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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자료실을 샅샅이 뒤져 우중산행 관련 궁금 사항에 답을 달았다.
비 오는 날 등산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강수량에 따라 다르다.
그에 따라 필요한 준비물도 다르다.
시간당 1mm씩 내린다면 보슬비에 해당한다.
이때 울창한 숲에 있으면 나뭇잎이 빗방울을 가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당 2mm씩 내리는 것도 약한비에 해당한다.
시간당 5mm가 넘게 내린다면 2시간 이상 장시간 산행은 피해야 한다.
몸이 젖기 시작하고 추워진다.
시간당 10mm 이상 기록된다면 산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때부터 등산로는 진흙탕으로 변하고 미끄러운 구간이 곳곳에 생긴다.
이때 등산 중이라면 바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30mm 이상 내린다면 계곡이 불어나고 고립될 수 있다.
산에 있다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
산행할 때 우산은 편리할까?
길이 잘 나 있는 등산로나 평탄한 산책로, 둘레길을 걸을 때 유용하다.
가벼운 접이식 우산을 휴대하고 다니다가 바람이 없고 평탄한 상황에 사용하면 좋다.
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단점인데, 배낭 어깨끈에 우산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방수 재킷 대신 판초우의를 입어도 괜찮을까?
물론 괜찮다.
판초우의는 방수 재킷보다 방수력이 더 뛰어난 경우가 있다.
상체는 물론이고 하체가 젖는 것도 웬만큼 막을 수 있다.
또 배낭을 감쌀 수 있어 배낭커버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재킷보다 무겁고, 입고 산행할 경우 덥거나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배낭 커버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배낭 안에 대용량 비닐봉투를 넣은 다음 짐을 싸면 된다.
대용량 비닐봉투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김장 봉투'가 적당하다.
입구를 고무줄로 조일 수 있는 비닐봉투도 있다.
마라톤 대회 때 참가자에게 나눠 주는 옷 보관용 봉투가 그것이다.
우중산행 중 발이 젖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 오는 날 산에 갔을 때 등산화가 젖지 않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신발 내부로 100%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덜 젖게 하는 방법은 있다.
먼저 '고어텍스 소재 등산화를 신는 게 좋다.
고어텍스 등산화를 신기 전 적당한 비닐봉투에 발을 넣은 다음 종아리 부분을 테이프로 감아 고정시킨 뒤 등산화를 신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발이 땀에 젖게 할 수 있다.
여름 산행용 게이터(스패츠)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겨울에 신는 빙벽등반용 '이중화'를 신으면 우중산행에서 발이 젖는 걸 확실히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중화는 무겁고 둔탁하다.
신고 오래 걷는 건 매우 힘들고 발이 적응이 안 되어 있을 경우 물집이 생길 수 있다.
등산용 샌들을 신어도 괜찮을까?
발을 젖지 않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젖은 채로 산행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럴 때 등산용 샌들을 신으면 된다.
하지만 샌들을 신고 하루 종일 걷기란 힘든 일이다.
5km 내외의 짧은 코스를 갈 때 신는 것을 추천한다.
방수 장비 외에 꼭 필요한 장비는 뭘까?
트레킹폴은 필수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산길에서 넘어짐을 방지할 수 있다.
비상식량과 헤드랜턴도 있어야 한다.
도시와 달리 산은 날씨가 흐릴 경우 금세 어두워진다.
헤드랜턴 없이 산길에서 헤맬 수 있고, 평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있다.
에너지를 보충할 식량이 있다면 마음에 안정감도 준다.
보온용 옷도 챙기는 것이 좋다.
산에서 벼락을 만날 경우가 많을까?
등산 도중 기상과 관련된 재난 중에서 가장 가공할 만한 것이 낙뢰다.
낙뢰 사고는 미처 손쓸 틈을 주지 않고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그동안의 기상통계를 보면 낙뢰 피해는 1년 중 적란운이 가장 많이 발달하는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계된 기상자료에 의하면 8월 중 60만 회, 7월 중 40만 회 정도의 벼락이 일어났다.
벼락의 주범은 적란운이며, 계곡의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공기가 대기 상층부의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할 때 생긴다.
특히 산악지대는 지형의 기복이 심해 공기가 불균형하게 가열되기 때문에 더욱 생기기 쉽다.
등산 중 벼락이 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의 나무나 돌출된 바위보다 더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춰 저지대로 피해야 한다.
우묵한 지형이나 동굴, 지붕 형태의 바위 밑으로 신속히 대피는 것이 좋다.
되도록 지면에 몸이 닿는 부분을 작게 해야 한다.
양손은 반드시 땅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몸에 지닌 쇠붙이도 떼어내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 좋다.
벼락이 치기 전 미리 알 수 있을까?
벼락이 치기 전에 '정적방전靜的放電' 징후를 보일 때가 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거나 귓가에서 징징거리며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노출된 피부가 거미줄에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등산로에 가설된 쇠말뚝, 쇠줄, 전선 등에서 푸른빛이 나타나거나 피켈, 텐트 폴 등에서 스파크 현상 등의 징후가 엿보인다.
이러한 정적방전 징후는 벼락 직전의 예보적 징후라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목격했을 때 즉시 피해야 한다.
비를 맞고 산행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을까?
방수재킷과 바지를 입지 않고 오랜 시간 비를 맞고 산행하면 저체온증에 쉽게 걸릴 수 있다.
하이포서미아hypothermia라고도 하는데,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몸에서 생산하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을 때 일어난다.
체온이 35℃ 이하로 내려가면 신체는 온도조절 기능을 상실해 더 이상 온도 평형을 이를 수 없다.
저체온증 증상은 어떻게 되는가?
체온변화에 따른 증상은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
심한 오한이 들어 몸을 떨게 된다.
이는 몸이 스스로 체온을 올리기 위한 몸부림이며,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지면 떨림마저 없어진다.
2단계
불안하고 초조하며, 졸음이 온다.
모든 일에 관심과 의욕을 잃고, 판단력과 시력이 흐려지며 졸음이 온다.
3단계
기억력이 저하되고, 헛소리를 하며 의식이 흐려지고, 손과 발이 차가워진다.
4단계
맥박과 호흡이 현저하게 약해지며 정신착란, 혼수상태, 호흡중단 등 신체기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이포서미아는 최초의 증세가 나타난 다음 탈진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이며, 그 다음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저체온증의 증상과 징후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며, 만약 동행자가 한 가지 이상의 저체온증 증상과 징후를 보일 때는 주의 깊게 관찰해 예방에 힘써야 한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우중산행, 단단히 준비하면 걱정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