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61조 기록하며 월가 전망치 상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 엔비디아 제공
“블랙웰 수요가 놀라울 정도”라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2026회계 연도 1분기(2~4월) 실적에서 숫자로 증명됐다.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용 저사양 인공지능(AI) 칩 H20의 수출을 금지해 타격을 받았음에도 1분기 실적이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2분기 가이던스는 눈높이에 못 미쳤으나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신형 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상승했다.

중국 수출 규제 손실액 10조
엔비디아는 5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매출 440억6000만 달러(약 60조9000억 원), 주당순이익(EPS) 0.96달러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표 참조). 각각 시장 전망치인 433억1000만 달러(약 60조 원), 0.93달러를 상회한다(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 기준). 특히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91억 달러(약 54조 원)를 기록해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1분기 H20 초과 재고로 비용 45억 달러(약 6조2000억 원)가 발생했고, H20 수출이 제한되지 않았다면 추가 매출 25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올렸을 것”이라며 수출 규제에 따른 손실액을 밝혔다.
 이를 제외하면 분기 총이익률도 61%가 아닌, 71.3%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500억 달러(약 69조 원) 규모인 중국 AI 칩 시장이 사실상 미국 기업에 폐쇄됐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도 “수출 규제는 오히려 중국 반도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면서 “정부 정책은 중국이 스스로 AI를 개발할 수 없다는 가정에 기반하는데, 이런 가정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매출 손실분(80억 달러·약 11조 원)을 반영한 2분기 가이던스를 450억 달러(약 62조 원)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459억 달러·약 63조4000억 원)를 소폭 하회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5% 가까이 상승해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140달러 선을 넘겼다.
 최근 들어 엔비디아는 실적 어닝서프라이즈를 내도 매출 증가폭 감소, AI 거품론 등 시장 불신으로 당일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1분기에는 중국 수출 규제로 2년 사이 가장 낮은 매출 증가율(69%)을 기록하고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2분기 가이던스를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반응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수출 제한을 피할 중국 수출용 AI 칩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영향이다.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이에 엔비디아는 H20보다 사양이 낮은 칩으로라도 중국 매출을 보전할 전망이다.
 양산은 6월로 예상된다.
 다만 이날 황 CEO는 “중국 시장을 위한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지만 오늘 발표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블랙웰 발열 해결, 출하 본격화
엔비디아는 최근 블랙웰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발열 문제도 해결했다.
 올해 초까지 블랙웰은 발열 및 연결상 오류가 잡히지 않아 고객사의 주문 연기와 취소를 불러왔다.
 그러다 5월 외신 보도를 통해 엔비디아 협력사들이 블랙웰 랙의 기술적 결함을 해결했으며 향후 출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1만8000개 넘는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실적을 끌어올릴 재료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1분기 실적에 대해 “‘블랙웰 개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는 5월 29일 “수출 제한에도 실적이 잘 나온다는 건 블랙웰 수요가 중국 H20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뜻”이라며 “H20 수출 금지가 발표되기 전 월가에서 엔비디아 2분기 가이던스를 예측한 보고서를 제외하면 엔비디아 2분기 가이던스는 실질적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이사는 “이제부터는 주가가 과대 낙폭 구간을 딛고 다시 실적 베이스로 움직일 것”이라면서 “일단 트럼프 행정부 규제에 걸리지 않으면서 중국 기업을 만족시킬 새 AI 칩 생산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