예다.
이를 통해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운용자산 50조 원 규모 10위권 통합 자산운용사로 거듭날 수 있다.
저성장·고령화로 고심하는 금융권…하나금융 도전 선례 될까
3년의 연임 기간은 함 회장 입장에서 기회의 시간이다.
그는 신탁·연금·시니어케어 중심의 장기 수익 기반 다지기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 전환을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 생애주기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 은행 중심의 수익모델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함 회장의 ‘현장형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될지가 주목받고 있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장 취임 후 100일 동안 영업점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는데, 이때의 경험은 이후 경영철학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요 계열사 CEO를 영업통으로 교체했는데, 이 역시 현장 중심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 김용석 하나캐피탈 대표 모두 영업 현장을 두루 거친 인사다.
함 회장 본인 역시 1980년 고졸 행원으로 서울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해 그룹의 수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현장 중심의 인사 이후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주 체제에서 하나금융의 ESG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낼지 역시 주요 관전 요소다.
올해 하나금융은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24년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획득하며 은행산업 부문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만 사회 공헌 목적으로 6418억 원을 투자하는 등 다양한 ESG 행보가 인정받은 덕분이다.
하나금융은 소상공인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ESG 지원사업, 국공립 어린이집 100호 지원, 지방소멸 대응 프로젝트, 금융교육 캠페인 등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밸류업에 대한 대응도 2기 체제의 성과를 평가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빠른 속도로 한국 증시 밸류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연일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밸류업 전략은 금융업 전반의 과제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 사회는 저성장·고령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안겨준 이자 수익에 의존하던 경영 방식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비이자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역량을 지닌 금융사만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제시하는 탈(脫)은행 중심 전략은 그 결과에 따라 중요 선례가 될 수 있다.
‘하나다운 방식’으로 이를 실현하겠다는 함영주 회장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밸류업 순항 함영주 2기, ‘시니어 금융’으로 체질 개선 성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