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책임과 상업성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 극복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미스터비스트. 사진=EPA·연합뉴스
“1년 안에 45kg 감량하면 25만 달러!” 전 세계 유튜브 구독자 수 1위(약 4억1300만 명) 크리에이터 미스터비스트(MrBeast, 본명 지미 도널드슨)의 이 도발적인 제안은 전형적인 도전 콘텐츠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친구 매즈(Majd)가 겪은 체중 감량 챌린지는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 인간의 의지와 상실, 회복의 감정을 아우른 감동 서사로 확장됐다.
공개 48시간 만에 98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유튜브 콘텐츠의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는 최근 멕시코 유적지 촬영 관련 논란에 휘말렸다.
유서 깊은 고대 유산을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과 허가받지 않은 연출 장면들이 논란이 되며 당국으로부터 민사소송이 예고됐다.
이처럼 미스터비스트는 감동과 상업성, 윤리적 기준 사이에서 복합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블룸버그는 그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셀레나 고메즈, 킴 카다시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셀럽”으로 평가한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라 ‘콘텐츠로 감정을 설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구독자 4억여 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치명적인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친구가 1년 내 45kg 감량에 성공할 경우 25만 달러를 주는 챌린지를 설명하는 미스터비스트. 사진=미스터비스트 유튜브 Appearance 후디 한 장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비범한 평범함 미스터비스트는 언제나 ‘친근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후디, 티셔츠, 스냅백, 운동화 등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고정된 스타일을 유지한다.
특히 상금이나 챌린지의 크기와 무관하게 자신의 외형을 과시하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친밀한 이미지로 각인된다.
친구의 감량 도전 영상 속에서도 그는 편안한 회색 후디와 운동화를 착용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
이러한 ‘비(非)스타일링’은 전략적이다.
구독자들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으며 ‘나도 시청자들처럼 평범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반면 멕시코 유적지를 다룬 영상에서는 밀리터리풍 셔츠와 기능성 팬츠로 ‘탐험가’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영상의 주제와 일치하는 복장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고 콘텐츠의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스타일링이 상업적 목적과 연결됐을 때 의도와는 달리 논란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그의 패션은 단순한 겉모습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단정하지만 과시하지 않는 스타일, 상황에 맞는 연출된 의상은 브랜딩의 일환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미’의 시각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Behavior 감정을 설계하는 남자, 리더인가 연출자인가 미스터비스트는 영상 속에서 늘 중심인물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권위보다는 동행에 가깝다.
친구의 도전을 도와주는 동시에 그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보는 존재로 그려진다.
친구의 슬럼프와 트레이너의 사망, 아버지의 별세까지. 감정의 굴곡을 지켜보는 그의 자세는 결코 무심하지 않았고 그 순간마다 공감의 언어로 함께했다.
하지만 그 공감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배경음악을 넣어야 몰입도가 극대화될지를 알고 있다.
이는 단순한 편집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의 정서를 설계하고 감정의 흐름을 조율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는 앨버트 반두라의 사회인지이론에서 말하는 ‘모델링 효과’와 깊이 연관된다.
즉 미스터비스트는 행동을 통해 시청자에게 이상적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모방 및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그의 행동은 사업가로서도 일관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영상 업로드를 요청한 X(옛 트위터)에 대해 미스터비스트는 “내 영상은 제작비만 수백만 달러인데 X의 수익 구조로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단호히 밝혔다.
하지만 이어 “앞으로 수익화가 가능해진다면 올릴 의향이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두는 유연함을 보였다.
이처럼 그는 행동에서 감정과 이성, 친근함과 전략 사이의 균형을 지키며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다.
치타와 경주하는 챌린지를 설명하는 미스터비스트. 사진=미스터비스트 인스타그램 Communication “나도 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감정을 유통하는 소통 전략가 미스터비스트의 소통은 단순한 말이 아닌 ‘경험의 공유’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문장들은 짧고 직관적이며 메시지의 대상은 출연자가 아닌 시청자 전체를 향한다.
매즈에게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것이 수천만 시청자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응원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영상의 편집과 리액션 중심 연출 또한 소통의 일부다.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음악과 속도, 카메라 무빙이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이것이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것’에서 ‘함께 느끼는 것’으로 진화시키는 핵심 장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사회적 동일시’다.
미스터비스트는 자신을 ‘다르지 않은 존재’로 설계함으로써 시청자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와 몰입이 높아지고 팬덤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감정적 충성도로 전환된다.
또한 X에서 “영상 안 보면 드롭킥한다”는 농담은 그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전략적 언어다.
이러한 말투와 소통 스타일은 그의 콘텐츠가 거대한 마케팅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유쾌한 콘텐츠’처럼 느껴지게 한다.
미스터비스트는 지금까지 누구보다 전략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해왔다.
구조화된 평범함으로 신뢰를 얻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몰입을 유도하며, 신중한 설계 아래 콘텐츠를 구축해왔다.
그래서 그는 유튜버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고 세계적인 셀럽들과 나란히 거론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멕시코 유적지 논란은 그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드러냈다.
문화적 상징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책임, 감동적 콘텐츠 이면의 상업성에 대한 대중의 민감한 반응은 그가 설계해온 이미지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앞으로 미스터비스트가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영향력과 상업성의 균형을 맞추는 일, 브랜드로서의 정체성과 인간적 신뢰를 동시에 지켜내는 일, 그리고 대중과의 약속, 곧 ‘진짜처럼 보인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감동과 논란 사이 4억 명의 선택을 받은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비스트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