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입지 강화로 시장 다변화 모색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디지털데일리 황대영 기자] 현대차·기아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속에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국 내 월간 자동차 판매 실적에서 양사가 나란히 '톱5'에 진입하며 유럽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6월 한 달간 영국 시장에서 1만109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수치로, 영국 시장 월간 판매 순위에서 4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달 기아는 1만43대를 판매해 5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현대차와 함께 영국 판매 상위 5위권에 진입한 것은 사상 최초다.
이 같은 성과는 현대차·기아가 북미발 불확실성에 대응해 유럽 시장 내 점유율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예고하거나 재검토 중이다.
특히 2024년 말 도입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요건 강화 이후,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재편과 투자를 병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무역장벽이 낮은 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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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점유율, 신차 효과로 ‘10만 대’ 기대
현대차 전동화 SUV 아이오닉9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영국에서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8만7151대, 9만1808대를 판매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은 4만87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업계는 하반기 ‘아이오닉9’ 등 전략 전기차 출시를 감안할 때,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판매 증가의 핵심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이다.
해당 모델은 2023년과 2024년 모두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1만5496대를 기록하며 차종별 10위권 내 입지를 지켰다.
기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각각 10만7765대, 11만2252대를 판매해 브랜드 순위 7위와 8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엔 6만2,005대를 판매해 전체 브랜드 중 3위에 올랐다.
기아의 주력 모델인 ‘스포티지’는 상반기에만 2만3012대를 판매해 차종별 순위 2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4만7163대로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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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법인 판매 확대로 전략 다변화
2026 캐스퍼 일렉트릭 외장.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영국 판매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법인 및 리스 차량 판매 확대를 꼽고 있다.
이른바 B2B 판매 채널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면서, 소매 시장 외 고객층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차 판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전기차 ‘인스터(캐스퍼 EV 현지 모델)’는 출시 첫 달에만 1127대가 팔리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작고 효율적인 도심형 전기차에 대한 유럽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IRA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유럽 시장에서의 브랜드 입지 강화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영국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에서의 판매 성과는 미국 시장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분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美 관세 리스크 속…현대차·기아, 英 판매 ‘톱5’ 첫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