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의 이게 뭐Z?] 광고, 디지털 굿즈, 콘텐츠도 색다르면 OK
유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관심사가 다양해졌다.
단지 유행이라서 관심을 보이는 Z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늘 새로운 포인트에 끌리는 Z세대다.
광고나 마케팅이라도 신선한 소재면 환영한다.
이번 주 Z세대의 관심을 끈 신선한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광고로 돌아온 그 시절 시트콤
15년 만에 광고로 뭉친 ‘지붕 뚫고 하이킥’ 배우들. 대상 웰라이프 제공
Z세대에게 시트콤은 그리운 이름이다.
가족과 둘러앉아 TV를 보는 시간이 줄어든 지금 시트콤이 짧은 컷 편집 영상으로 다시 살아났다.
방송사 유튜브 채널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지붕 뚫고 하이킥’ 같은 레전드 시트콤이 다시 업로드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모래시계’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1990~2000년대 명작을 선보인다.
Z세대에게 이 콘텐츠들은 ‘밥 친구’다.
식사하면서 가볍게 보기 좋고, 시대를 초월한 웃음과 공감도 준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지붕 뚫고 하이킥’이 15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며 화제를 모았다.
사실 드라마가 재방영되는 건 아니고, 음료 광고가 하이킥 콘셉트로 제작된 것이다.
교통사고로 결말이 났던 이지훈(최다니엘 분)과 황정음(황정음 분)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바꿔 팬들이 바라던 후일담을 광고로 풀어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광고도 2010년대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활용해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좋은 콘텐츠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거 진짜 울컥한다”며 추억에 빠지고, 처음 보는 세대는 “이런 게 있었어?”라며 신기해한다.
옛 콘텐츠를 지금 방식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세대를 넘어 공감을 잇는 세련된 방법일지 모른다.
#소리도 꾸미는 Z세대
크롬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Animalese Typing’을 설치하면 타자를 칠 때마다 동물의 숲 주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크롬 브라우저 웹스토어 캡처
아이패드 등 스마트 패드는 Z세대의 일상 도구다.
다이어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기록 앱을 직접 꾸며 쓰는 건 기본이다.
노트 템플릿, 배경화면 등 ‘보이는 것’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건 이제 익숙하다.
최근엔 소리를 바꾸는 디지털 굿즈가 뜨고 있다.
크롬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 ‘Animalese Typing’을 설치하면 키보드로 타자를 칠 때 동물의 숲 주민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 말도 아닌, 알 수 없는 외계어 같은 동물의 숲 주민들의 말은 가만히 들을수록 귀엽고 정감이 간다.
자판에서 원하는 소리가 나오도록 조정할 수도 있다.
주민 성별을 고르는 것은 물론 톤과 목소리 높낮이, 말투도 바꿀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일 때 줌 배경화면을 바꾸던 걸 기억하는가. 카메라를 통해 집이 노출되는 게 싫어 모임이나 각종 상황에 맞는 배경화면을 제작했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취향껏 타자 소리까지 꾸미는 시대다.
Z세대의 커스터마이징은 소리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농협이 만든 힙한 플리
‘경기화성태안농협’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토끼 캐릭터. 유튜브 채널 ‘경기화성태안농협’ 캡처
농협 하면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유튜브에선 다르다.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잘 뽑는 힙한 브랜드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경기화성태안농협’으로, 올린 콘텐츠가 감각적인 음악 플레이리스트다.
제목도 심상치 않다.
마트에서 장보면서 과소비 할 플레이리스트, 마트에서 수박바 사러 왔다가 수박 사는 플레이리스트…. 진짜 농협 계정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한다.
유쾌한 작명 센스도 돋보이고 농협 명찰을 달고 있는 섬네일 캐릭터도 귀엽다.
농협과 감각적인 음악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낯선 조합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재미로 눌렀다가 리듬감에 빠져드는 콘텐츠. “진짜 농협 맞아?” 싶지만, 알고 보면 농협도 플레이리스트에 진심이다.
유행보다 신선함에 끌리는 Z세대