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모두가 “확실하다”고 할 때는 이미 상승장 끝물
A는 3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해왔다.
주식시장에는 2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면 돈을 번다는 속설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데 계속 돈을 잃기만 하면 결국 주식시장을 떠난다.
수익을 얻어야 계속 주식시장에 남아 있게 되니, 20년 넘게 주식을 한다는 얘기는 곧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물론 잃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돈을 벌어야 이렇게 오랜 기간 주식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목표는 단기간 수익이 아닌, 오래 살아남기라는 말도 있다.
또 주식시장에 오래 있다 보면 주식과 투자에 대해 점점 아는 게 많아져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떤 일이든 20년 넘게 하면 어느 수준에 이르지 않겠나. 6억 날린 30년 경력 투자자 그런데 A는 이런 속설에서 예외였다.
A는 3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늘 잃기만 했다.
해마다 2000만~3000만 원가량 손해를 봤다.
평생 주식으로 날린 돈이 6억 원이 훌쩍 넘는다.
주식투자만 안 했어도 생활비를 풍족하게 쓰면서 잘살 수 있었을 것이다.
A는 자기가 주식을 사면 항상 주가가 내린다고 하소연했다.
주식을 사면 오를 확률이 50%, 내릴 확률이 50%다.
그러니 최소한 주식을 산다면 수익 날 때가 반, 손해 볼 때가 반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A는 절대적으로 대부분 손해만 봤다.
2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면서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린 건, 그러니까 몇십% 정도 수익을 얻은 건 3~4번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전부 손해 아니면 제자리걸음이다.
어쩜 이렇게 계속해서 손해만 볼까. 이건 확률의 법칙에서도 벗어난다.
A는 사람에게는 재물운, 소위 재복이라는 게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복 있는 사람이나 돈을 벌 수 있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뭘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A의 20년 넘는 주식 거래 내역을 살펴보게 됐다.
A는 자신의 거래 내역을 꼼꼼히 잘 기록해왔다.
어떤 종목을 얼마에 사서 언제 얼마에 팔았는지 대부분 적어뒀다.
그 기록들을 훑어보니 그냥 한숨이 났다.
왜 수익이 나지 않고 손해를 보고 팔았는지 따로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아마 20년이 아니라 40년, 50년을 해도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A가 산 주식은 대부분 굉장히 유명한 주식이었다.
대기업 우량주라는 게 아니라, 한때 주목을 끈 기업들이라는 얘기다.
이차전지로 유명했던 주식, 바이오로 유명했던 주식, 4차 산업혁명 관련주로 유명했던 주식,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유명했던 주식 등이다.
그리고 이 주식들을 산 시점이 전부 최고가 꼭지 부근이었다.
그러니 주식을 산 다음에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그때마다 손실을 봤다.
사고 나서 조금 올라도 이내 하락 추세로 바뀌었다.
어쩜 이렇게 꼭지에서만 매수했는지, 이 타이밍을 맞추는 게임이 있었다면 분명 높은 성적을 받았을 테다.
A가 왜 매번 꼭지 부근에서 매수에 나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기 전에는 이 주식이 오를지, 안 오를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그런 주식은 살 수 없다.
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주식이라 해도 앞으로 계속 오를지, 아니면 다시 내릴지 알 수 없다.
그런 불확실한 주식도 살 수 없다.
그런데 주가가 몇 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올랐다.
누가 봐도 주가 그래프가 오름세이고 상승 추세를 타고 있다.
이러면 믿을 수 있다.
한때의 상승이 아니라,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A는 3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했지만 “20년 넘게 투자를 계속하면 돈을 번다”는 속설에서 예외였다.
GETTYIMAGES 공학적 확실성, 투자에는 독 더구나 이때쯤에는 언론도 이 종목들에 대해 계속 긍정적인 보도를 한다.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 종목을 추천하면서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전망한다.
그래프 모양이 좋고 주식 전문가들도 다 긍정적으로 본다.
이러면 당연히 믿게 되지 않나. 다른 분야에서라면 이런 경우 정말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식, 나아가 투자 분야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다 좋다고 하면 끝물이다.
부정적인 사람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상승장이 꺾이는 시점이 가까워 온다.
A는 모든 사람이 확실하다고 할 때 매수에 들어갔고, 그러니 매수 이후에 주식이 떨어지는 경험을 늘 하게 된 것이다.
A의 주식투자 방식은 그의 직업적 배경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A는 교수였다.
그것도 공대 교수였다.
공학에서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작동할 수도 있고,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TV를 만들어 팔 수는 없지 않은가. 문자메시지가 90%는 오지만 10%는 오지 않는 스마트폰도 용납할 수 없다.
100% 확실해야만 가치가 있다.
설령 100%는 아니더라도 99.9999%는 돼야 한다.
99%도 안 된다.
99%만 작동하는 스마트폰이라면 한국인 5000만 명 중 50만 명의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건 제품 가치가 없다.
A는 공학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주가 그래프가 누가 봐도 확실히 상승세일 때 관심을 가졌고, 많은 사람이 그 주식으로 큰 수익을 봤을 때 매수했다.
30년 가까이 그런 식으로 투자하다 보니 30년 동안 계속 잃기만 한 것이다.
그렇게 잃으면서도 투자 방법을 바꾸지 못했다.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장기투자로 전환을 시도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뜻과 달리 정말 장기로 들고 있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장기투자는 주가가 낮고 사람들의 관심이 적을 때 사서 길게 보유해야 의미가 있지, 이렇게 크게 널뛰고 유행하는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런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건 장기투자가 아니라 그냥 물린 것이다.
어쨌든 A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투자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것에 투자했을 때 수익이 난다.
투자수익은 불확실성을 견딘 것에 대한 대가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까지 불확실해서는 안 된다.
나는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즉 주관적으로는 확실하지만 아직 객관적으로 확실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주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오를 것 같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다시 말해 주가 그래프는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고, 투자 전문가들의 말도 오락가락하며, 다른 투자자들 생각도 다양해야 한다.
또 당장은 주가가 별로 오르지도 않는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때 그것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야 큰 수익이 생긴다.
객관적으로 확실할 때, 누가 봐도 오르는 추세고 실제로 올랐고 모두가 다 좋다고 하면 끝물이다.
A의 투자 결과는 “확실할 때만 투자하는 건 큰 손실과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투자 포기하거나 성향 바꾸거나 A는 주식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종목을 연구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전문가의 말을 듣고, 돈을 내면서 주식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설령 대강대강 공부했더라도 30년 가까이 됐다.
그 정도면 다른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내공이 쌓인다.
그런데 그런 공부는 성공적인 주식투자와 별 관계가 없었다.
객관적으로 확실히 오른다고 판단될 때 주식을 사는 A의 투자 방식은 그 모든 공부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지식은 아주 많은데, 정작 수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만 계속됐다.
A의 손실 원인을 알았지만 “어떻게 하면 A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이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확실한 걸 추구하는 성향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인가. 청년기라면 모르겠지만 나이가 든 다음에도 바뀔 수 있을까. A와 같은 사람을 보면 투자에도 적성이 필요한 것 같다.
확실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투자는 할 수 있지만 수익을 얻긴 어렵다.
불확실성을 견딘 사람이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투자수익은 불확실성을 감수한 데 대한 보상이다.
확실성을 지향하는 사람은 아예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니면 본인 성향을 바꿔야 한다.
A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수익은 불확실성을 견딘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