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스마트 레깅스
조금씩 등산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레깅스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려는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 시기 젊은 세대의 등산 유입이 늘어나면서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있다.
바로 레깅스다.
산에서 레깅스를 입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매우 드높았다.
일단 몸매가 다 드러나기 때문에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컸다.
그래서 레깅스를 입고 싶다면 어느 정도 가릴 수 있게 길이가 긴 티셔츠나 반바지 등을 덧입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존 등산복에 비해 방수, 방습 기능이 약해 조난당할 시 더 위험하고, 잘 찢어진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재 레깅스는 꽤 보편적인 등산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월간산이 독자 1,1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40% 가까이 산에서 레깅스를 입어도 상관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물론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여전히 과반수는 등산 패션으로 레깅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레깅스를 더욱 진일보한 등산 패션으로 만들자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기능까지 도입한다는 것. '인문사회과학연구'지에 이현승(인천대), 김경아(세명대) 조교수가 공동 발표한 '레저 활동 시 착용자의 안전 보조를 위한 스마트 전신 레깅스 개발 : 사용자 행동 인식을 통한 부상 및 사고 인식과 알림 기능 구현을 중심으로'란 논문이다.
연구를 쉽게 풀면 이렇다.
레깅스에 센서를 여러 개 달아서 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그리고 관절이 꺾이거나 뒤틀리는 상황의 각도, 가속도 변화를 레깅스가 인식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수직이나 포물선으로 추락하는 상황의 변화도 알아차리게끔 만든다.
가령 100cm 이상의 고도 변화가 인식된 이후 10초 이내에 일상적 움직임에 해당하는 변화가 레깅스에 입력되지 않으면 착용자가 추락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부상 후 의식을 잃은 상황이 확실시되면 기존에 입력해 둔 비상 연락처나 119에 부상·사고 발생 알림 문자를 보내고, GPS 위치도 같이 전송한다.
연구진은 이런 부상과 사고 인식 임계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프로토타입 레깅스를 제작한 뒤 더미 보디를 활용해 각 관절이 가동범위 외의 방향으로 꺾이는 움직임과 각도, 다양한 추락 상황과 구름 사고 등을 시연했다.
이를 통해 각 패턴에서 '어느 정도를 부상이나 추락으로 볼 것인지' 범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부상, 사고 인식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나 경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는 2~5초 정도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넘어지는 동작과 구르는 동작이 복잡하고, 산악지형에선 무선 통신 연결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연구진은 "아웃도어 활동 시 의류에 장치된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사용자의 부상이나 좀더 심각한 사고 상황의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인지해 외부로 이를 알릴 수 있다면, 사용자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응급조치나 구조 등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위치좌표를 즉각적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응급구조 서비스의 행정력 보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등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도시에서 조깅이나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람이 사용할 수도 있고, 새벽 시간 홀로 도로변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도 알림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추락해 의식 잃으면 신고해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