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교환경연대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참여 군위 지보사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
전국 불교환경연대 소속 스님과 회원 그리고 불자들이 낙동강을 따라 걸으며 강과 그 안의 뭇생명들의 생명 살림의 뜻을 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낙동강 순례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9일부터 경북 칠곡의 칠곡보에서부터 낙동강변을 따라 걸어서 경북 구미의 구미보까지 가닿는 일정으로 낙동강 순례에 참여했다.
그러고는 낙동강 순례를 이틀간 마치고 삼 일째는 낙동강의 제1지류인 위천이 흐르는 경북 군위의 지보사로 가,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 15주기를 맞아 스님의 유지를 받들고 스님을 기리는 작은 추모제를 올렸다.
스님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4대강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5월 31일 군위 위천의 둑방에서 4대강사업 반대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을 불살랐던 것이다.
필자는 그 현장에 이틀 동안 함께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 소식을 두 편에 나누어 실어본다.
이 기사는 ("1분 안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아주 굉장한 느낌" ... 생명 살림 낙동강 순례길)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기사다.
<기자말> ▲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이 추모제를 마치고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4대강 재자연화!,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외치고 있다.
ⓒ 정수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8대 환경공약 중 첫 번째 자리에 '4대강 재자연화 및 수질개선'이 이름을 올리자 국민의힘은 연일 이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29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측은 중앙선대위 대변인 명의로 이재명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에 대해 "보는 수자원 안정화와 지역 농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답습해 국민을 실험대에 올리는 것"이라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정책'이 아니라 '이념적 집착'이며, '공약'이 아니라 '재앙 예고'"라고도 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선동 정치에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도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정국에 이같은 흐름이 있는 가운데 불교환경연대 낙동강 순례단은 지난 이틀간의 낙동강 순례를 마친 5월 31일, 15년 전 '4대강사업 반대'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을 만나기 위해 낙동강 제1지류인 위천이 흐르는 군위를 찾았다.
순례단은 먼저 스님이 소신공양한 현장인 위천 둑방을 찾아, 스님 10주기를 기념해 불교환경연대에서 만들어 세운 추모비 앞에서 간단한 추모 인사를 드린 후 스님이 용맹정진 수행을 한 도량이자 스님의 부도탑이 서 있는 지보사로 향했다.
▲  31일 문수스님 15주기를 맞아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누군가 스님의 부도탑 앞에 꽃다발을 놔둔 채 스님을 추모했다.
ⓒ 정수근 이들은 지보사 경내 아랫마당에 마련된 문수스님 부도탑 앞에 제대를 차리고 4대강과 뭇생명들의 위해 스스로 몸을 불살라 당시 이명박 정권에 항거한 스님을 추모했다.
이 자리엔 대구환경운동연합 대표와 회원 그리고 의성, 군위, 대구서 달려온 10여 명의 시민들도 함께했다.
먼저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총장의 사회로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가 거행됐다.
그동안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중심이 돼 매년 소박한 추모제를 열어 왔지만 올해는 불교환경연대에서 함께하면서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서 스님을 추모했다.
한주영 사무총장은 "지금 서울에서는 개운사라고 하는 절과 약사암이라는 절 두 곳에서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문수스님이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하셨다.
그래서 중앙승가대 동문들이 매년 개운사에서 다래제를 모시고 있고 또 정의평화불교연대라고 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시민사회단체는 또 별도로 추모 법회를 열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우리 불교환경연대도 해마다 시민사회단체들이랑 함께 약사암에서 추모제를 열다가 이번에는 15주기를 맞아 현장에 오고 싶어 이렇게 순례 일정을 잡아서 2박 3일 낙동강 걷고 오늘 마지막 회향을 다례제와 맞춰서 진행하게 되었다"고 그간의 경과보고를 했다.
▲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총장이 문수스님이 그간 살아오신 이력인 문수스님 행장을 낭독하고 있다.
ⓒ 정수근 그러면서 그간 스님이 살아오신 이력인 문수스님 행장을 낭독했다.
문수스님 행장 문수스님은 1986년 가야산 해인사에서 시연 스님 은사로 출가하셨습니다.
1988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수학하고 1994년 중앙승가대학의 대학교에 입학하여 총학생회장을 역임하여 학내 문제의 개혁과 사회 문제 해결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제방 선방을 운수하며 20년 넘는 세월을 용맹정진하는 수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2010년 5월 31일 오후 3시경 군위군 시장리 위천 제방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공사를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을 결행하셨고 세납 49세, 법납 25년으로 입적하셨습니다.
문수수님은 손은 부처님 모습처럼 울리고 자세를 가지런하게 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수행자로서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용맹정진 후 우리 역사상 최초의 등신불이 되신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죽어가는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살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을 모아 부처님 주변에 공양한 것입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대표가 문수스님 15주기를 맞아 스님을 추모하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 정수근 스님의 행장을 낭독한 후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먼저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대표해 박호석 상임의장이 문수스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자면서 다음과 같이 스님을 추모했다.
"오늘 이렇게 불교환경연대에서 오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올린다.
오늘은 문수 대종사께서 소신공양을 하신 날이다.
