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박대리] 미국 상무부, 중국산 흑연에 93.5%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 결정
작년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왼쪽)와 포스코퓨처엠 유병옥 사장(가운데)이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음극재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 현지 시장 내 배터리 수요에 대한 요구가 유지되는 가운데, 대중국 무역 제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침체기에 빠진 양극재 업체들이 이를 말미암아 성장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배터리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 상무부는 중국 정부가 자국 흑연 업계에 불공정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이 12월5일까지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흑연 생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지난해 12월 중국 회사들이 반덤핑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청원을 미국 연방 정부 기관들에 제기한 것에 따라 취해진 조치 입니다.
93.5%의 반덤핑 관세가 추가되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흑연에 실질적으로 부과되는 관세는 160%로 치솟게 됩니다.
흑연 음극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BTR, 샨샨 등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포스코퓨처엠 등이 국산화해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중국 업체가 압도적인 점유율 확보한 이유는 높은 가격경쟁력에 있습니다.
중국 정부 중심의 해외 광산 투자에 따라 폭넓은 원료 공급망을 확보한 데다, 높은 가공 기술 및 값싼 인건비 등으로 원가를 크게 낮춘 거죠. 이들과 경쟁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흑연 음극재 가격은 거의 흑연 원가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를 이길 수 있는 건 말이 안된다"는 곡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만약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미국에 현지 공장을 갖춘 업체들의 중국산 음극재 비중이 높은 만큼, 이를 타개할 방안을 확보할 수 있겠죠. 반덤핑 관세 결정 소식이 전해진 이날(한국시간 18일)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2분기 실적발표도 진행됐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7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7% 줄었고, 직전 분기(172억원) 대비로도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였던 65억원 영업손실을 상회하며 체면치레에는 성공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6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줄었고, 순손익은 355억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양극재 고객사의 수요 감소가 본격화되며 에너지 소재 사업 부문에서 2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죠. 음극재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광양 전구체 공장이 2분기부터 가동되면서 초기 비용이 반영됐고, 원재료 재고평가손실 등도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줬습니다.
반면 기초소재 부문은 2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방어했습니다.
라임·화성 사업에서의 설비 개선과 판매량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플랜트 부문도 고객사 수요 회복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죠. 포스코퓨처엠은 1분기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413억원 영업손실) 대비 실적 흐름을 안정시켰습니다.
그러나 핵심 성장 동력인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힙니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전 가능성이 열립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광양 전구체 공장의 본격 양산 체제 돌입으로 자회사인 포스코리튬솔루션과 함께 '원료→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죠. 이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는 한편, 잠잠했던 파나소닉향 양극재 수주 논의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이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양극재 업체의 실적을 기대케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4사와 북미 배터리 공장 생산을 위한 양극재 공급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캔자스에 두번째 미국 공장을 개소해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 상태입니다.
두 공장 모두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향 2170 규격 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은 스미토모화학 등 자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관리(SCM)를 구축하고 소재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고 테슬라 생산 물량이 늘면서 국내 양극재 업체로의 발주 판도를 넓혀온 바 있죠.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중에 4사 가운데 일부 업체를 협력사로 선정하고 조만간 수주계약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이 예상 대비 장기화되면서 관련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4~5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봤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30D, 45X에 대한 개정이 최근에야 이뤄진 데다, 상호관세 등 북미 공장으로 수입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영향입니다.
실제로 수주 실제 계약 논의를 진행하던 일부 양극재 업체는 공급계약 체결 공시 시점을 작년 말에서 올해 상반기 말, 다시 올해 말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의 부진한 판매량도 수주가 지연된 영향 중 하나로 꼽힙니다.
파나소닉은 북미 단독 공장에서 테슬라 전기차향 배터리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공급량이 떨어지는 추세죠. 테슬라는 올해 2분기(4~6월) 글로벌 판매량이 대략 13.5% 가량 줄어든 상황입니다.
국내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테슬라 물량 감소에 따라 파나소닉의 올해 전기차향 배터리 탑재량이 1~5월 12.9% 역성장한 10.8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파나소닉으로 향할 양극재 공급 협의가 연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습니다.
2170 등 기존 주력 제품을 비롯해 4680 등 차세대 배터리향 수요가 잠재적으로 남아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이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죠. 일각에서는 이르면 파나소닉과의 계약이 3분기 중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판도를 넓히는 것도 긍정 요인입니다.
양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생산라인을 개편해 저비용 LFP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얼티엄셀즈는 올해 말 라인 전환 작업을 시작해 2027년 말부터 LFP 배터리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만 미 오하이오주에 있는 얼티엄셀즈의 제1공장은 기존처럼 NCM 기반 삼원계 양극재 배터리를 지속해 생산할 예정입니다.
해당 공장의 양극재 매입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시기상 국내 업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상주 리원을 비롯한 중국 업체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의 LFP 양극재를 들여오고 있지만, 계약 기간은 2027년에 마무리될 예정이죠. 이를 결정케 하는 요인은 역시 가격입니다.
중국산 양극재의 경우 일정 비율이 되면 최근 발효된 OBBB에 따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지 못하게 하지만, 현재까지는 다른 부품·소재를 현지화하면 대응하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 점을 활용해 홀랜드 독자 공장에서 중국 LFP 양극재를 탑재한 ESS 배터리를 제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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