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해축] 주요 구단들 대대적 투자… 잉글랜드·프랑스·스페인 두각
잉글랜드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7월 13일(현지 시간) 스위스 장크트갈렌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5 D조 3차전에서 웨일스에 6-1로 승리했다.
뉴시스
스위스에서 7월 2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27일까지 제14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유로 2025가 열리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조별리그는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1만9000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여자 축구가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10년 사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다.
여자 유로 2025, 평균 관중 2만 명 육박
여자 유로는 1984년 단 4개국이 참가한 첫 대회를 시작으로 점차 규모를 늘려왔다.
2년마다 치르던 대회는 2001년을 기점으로 월드컵이나 남자 유로,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2017년 대회부터는 현 16개국 참가 시스템으로 규모를 키웠다.
2017년에는 스위스·스코틀랜드·벨기에·오스트리아·포르투갈이, 2022년에는 북아일랜드가 첫 참가 기회를 얻었다.
폴란드와 웨일스는 이번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동안 유럽 여자 축구의 위상은 크게 변했다.
본래 유럽 여자 축구는 체계적인 리그를 갖춘 곳이 거의 없었고 선수층도 얇았다.
일부 축구 강국이 상위권을 독식한 이유다.
오랫동안 유럽 여자 축구의 절대 강자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1995년 제2회 여자 월드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2003년과 2007년에 세계 여자 축구 정상에 올랐다.
여자 유로에선 1989∼1991년 연속 우승, 1995년부터 2013년 대회까지 6연패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 전력을 자랑했다.
1990년 창설된 여자 분데스리가가 독일 여자 축구 저력의 원천이었다.
독일을 제외하면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잉글랜드 정도가 그나마 ‘게임’이 되는 여자 축구 실력을 갖췄다.
사실 이들 나라 여자 축구팀도 대부분 독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99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1987년과 1993년 유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노르웨이가 그나마 2인자로서 체면을 유지했다.
유럽 여자 축구 판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프랑스다.
2003년 여자 월드컵 무대에 처음 등장한 프랑스는 리옹 여자팀을 앞세워 독일 분데스리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리옹이 유럽 최고 여자 축구 클럽으로 부상하면서 많은 선수가 프랑스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에르 리그로 몰렸다.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 미셸 강이 현재 구단주로 있는 리옹은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팀이기도 하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여자 축구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대형 이슈가 잇달아 등장했다.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 출범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성장이다.
당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1991년 시작된 여자 리그를 슈퍼리그로 재단장하기로 했다.
기존 리그를 프리미어리그로 탈바꿈해 대성공한 남자 축구를 본보기 삼았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팀 대부분이 남자 축구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어 프리미어리그로부터 자본 낙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가령 리버풀과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대다수 구단에 남녀 팀이 모두 존재한다.
최고 여자 선수들이 잉글랜드로 날아왔고, 2011년 다시 태어난 리그는 경쟁력이 폭발했다.
잉글랜드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22년 유로에서 우승하며 남자 팀보다 먼저 “축구가 집에 오고 있다”(Football is coming home: 잉글랜드 유명 축구 응원가의 한 구절)는 노랫말처럼 유로 트로피를 고향에 안겼다.
2022년 여자 발롱도르에 선정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알렉시아 푸테야스. 뉴시스
여자 축구도 ‘엘 클라시코’ 경쟁 흥미진진
유럽 축구 강호 스페인의 여자 대표팀은 1997년 유로 본선 무대를 밟긴 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첫 출전 대회였던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에 2-1로 패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5년 여름 바르셀로나 여자 팀인 페메니가 프로화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팀은 출범 초기에는 다소 불안정했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면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페메니는 2020∼2021시즌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유럽 정상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차지하는 최강 클럽이 됐다.
알렉시아 푸테야스, 아이타나 본마티 등 여자 발롱도르를 휩쓰는 선수들이 바로 바르셀로나 페메니 소속이다.
스페인이 2023년 여자 월드컵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데도 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역할이 매우 컸다.
본래 여자 축구팀이 없던 레알 마드리드가 2020년 CD 타콘을 인수해 ‘레알 마드리드 페메니노’를 출범한 것도 바르셀로나 페메니의 성공에 자극받은 결과다.
이 팀은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 덕에 스페인 여자 축구 2인자 위상을 금방 차지했다.
여자 축구에서도 ‘엘 클라시코’가 부상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리그가 체계를 갖추면서 여자 축구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축구를 전업으로 하는 선수가 늘었고 여자 프로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도 줄을 잇는 분위기다.
반면 리그 경쟁력이 떨어진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나라 여자 축구팀은 월드컵과 유로에서 예전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자 축구와 달리 월드컵보다 난도가 더 높은 올림픽 여자 축구 성적도 신통치 않다.
올림픽 여자 축구에는 16개국이 참가하는데 미국과 브라질, 일본 등 강호가 즐비하다.
월드컵, 유로 등과 마찬가지로 A매치로 분류돼 올림픽 남자 축구가 23세 이하 대회로 치르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유럽 여자 축구의 판을 뒤엎은 국가들은 이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선수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나라는 ‘황금 세대’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자 축구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UEFA와 주요 리그, 팀들은 여자 축구의 중요성을 정확히 이해해 새로운 축구산업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섰다.
유럽 여자 축구의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급성장한 유럽 여자 축구, 경기마다 구름 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