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범의 펫폴리] 동물 희생, 재정 지출 감소 효과 기대… 동물보호센터 관리도 병행해야
현행 동물보호법 제46조 3항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던 유기동물을 인도적 처리(안락사)해 사체가 발생한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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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이 코너에서 “안락사된 유기견을 수의과대학에 교육용으로 기증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안락사한 유기동물 사체를 ‘수의학에 관한 연구 및 교육’에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겁니다.
이성윤 의원 “실험동물 복지에 기여”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던 유기동물을 인도적 처리(안락사)해 사체가 발생한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46조 3항). 이 조항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법 제36조 4항에 “동물보호센터가 동법 제46조를 위반한 경우 시도지사 등이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동물보호센터로서는 동물 사체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성윤 의원은 동물보호법 제46조 3항에 단서를 붙이자고 주장합니다.
안락사한 유기동물 사체를 ‘수의학에 관한 연구 및 교육에 제공’하면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말자는 거죠. 이 의원이 밝힌 법안 발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락사된 유기견 등을 해부 실습용으로 활용할 경우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 수가 감소해 실험동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
수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실제 수술 경험을 쌓는 기회도 제공한다.
”
현재 수의과대학에서는 해부 실습 교육을 위해 멀쩡히 살아 있는 실험견(주로 비글견)을 구입해 안락사하곤 합니다.
동물보호센터가 유기동물 사체를 수의과대학에 기증한다면 이런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실험동물 복지를 위한 ‘3R 원칙’ 준수에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3R 원칙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Replacement)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수를 줄이는 것(Reduction)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Refinement)입니다.
유기동물 관리 비용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0만6824마리이며, 이 중 약 절반(4만9080마리·46%)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됐습니다.
매일 평균 134마리의 유기동물 사체를 세금을 써서 처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유기동물 사체의 교육용 기증을 허용할 경우 희생되는 동물 수가 줄고, 동물보호센터에 투입되는 공공 재정이 절약되며, 수의학 연구 및 교육 발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유기동물 사체에 대한 예의’ 규정 필요
국회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함께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짚어보고자 합니다.
동물보호센터 전반의 수의학적 관리 수준 향상, 유기동물 발생 방지 및 입양률 증가 도모 등입니다.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분으로, 수의학적 관리 수준이 엉망인 동물보호센터가 적잖다고 지적했습니다.
흔히 “유기동물은 어딘가 아플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입양을 꺼립니다.
그 결과 안락사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들이 수의학적으로 잘 관리된다면 국내 반려견 입양 문화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또 관련 법규를 손볼 때 유기동물 사체에 대한 예의 준수 규정을 추가하는 것도 제안합니다.
사람의 경우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제17조에 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 및 시체의 일부를 이용하여 연구하거나 이를 수집·보존하여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동법 제17조의 2는 “시체 해부에 동의한 사람 및 그 가족”에게 국가가 “적절한 예우 및 지원을 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죠. 비록 유기동물 사체라 할지라도 교육용으로 기증 및 사용될 때는 시체해부법과 유사한 수준의 예의를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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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사체 수의대 기증 허용 법안, 국회 문턱 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