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추가 공급 없는 한정품 가격 원리와 동일
5월 22일 비트코인이 11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를 넘기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뚫자 또다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얘기가 많다.
올해 안에 20만 달러(약 2억7500만 원)가 될 수 있다는 예상부터 추후 50만 달러(약 6억8700만 원), 100만 달러(약 13억7500만 원)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쓸모없는 나무가 크게 자란다
비트코인은 과연 얼마까지 오를까. 11만 달러가 비트코인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면 지금 바로 처분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20만 달러, 50만 달러, 100만 달러까지 오른다고 하면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팔아야 한다.
비트코인이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라는 예상은 중요하다.
비트코인을 언제 팔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은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에 별 차이가 없다.
반면 비트코인은 예상하는 사람에 따라 가격이 최대 수십억 원까지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선을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비트코인 가격을 예상하기 힘든 이유는 비트코인이 여느 투자상품과 달리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투자상품을 1년간 보유했을 때 500만 원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 상품 가격은 1억 원 정도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시장 이자율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50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유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 예상치를 산출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갖고 있어봤자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뚜렷한 용처도 없다.
쓸모가 없다 보니 가격을 산정할 수 없고, 그러니 현 비트코인 가격도 그냥 거품일 뿐이라는 비판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점이 정말 문제가 될까. ‘장자’ 제4편 인간세(人間世)에는 마차 1000대가 늘어설 정도로 큰 그늘을 가진 나무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이 나무는 어떻게 그리 커질 수 있었을까.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나무는 과일이 익으면서 가지가 꺾이고 부러진다.
목재로 사용하기 좋은 나무는 사람들이 잘라 이것저것으로 만든다.
잎이 향기로우면 사람들이 자랄 때마다 떼어 가서 나무가 크지 못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라내지 않았고 그렇게 큰 나무가 됐다.
쓸모가 없었기에 크게 자란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 쓸모없는 나무와 같다.
아무런 가치가 없어서 비싸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거나 용처가 있다면 그 이익과 효용에 따라 가격이 산정될 테고, 그러면 절대 지금처럼 비싸질 수 없다.
쓸모없는 나무가 크게 자라듯이 비트코인 자체에 가치가 없기에 10만 달러 넘게 오를 수 있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에 관한 논의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최종적으로 얼마까지 오를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한계가 없을 것 같다.
20만 달러는 물론이고 50만 달러, 100만 달러, 그 이상도 가능하다.
끝도 없이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것, 이 점이 바로 비트코인의 속성이라고 본다.
비트코인 가격이 11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를 넘기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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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고정되면 수요가 가격 결정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금조차도 가격이 오르면 채굴이 늘어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2100만 개 고정이다.
비트코인처럼 공급이 절대적으로 고정돼 있고, 앞으로도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비슷한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작가가 이미 사망한 그림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을 예술품과 같다고 본다.
아무리 그래도 비트코인을 예술품에 비유하는 건 좀 그런가. 그렇다면 마니아가 있는 한정판 제품이라고 해두자. 마이클 조던 카드처럼 한정품으로 발매돼 더는 공급이 불가능한 상품 말이다.
경제학의 기본은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술품, 마이클 조던 카드, 비트코인은 공급이 고정돼 있으니 그 가격이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고흐, 피카소 그림은 수요가 많다.
그래서 작품 가격이 수백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인기가 없어 수요가 없는 작가 그림은 그냥 줘도 안 가져간다.
마니아가 있는 한정품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높은 한정품 가격은 보통 사람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03년 발행된 마이클 조던 카드는 40억 원이 넘고, 1952년 발행된 유명 야구선수 미키 맨틀 카드는 173억 원에 거래됐다.
심지어 포켓몬 카드도 70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이런 물건들은 보유한다고 해서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공급이 없는데 수요가 몰리면 이렇게 된다.
비트코인도 이런 한정품이다.
공급량이 2100만 개로 다른 것들보다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 한정품이다.
만약 전 세계에 비트코인을 1개라도 꼭 보유하려는 사람이 2100만 명이 안 된다면 비트코인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게 된다.
이때 비트코인 가격은 ‘0’이다.
공짜로 줘도 안 갖는다.
그런데 비트코인 1개를 꼭 가지려는 사람이 2100만1명만 돼도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포켓몬 카드 1장이 있을 때 이 카드를 꼭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2명 있고, 이들이 카드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각각 10만 원이라고 치자. 그럼 이 카드 가격은 10만1원이 된다.
누구든 1원이라도 더 쓰려고 하는 사람이 이 카드를 갖게 된다.
만약 한 사람은 10만 원, 다른 사람은 100만 원을 쓴다면? 그래도 이 카드 가격은 10만1원이다.
그런데 2명이 각각 100만 원을 쓸 용의가 있다면? 그럼 이 카드 가격은 100만1원이 된다.
1억 원을 가진 사람 2명이 이 카드를 가지려고 달려들면 1억1원이 되고, 10억 원을 가진 사람 2명이 서로 카드를 가지겠다고 다투면 10억1원이 된다.
한정품 가격은 그냥 수요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다.
돈 있는 사람이 얼마나 달려드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돈 있는 사람들이 달려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반대로 돈 없는 사람 사이에서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형성되기는 하지만 별로 오르지 않는다.
부자들 매년 비트코인 보유액↑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도 마찬가지다.
우선 비트코인을 1개라도 꼭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2100만 명을 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그다음에는 비트코인을 1개라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비트코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2100만 명을 넘느냐는 기준은 이미 통과했다.
비트코인은 마니아가 있다.
전 세계에서 2100만 명은 훨씬 넘는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되는 것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자냐 아니냐다.
당초 비트코인 마니아는 컴퓨터 기술자, 암호화폐 전문가, 얼리어답터였다.
부자들은 비트코인 같은 불확실한 상품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부자들이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 3명 중 1명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액 평균은 4200만 원으로, 해마다 15%씩 늘어나는 추세다.
또 전 세계 기업과 투자기관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사려고 마음먹으면 가격이 얼마든 간에 무조건 산다.
더욱이 1개가 아니라 수백 개, 수천 개씩 구입한다.
이런 구매자 100만 명만 있어도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보통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다.
한정품 가격은 마지막 1개를 사는 사람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그 한계선에 있는 사람이 10억 원에 사면 10억 원이 되는 것이고, 50억 원에 사겠다고 하면 50억 원이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고정된 한정품이다.
이런 건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수요자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그러니 비트코인 가격은 11만 달러에서 멈추는 게 아니다.
그 이상으로도 얼마든 오를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에는 한계가 없다.
그게 내 생각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에는 한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