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조망권 강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35층 180억 거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지난해 이 단지 펜트하우스 전용면적 234㎡가 180억 원에 거래됐다.
뉴시스
지난해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맨해튼 소유하기(Owning Manhattan)’는 글로벌 펜트하우스 시장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뉴욕 부동산중개업자 라이언 서핸트와 그의 팀이 펜트하우스 판매에 매진하는 내용인데, 한 에피소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인 센트럴파크타워 이야기가 나온다.
서핸트가 이 건물 129~131층에 위치한 트리플렉스(3층 구조) 펜트하우스를 파는 직원에게 커미션으로 1000만 달러(약 139억 원)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면적이 1625㎡(약 492평)인 이 주택 가격은 2억5000만 달러(약 3470억 원)로, 3.3㎡당 약 6억7000만 원 수준이다.
‘매달다(appendere)’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한 펜트하우스는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매달리는’ 부동산시장의 상징적 존재다.
미국·일본의 ‘3000억 원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경쟁 무대이자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펜트하우스의 시작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엘리베이터가 등장하며 아파트 최고층이 고급 주택으로 부상했다.
한국에선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펜트하우스 시대가 열렸다.
당시 경기 분당신도시 주상복합의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3.3㎡당 150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등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 연이어 펜트하우스가 들어섰다.
최근 글로벌 초고가 주택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글로벌 주택시장에서 1000만 달러가 넘는 초고가 주택 거래는 총 417건이었다.
직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도쿄에선 2023년 부동산개발업체 모리빌딩의 아자부다이힐스 펜트하우스가 2000억 원에 분양돼 화제였다.
미국 부촌인 콜로라도주 애스펀은 100여 명의 억만장자가 주택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한데, 지난 한 해 애스펀에서 이뤄진 3000만 달러(약 416억 원) 넘는 주택 거래만 11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1억800만 달러(약 1500억 원)에 팔린 주택도 있었다.
국내 펜트하우스 시장은 2021년 첫 100억 원 거래를 기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273㎡(이하 전용면적)가 115억 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 아파트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35층 펜트하우스 234㎡가 180억 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8700만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다.
유명 인사가 잇달아 펜트하우스를 사들이는 것도 이목을 끈다.
하형운 메가MGC커피 창업자는 2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234㎡ 펜트하우스를 165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110억 원짜리 아크로리버파크 펜트하우스에는 뮤지컬배우 홍광호 씨가 자가로 살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 씨는 강남구 논현동 브라이튼 N40 199㎡ 펜트하우스를 87억 원에 사서 거주 중이다.
일본 도쿄 주상복합 ‘아자부다이힐스’. 2023년 이 건물 펜트하우스가 2000억 원에 분양됐다.
동아DB
“압구정에 펜트하우스 생기면 300억 원 간다”
펜트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희소성이다.
아크로리버파크 펜트하우스는 8채로 전체 단지(1612채)의 0.5%에 불과하다.
래미안원베일리(2990채) 펜트하우스는 14채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234㎡는 2채뿐이다.
이 같은 희소성 덕에 펜트하우스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반포동 디에이치클래스트는 입주 전임에도 조합원이 보유한 234㎡ 펜트하우스를 사려는 수요자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펜트하우스의 적정 가치는 얼마일까. 희소성 자산이라는 점에서 시장 가격을 매기는 게 쉽지 않다.
다만 고급 주택을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펜트하우스나 고급 주택의 거래 가격은 인근에 있는 아파트 가격의 1.5배 정도”라고 귀띔한다.
가령 압구정동 고급 주택 가격은 압구정동 아파트의 최근 시세인 3.3㎡당 1억6000만~1억8000만 원에 1.5배를 가산해 책정할 수 있다.
‘3.3㎡당 2억 원’ 시대를 맞은 압구정동의 경우 펜트하우스가 지어진다면 300억 원 이상도 가능하리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선 “한국에서 1000억 원대 펜트하우스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펜트하우스에 관심이 많고 실제 매입도 가능한 초고액 자산가가 적잖기 때문이다.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국내 초고액 자산가(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 보유)는 1만 명으로 세계 13위다.
초고액 자산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43만9000명)이나 2위 중국(14만3000명), 3위 일본(8만7000명)과 비교하면 아직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는 분석이다.
펜트하우스는 가격 장벽과 희소성 덕에 소유 자체가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낸다.
고급 주택으로 사생활 보호와 조망권 확보, 보안 등 실용적 기능 면에서 우수할 뿐 아니라, ‘아무나 살 수 없는 공간’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펜트하우스 공급이 늘고 가격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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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살 수 없는 공간”… 펜트하우스는 희소성 덕에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