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도입 무산 속 ‘비과세 지속’ 한계 지적
새 정부 증시부양 기조와 역행…세제개편안 주목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원/달러 환율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증권거래세율 변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발췌 정부가 '감세 원복 기조'에 따라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증권거래세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돼 왔는 데, 금투세가 폐지됐으니 기존 세율로 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에 반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에 정부는 증권거래세율 전면 복원 대신 '일부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여권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 감세' 원복 기조로 증권거래세율 인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막바지 세법 개정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 기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
금투세 도입 계획에 맞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증권거래세율은 2021년 0.02%포인트(P), 2023년 0.03%) 지난해 0.02%P 인하됐고 올해도 0.03%P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코스피 시장은 0% 세율(농어촌특별세 0.15% 별도)이 적용되고 코스닥 시장 등은 0.15% 수준이다.
반면 금투세는 2020년 세법 개정에 따라 2023년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기가 올해로 2년 유예됐고,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는 아예 무산됐다.
또 다른 주식 관련 세금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도 윤석열 정부에서 크게 완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했다.
증권거래세율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주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자의 세금 부담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증권거래세 징수액과 국세 대비 비중 추이.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발췌 이처럼 국내 증시의 세금 부담이 급감하자 일각에서는 세제 혜택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 부양을 위해선 과도한 세금 면제를 정책 수단으로 동원하기보다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성장성 제고 등의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새 정부 들어 더불어민주당은 재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법 개정안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 이달 초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3년째 세수 결손으로 약해진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거래세 징수액은 2020년 8조 8000억 원 수준에서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풀리자 2021년 10조 3000억 원까지 늘었다.
이후 유동성 증가세 둔화와 경기 둔화 등으로 증권거래 규모가 감소하고 증권거래세율이 인하되면서 2022년 6조 3000억 원, 2023년 6조 1000억 원, 지난해 4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2021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지난 17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도입 전제로 증권거래세가 사실상 제로가 됐다"며 "세수가 지금 수조 원이 빠져 버렸는데,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았으니 증권거래세는 원상회복,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전임 정부의 감세 조치가 나름의 선의로 시행된 것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효과는 보지 못한 채 경제는 망가지고 세수 기반 마저 무너져 버려서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부동산 대신 증시로 돈을 흘러가게 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 증권거래세율 인상이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는 조만간 대통령실과 세부 조정을 거쳐 세제 개편 최종안을 확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