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노동상담에세이
다른 국적을 가지고 국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흔히 "외국인 근로자"라고 부릅니다.
외국인 근로자라는 단어는 출입국관리법이나 외국인고용법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출입국관리법 제2조(정의)에서는 대한민국의 국민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외국인을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2조(외국인근로자의 정의)에서는 외국인근로자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하려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줄곧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한국을 자신의 성장 배경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단순히 외국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여 외국인이라는 용어 대신 이주(移住, migrant) 배경을 가진 주민이라는 뜻의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서 다른 국적을 가지고 국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여러 단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만큼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도 종종 듣습니다.
이는 출입국관리법 제10조(체류자격) 등을 위반하여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자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비난 대상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불법 또는 합법으로 규정할 수 없으므로, 미등록(undocumented) 이주민 혹은 노동자로 부를 수 있습니다.
여러 단어만큼이나 이주 노동자와 미등록 이주민을 둘러싼 법령도 다양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로 이주 노동자에게 많은 제한을 주는 것은 근로기준법보다는 출입국관리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입국관리법은 체류자격에 따라 이주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이 다르고, 자격에 따라서 보험 가입여부가 달라지거나 취업활동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특히 체류자격에 따라서 취업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점을 악용하여 이주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사용자도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에게 체류자격 등 위반 사실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빌미로 강제퇴거 등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때문에 이주 노동자가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월급을 받지 못해도, 하루 만에 해고를 당해도 쉽게 신고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공무원의 통보의무가 면제되는 업무 범위에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84조(통보의무)에서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강제퇴거 등에 해당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지방출입국 외국인 관서에 알리도록 하는 통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감독관에게 이러한 통보의무를 면제하도록 권고한 것입니다.
만약 근로감독관 등에게도 통보의무가 적용된다면 미등록 노동자들이 강제퇴거를 우려하여 권리구제를 포기하거나 사용자가 이들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22진정0951900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통보의무면제 규정 개정 요구). 그러나 이런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로감독관의 통보의무와 관련된 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적과 상관 없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 관련 법률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 조항은 국가가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단속할 목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단속 법규에 불과하므로 이에 위반한 행위는 벌칙이 적용될 뿐 행위 자체의 법률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서울고등법원 1993. 11. 26. 선고 93구16774). 사용자와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을 제공하였다면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면 노동청에 진정하여 그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국적과 상관없이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라면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임금을 체불하고,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여서는 아니됩니다.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속 Q&A] Q. 이주 노동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나요? A.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봅니다.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노동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