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뉴스 이용 감소세 뚜렷 유튜브까지 줄어
문해력 떨어져 문자 미디어 이탈 가속화
콘텐츠 내용·구조·형식 안일한 대처 탓
여론 구도 왜곡 폐해 막을 지혜 모을 때
사람들이 점차 뉴스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언론 수용자 조사’에 의하면, 전반적인 뉴스 이용률은 점차 하락하고 이용 시간도 감소하는 추세다.
뉴스 이용 감소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미디어 이용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가운데 일어난 변화라는 점에서 뉴스 종사자에게는 우려할 만한 심각한 조짐이다.
특히 젊은 층의 뉴스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 업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일까? 오랫동안 뉴스는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 매체의 전유물이었고, 이를 통하지 않고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갖 형태의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뉴스 이용에 굳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인지 모른다.
뉴스 이용 변화는 소비 감소 뿐 아니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포털, 메신저, SNS 등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뉴스와 비뉴스 매체 간의 경계나 뉴스 개념까지 모호해졌다.
뉴스를 접할 때도 자기 관심사에 따라 나름대로 발췌, 재구성해서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뉴스 종사자들은 여전히 오랜 직업 관습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처럼 태평스러운 대응으로는 최근 변화가 초래할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춰 뉴스 관행의 모든 측면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우선 이용자의 뉴스 문해력 수준에 맞춰 뉴스 관행도 바꿀 필요가 있다.
뉴스 이용자는 과거와 똑같은 집단이 아니며, 사회 전반에 읽기 능력의 퇴조를 보여주는 징후는 뚜렷해지고 있다.
요즈음 젊은 층의 문해력 문제를 거론할 때 ‘금일’, ‘중식’, ‘우천 시’ 등 한자어 사용과 관련된 일화가 종종 부각된다.
한글 어휘의 절반 이상이 한자어에서 유래하고, 뉴스원인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는 여전히 한자어투성이다.
젊은 층의 어휘력이 이처럼 심각하다면, 관공서의 어휘와 문투로 작성된 기사를 이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뉴스 이용도 당연히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OECD의 2024년 국제성인역량조사 결과는 한국인의 문해력 문제에서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의 문해력은 2012년에 비해 23점이나 하락했고, 가장 낮은 ‘1 수준’의 비율은 13%에서 31%로 증가해 전반적 하락 추이를 확인해준다.
하지만 세대별로 문해력 격차도 확연했는데, 25-34세와 56-65세 집단 간의 점수 차는 55점으로 조사 대상국 평균보다 30점이나 높았다.
즉 젊은 세대의 문해력은 높은 수준이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하락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내용 이해 능력이 뚝 떨어진다.
젊은 층에 어휘력 문맹이 심각하다면, 노령층에는 문장 이해도가 낮은 ‘실질적 문맹층’이 많다는 뜻이다.
잠재적인 뉴스 이용층의 문해력 수준이 이런 실정이라면, 원천적으로 문자 정보의 논리적 근거 제시 위주로 작성된 기사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단순하고 자극적인 유튜브식 기사에 열광하는 층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는 이해가 간다.
이러한 양상은 결국 현재의 다매체 시대에 뉴스 콘텐츠의 형식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뉴스는 신문, 포털, 메신저 등의 다양한 경로로 전달되긴 해도 기본적으로 텍스트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스 종사자들은 기사의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 정보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할 뿐 기사 길이나 형식, 문장과 서사 구성 방식 등을 플랫폼이나 매체에 맞춰 다양화하는 일은 소홀히 해왔다.
그러한 작업은 결국 유튜브 등 신생 플랫폼의 몫이었고, 이 시도는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유튜브에서조차 뉴스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뉴스 이용자들을 붙잡아 두려면 기사 형식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뉴스 이용률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용자의 인지 능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뉴스 제공 경로가 다양해지고, 정보량이 폭증하는 등 환경 요인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 공급자가 시대 변화를 무시한 채 뉴스 콘텐츠의 내용과 구조, 형식에 관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도 위기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뉴스 이용 감소는 언론 기업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여론 구도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사회 전체에도 큰 폐해를 초래한다.
지금은 언론계 안팎에서 모두 고민하면서 지혜를 짜낼 때다.
[미디어 비평] 뉴스를 보지 않는 시대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