여러분 그분의 그 뜻을 기억하고 또 기리고 그 뜻을 널리 전파해야 될 그런 어떤 의무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생태계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 주시고 내년에는 우리 문수 대종사의 그 뜻을 더 널리 펼쳐 더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참여해서 같이 스님을 추모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한다.
" 이어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도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오늘 스님을 처음 뵙는다"며 "스님께서 남기신 그 유지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되고 또 생명을 살리는 거기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길을 나서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저도 스님의 이야기를 제가 속한 공동체에 전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께서 좋은 귀감이 되는 말씀과 행적을 남기신 것에 감사드리고 우리도 그런 삶을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  천주교 대구대구교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위원장 신부가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 정수근 ▲  불교환경연대 대표이신 범만스님이 문수스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자며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정수근 이어 불교환경연대를 대표해서 범만 스님이 낙동강 순례의 의미를 전하며 다음과 같이 스님을 추모했다.
"우리들이 2박 3일간 낙동강변을 걸으면서 그냥 밖에서 볼 때는 아주 평화롭고 유유하게 흐르고 또 그리고 낙동강변에는 큰금계국이라고 노란 꽃이 아주 많이 피어 있었다.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는 물이 많이 오염돼 있었다.
이제 이 낙동강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오염돼 가지고 이제 좀 있으면 녹조도 아주 심해질 거다.
그래서 거기에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그런 강이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안타까움도 있다.
또 그 강변에 큰금계국만 아주 많이 자라고 해서 다른 식물들은 이제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이 된 것 같아서 그것도 또한 겉으로 보는 것과 직접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과는 많이 차이가 있었다.
어쨌든 우리 문수스님의 그런 뜻을 잘 받들어서 우리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더 생명을 사랑하고 또 함께하는 그런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 "4대강사업은 기형의 생태계를 낳아 한반도를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저명한 식물사회학자인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가 추모사를 하면서 4대강사업에 대해 강력한 성토의 발언을 하고 있다.
ⓒ 정수근 이어 <한국식물생보감>의 저자이자 식물사회학자인 계명대 김종원 전 교수가 스님을 추모하며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강이 백두대간보다 더 중요하다.
산림청이 힘이 세 가지고 백두대간 산림을 가지고 국토의 자연환경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 산천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사계절 동안에 물을 먹어야 되기 때문에 얼지 않는 겨울 기간을 찾아서 다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그 겨울 동안에 얼지 않는 곳이 있어야만 우리 삼라만상의 생물들이 존재하는데 강을 막아버리면 물이 썩고 그리고 너무 깊어서 건너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인연을 맺지 못한다.
그래서 대형 규모의 호수가 없던 나라에 호수가 생긴 형국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4대강사업으로 인해, 한반도를 우리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완전히 괴물로 만들어 놔버린 기형의 생태계가 돼버렸다.
" ▲  전북에서 오신 미소사 주지이신 종범 스님이 문수스님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정수근 이어 전북에서 오신 미소사 주지스님인 종범 스님이 문수스님을 추모하는 발원문을 낭독했다.
문수 스님 추모 발원문 자비하신 부처님 오늘의 저희들 낙동강 생명살림 순례를 하며 15년 전 뭇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던져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을 추모합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목숨 바쳐서 이루려고 했던 4대강사업을 막지 못했음을 참회합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4대강은 댐으로 막혀버려 숨을 못 쉬고 뭇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진실로 참회합니다.
문수스님 자비로운 당신의 항거 앞에서 참회합니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자연에 깊이 의존하는지를 모르고 다른 생명을 가벼이 여겼던 무지를 참회합니다.
자연은 아낌없이 주고 있는데도 더 많은 것을 갖고자 생태계를 파괴한 탐욕을 참회합니다.
새는 창공을 날아야 하고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야 합니다.
금빛, 은빛 모래가 강가에서 빛나고, 물속의 조개들과 송사리와 아이들이 재잘대고 노래하는 강은 마음밭이 가난한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강이 흐르고 모래가 어머니가 되어 온갖 생명을 품어주는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강물이 다시 힘차게 흐르고 모래가 반짝이고 물고기가 춤을 추고 물새들이 돌아오고 온갖 생명들이 쉬어가는 강가에서 아이들과 손잡고 걸으며 정다운 이야기 나누는 강으로 돌려놓겠습니다.
중생의 고통을 아파하신 문수스님의 뜻을 받들어 생명과 평화가 흐르는 4대강을 위해 사람은 이웃들의 삶을 서로 돌보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환경 보살의 길로 더욱 힘차게 나아가겠습니다.
뭇생명을 위해 보살 행위로 실천하신 문수스님을 추모하며 우리들의 참여와 소원을 부처님 전에 간절히 고하노니 이 땅의 모든 생명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날 추모제는 모두 마쳤다.
추모제 내내 문수스님의 사자후와 같은 4대강사업 반대의 메시지가 온 하늘을 빙빙 맴돌았다.
마치 4대강사업을 옹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들으라는 것처럼. ▲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이 모두 합장한 채 반배하면서 스님의 뜻을 기리고 있다.
ⓒ 정수근 ▲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이 합장을 한 채 스님의 유지를 받들 것을 맹세하고 있다.
ⓒ 정수근 ▲  문수스님 15주기 추모제를 마치고 대구에서 온 참가자들이 스님께 절을 하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지난해 10월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4대강사업은 한반도를 괴물로 만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