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수해’ 왜 이렇게 컸나
16~19일 산청군에 632mm 쏟아져
남하한 장마전선이 절리저기압 만나
산 넘으며 산청·함양·합천 극한 호우
산지 아래 형성된 마을 많아 피해 커
단기간 집중호우 산청읍 가장 ‘타격’
20일 기준 전국 사망 16명·실종 14명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 마을이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청군에는 16일부터 19일까지 경남에서 가장 많은 632mm의 비가 쏟아지면서 20일 오후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경남 산청군에 나흘간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북서쪽에서 몰려온 비구름이 지리산 일대에 밀집되면서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고, 산자락 아래 위치한 마을이 많아 집중호우가 몰고 온 산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산청군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 중상 2명, 실종 4명이다.
전날까지 사망자는 6명이었지만, 20일 실종됐던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실종자가 4명 남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부터 19일까지 경남 산청군에 내린 비의 양은 632mm로 경남에서 가장 많다.
특히 시천면은 759mm로 경남 최다 강우 지역으로 기록됐다.
이어 합천군(532.2mm)과 함안군(583.5mm)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7일 기준 하루 동안 산청군에 289.2mm의 비가 내려 역대 1위를 기록했고, 19일 합천군과 함양군에서도 일 강수량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이 같은 극한 호우는 장마전선의 남하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장마전선이 이례적으로 발생한 절리저기압을 만나 비구름이 무더기로 형성됐고, 이 비구름이 지리산을 넘으면서 산청군과 함양군, 합천군 등에 물 폭탄을 뿌렸다.
4일 내내 이어진 폭우에 지반이 견디지 못하면서 지리산 일대에는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절리저기압은 통상 여름철엔 우리나라에 잘 발생하지 않는다.
장마전선이 이 절리저기압 영향을 받은 데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산청군은 지리산과 인접한 데다 지역 특성상 산지 아래에 형성된 마을이 많아 피해가 컸다.
이 중에서도 산청읍은 시간당 강수량이 100mm에 달하는 극한호우가 내리면서 오히려 최다 강우 지역인 시천면보다 더 피해가 컸다.
실제 20일 오후 6시까지 확인된 사망자 10명이 산사태로 인한 매몰이나 토사 휩쓸림으로 인해 숨졌는데, 이 10명 중 7명이 산청읍 주민이다.
정영철 산청군 부군수는 “19일 산청읍에 360~370mm 정도의 비가 내렸다.
산청읍 주변은 워낙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호우가 오다 보니까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폭우는 하천 범람과 산사태 등 국지적 재난을 불러왔다.
19일 산청군에 전 군민 대피령이 발령되어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1233세대 1597명이 대피했다.
시설과 재산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도로 17건을 비롯해 하천 8건, 수리시설 8건 등 총 45건 공공시설 피해가 났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20일 산청읍행정복지센터에 통합지원본부를 설치하고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실종자 수색과 복구에도 전역의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겠다”며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울산에서는 울주군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삼동면 왕방·사촌·하잠 등 3개 마을 150가구에 대피가 권고됐고,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일대는 일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 주차된 차량 1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한편,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지속된 호우는 부울경을 넘어 전국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 기준 전국적으로 16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1만 3209명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최근 계속된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이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및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으며, 지방정부 역시 재난 복구 비용 일부를 중앙 정부에서 지원받으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지리산 밀집한 비구름 ‘물폭탄’, 산 아래 마을들 산사태 ‘직격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